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다. 실시간 통신과 그래픽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로 환상의 세계를 그려낸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콘텐츠 제작과 빅데이터 분석으로 재미를 늘리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4차 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게임이 분류되는 이유다.

넷마블문화재단은 ‘2020 넷마블 게임콘서트’를 22일 유튜브 채널 넷마블TV에서 개최했다. ‘스타크래프트 속에 과학이 쏙쏙’, ‘과학은 놀이다’를 저술한 최원석 과학엔터테이너는 ‘게임은 과학이다’를 주제 첫 강연을 진행했다.

인간은 많은 것을 예측하고, 결과가 바르게 나올 경우 달성감 혹은 행복감이라는 보상을 받는다. 게임 역시 이런 재미를 주기 위해 많은 과학적 요소와 기술을 사용한다. 최 엔터테이너는 게임 속 ‘클로킹’ 유닛도 이런 부분이 반영됐다고 예를 들었다.

사실 게임에 표현되는 많은 부분은 자연법칙이 반영됐다. 보이지 않는 클로킹 유닛은 위장색을 띤 생물, ‘앵그리버드’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새는 포(캐논)의 운동 법칙이 적용됐다.

익히 알려졌듯 게임은 1958년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히긴보덤이 오실로스코프를 활용해 만든 ‘테니스 포 투’로 시작됐다고 본다. 전류와 전압을 측정하기 위한 장치로 공을 주고받는 가장 기본적인 게임을 구현했다. 최신 기술로 가상의 현실을 구현한 최초의 사례이자 전자오락이 시초로 분류되는 이유다.

‘테니스 포 투’로 시작된 게임은 고사양 하드웨어와 게임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똑똑한 게임이 등장했다. 과거의 게임은 기본적인 규칙을 학습해야 한다. 아들에게 장기를 가르치려는 학부모는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면서 학습하도록 유도한다. 너무 어려워도, 너무 쉬워도 흥미를 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게임 속 인공지능은 적당하게 져 주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다.

똑똑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한상태 기계, 클로킹, 길 찾기, 게임트리, 플로킹, 유전 알고리즘 등이 쓰인다. 유한상태 기계는 입력에 따라 정해진 출력값을 반환하는 장치다. 게임 속 상점에 적용된다. 길 찾기는 가장 효과적인 경로를 결정하고, 게임트리는 행동에 따른 모든 결과와 대응을 결정한다.

플로킹은 여러 개의 개체(오브젝트)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현상을 재현하는 알고리즘이다. 자연에서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새떼, 벌의 군집의 모습을 표현한다. 유전 알고리즘은 진화론의 적자생존이 반영했다. 똑같은 몬스터 집단에 돌연변이를 넣어 행동패턴에 다양한 형태 결과가 나오도록 조절한다.

여러 알고리즘은 물리엔진이란 소프트웨어의 기반이 된다. 흔히 3D 엔진이라 불리는 소프트웨어는 뉴턴의 운동 법칙(관성, 가속도, 작용-반작용)을 기반으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걸 돕는다. 저항, 질량, 질점 등을 단순화한 이상화된 세계다. 이상화는 물리법칙에 적용되는 요소를 단순화한 물리세계를 뜻한다.

과거의 게임은 이상화가 극단적으로 표현됐다. 90도의 코너를 도는 레이싱게임 ‘방구차’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보다 많은 물리법칙이 적용된다. 부스트를 쓰면 작용과 반작용이 커지는 ‘카트라이더’, 현실의 물리법칙 대부분을 적용한 레이싱 게임 ‘포르자’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실제 세계를 묘사하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게임은 있다. 스토리가 주가 되는 RPG다. 최 엔터테이너는 이 속에서도 과학이 숨어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감염병 연구로 주목받은 ‘오염된 피’ 사건이다. 가상의 게임 속 전염병은 마치 현실의 판데믹처럼 퍼져나갔다. 반대로 현실에 있는 요소들은 게임에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최 과학엔터테이너는 “한국에서는 SF와 판타지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하지만 판타지는 인간의 상상력, SF(공상과학)는 과학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라며 “게임과 과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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