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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눈으로 재해석한 사무라이 활극, '고스트 오브 쓰시마'

2020년 연말 PS5의 출시를 앞두고 PS4의 대미를 장식할 게임들이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한 해의 절반 이상이 지났음에도 아직 자타공인 GOTY(올해의 게임) 후보로 올릴 만한 작품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반기에 출시되어 리메이크의 끝판왕이라 불린 ‘파이날 판타지 7 리메이크’는 빈 수레가 요란했고 출시 전, 아니 스크린샷 공개에도 GOTY 예약이라 불렸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게이머에게 격렬한 분노를 일으켰다. 

이제 후반기에 나올 두 AAA 게임에 희망을 걸 수 없는 상황인데, ‘사이버 펑크 2077’이 11월 19일로 출시가 연기되며 ‘고스트 오브 쓰시마(이하 고오쓰)’가 먼저 2020년 후반기의 스타트를 끊었다. 

서양물 먹은 사무라이의 배신은 없겠지~ 

 

■ 피톤치드 향기 가득한 오픈월드

이 게임은 1274년 발생한 원나라의 대마도, 즉 쓰시마 정벌을 배경으로 ‘코모다하마’ 해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80명의 사무라이가 무참히 패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사실 시대적 배경과 소재만 가져왔을 뿐, 게임상 실존 인물들은 하나도 없으며 역사 고증도 애매한 부분이 많아 가상 시대극에 가깝다. 그럼에도 오픈월드로 구현된 쓰시마 섬은 해당 시기의 일본 역사를 모른다면 ‘이때의 일본은 이랬구나~’ 라고 믿어도 될 정도다. 

고증보다 리얼한 1200년대의 모습을 구현한 고오쓰

고오쓰는 쓰시마의 7~800년전의 자연경관 구현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라스트 오브 파트2'의 그래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겠지만 몰입감만은 상회한다고 본다. 과장을 좀 보태서 숲 속의 피톤치드의 냄새가 진하게 느껴지는 그래픽이다. 

여기에 사무라이나 기모노를 입은 NPC 등이 등장하기 때문에 일본 가옥이 없더라도 여기는 누가 봐도 일본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고오쓰의 오픈월드는 시대와 공간에 최적화된 그래픽만으로 탐험과 모험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는 왠지 모를 의무감에 포토모드로 사진 한 장 찍어주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곳에선 무조건 사진 한방 박아주는게 정석

참고로 구로사와(사무라이 필름) 모드로 단순한 흑백 필터가 아닌 필름 그레인 효과와 필터링으로 영화적 분위기를 낼 수 있는데, 유저 서비스로 넣었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 해보면 다시 하고 싶을 정도의 비주얼을 뽑아낸다. 

전체적인 색감이 어두운 편이라 게임플레이를 하기에는 불편할 수는 있지만, 익숙해지면 이 모드로만 플레이를 끝까지 해도 큰 지장은 없다. 개발진 인터뷰에 따르면 흑백으로 구별이 불가능한 색상 판별 또한 조정을 해 색맹 게이머도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한다.

4K로 즐기는 1950년대 흑백 영화의 느낌이다

 

■ 손맛 충만한 칼부림

고오쓰의 전투 시스템은 전통적인 사무라이 스타일이 70%라면 닌자 스타일이 30%정도 섞여 있다. 고증 에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픽션이고 사무라이가 닌자의 전투를 활용하게 된 이유는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한 부분이라 고증을 논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대부분의 전투 자체도 보조무기보다는 검술로 결판을 내도록 설계돼 있다. 오히려 쿠나이(수리검), 폭탄, 연막탄, 활 등의 닌자 스타일의 보조무기가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전투의 재미를 끌어올렸다. 

사무라이라면 맞대결이지~

전반적으로 고오쓰 전투 시스템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데빌 메이 크라이’의 화려함이나 ‘다크 소울’의 묵직함은 없지만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군더더기가 없다. 패링(쳐내기)과 회피를 기반에 두고 적을 찌르고, 베고, 밀어내는 기본에 충실하다. 

적의 형태에 따라 품새를 바꿔서 상대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은 단순 번튼 연타의 검술에 깊이를 더했다. 노멀 이상의 난이도에서 다수의 적들을 상대할 때 영혼 없는 버튼 연타는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굳이 단점을 말한다면 아무런 기술이 없는 극초반을 빼면 검술 및 보조무기 스킬들을 활용하게 되면서 어려움 난이도도 쉬워지는 성향이 있다. 이 때문인지 출시 2주만에 극한 난이도가 추가됐는데 다크소울, 블러드본, 세키로를 섭렵한 게이머들에게는 여전히 쉽다는 평이 있다. 

스킬을 익힐수록 재미는 업, 난이도는 하락

 

■ 쉴 틈 없는 촘촘한 콘텐츠 

아름다운 월드의 크기 구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고오쓰도 여느 오픈월드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메인/서브 퀘스트 수행, 탐험, 아이템 탐색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상당히 촘촘하다. 

게임에 구현된 쓰시마는 실제의 1/14.5임에도 49km² 정도로 유명 오픈월드와 비교해 다소 작은 편에 속한다('GTA 5' 129km², '젤다의전설:야생의숨결' 72km²). 목적지까지의 이동이 꽤 빠른 편인데, 100 km² 이상 크기의 오픈월드 게임의 콘텐츠에 필적한 분량을 담고 있으니 촘촘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풍경보고 보물찾기 같은 콘텐츠도 있다

고오쓰는 퀘스트 혹은 미션을 설화라고 부르는데, 메인 및 서브 설화는 많지 않은 편이지만 퀄리티가 높고 한편 한편의 분량이 생각보다 길다. 양산형 MMORPG처럼 단순히 아이템을 구해오는 것과 같은 설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히 일부이고, 모두 메인 설화와 엮인 주요 NPC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탐색과 탐험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가지처럼 뻗어 있어 설화와 설화사이의 빈 공간을 잘 메워주고 있다. 직선거리로 약 500m를 이동한다고 했을 때 주인공을 중심으로 중간에 걸리는 설화와 탐색/탐험 콘텐츠가 많은 구간은 10여개에 달할 정도다. 실제로 게임 초반인 1장의 메인 설화를 마치지 않고도 15~20시간동안 서브 콘텐츠만 즐길 수도 있다. 참고로 2장은 더 많고 촘촘하다 못해 빽빽하다. 

메인설화 급의 서브설화들이 즐비하다

 

■ 직관적인 스토리 대비 몰입되지 않는 컷신

고오쓰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몽골 제국의 일본 정벌로 쓰시마 섬의 사무라이 80명 중 유일하게 ‘사카이 진’이 살아남는다. 압도적인 적군에 대항하기 위해 지금까지 고수해 온 무사도에 입각한 싸움방식을 버리고 망령, 즉 고스트가 되어 쓰시마를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전개 방식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진행되며 쓰시마의 주요 성을 되찾아 가는 설정이라 컷신이나 대사 하나하나 집중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 고오쓰의 서브 콘텐츠들도 따로 노는 것이 아닌 스토리 라인을 받쳐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때문에 게이머가 메인 시나리오에서 오랜 시간 벗어나 있더라도 다시 돌아와 진행하는데 부담되지 않는다. 

기승전 몽골군을 몰아내야 하다는 이야기 일 뿐이다.

반면 직관적인 스토리 전개와 달리 주인공 캐릭터를 비롯한 주요 NPC들의 컷신은 이상하게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1200~1300년대의 일본인에 대한 인물 고증이 너무 충실하다. 인물들의 키는 해당시기의 평균 키이고 눈은 지금보다 훨씬 가늘며 실제 보통 사람의 얼굴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사카이 진의 포스터 화면은 얼짱 각도로 찍은 거지 실제 모습은 170 미만의 작은 키에 다른 남자 NPC들보다 조금 잘 생긴 정도다. 오히려 친구이자 배신자로 등장하는 류조가 훨씬 터프하고 멋있다. 일본이 몇 십년동안 만들어온 미소년, 미소녀의 동양인 이미지는 1도 찾아볼 수 없다 보니 캐릭터에 감정이입 하기가 쉽지 않다. 

포스터의 주인공을 만나기는 정말 어렵다

두 번째로 겉과 속 모두 일본색이 짙은 게임인데 일본어 음성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영어 음성은 연기를 하고 있지만 일본어 음성은 책을 읽는 것 같다. 영어 음성으로 하자니 캐릭터와 매칭이 되지 않고, 일본어 음성으로 하자니 캐릭터 몰입이 방해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한 한글 번역이 영문을 기반으로 했는지 일본어 음성으로 자막을 함께 보면 맞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다. 그래서 게임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일본어나 영어를 잘 못하는 편이 컷신의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음성과 입모양 싱크도 거의 맞지 않는다. 영어 기준이기 때문.

 

■ 부족함을 특장점으로 커버하다

과거 오픈월드 게임들은 제한된 월드 안에서 여러가지 콘텐츠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월드의 크기와 퀄리티가 중요했다. 현재 등장하는 오픈월드 게임은 콘텐츠를 채우는 건 당연한 거고 여기에 상호작용, 즉 살아 숨쉬는 월드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오쓰는 냉정하게 말하면 캐릭터, 콘텐츠들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과거의 오픈월드에 머물러 있는 게임이다. 때문에 평범한 오픈월드 게임처럼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되는 플레이 패턴으로 지루해지는 점도 존재한다. 평범한 스토리에 매력 없는 캐릭터들, 게임 시스템의 모든 요소들이 오픈월드의 명작들의 게임요소를 많이 차용한 점 등 독창성도 부족하다. 

툼레이더 같은 탐험요소도 가져왔다

그렇지만 게임 본연의 임무 측면으로 보면 비주얼과 액션으로 부족한 부분은 충분히 커버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표현한 그래픽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베고 찌르는 맛이 확실한 사무라이 액션으론 손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 일본 시대극의 정서를 서양인의 관점임에도 납득이 될 정도로 묘사한 부분도 칭찬받을 만하다. 단점을 장점으로 커버하는 것도 개발사의 능력 중 하나라 볼 때, 고오쓰는 게이머에게 풀 프라이스 값어치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수준급의 사무라이 액션만으로도 합격!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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