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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차라리 어드벤처로 출시해 줘! '리제로' 모바일게임 '리제로스'
출처=세가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생활 – 로스트 인 메모리즈’ 홈페이지

세가가 지난 9일 일본 구글과 애플 마켓에 신작 수집형 RPG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생활 – 로스트 인 메모리즈(Re:ゼロから始める異世界生活 - Lost in Memories, 이하 리제로스)’를 출시했다.

‘리제로스’는 동명의 인기 소설(라이트 노벨, 라노벨)이자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IP(지식재산권) 게임이다. 그런데 IP가 주도하는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꽤 이색적인 게임이다. 높은 인기를 얻은 IP임에도 일본 시장에 약 6년만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얻는 소설이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곧바로 출시되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이는 원작 소설에 특징 때문일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이세계전이 콘셉트 소설은, 전투가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 기존 RPG의 틀에 맞춰진 탓에 기획과 개발이 쉬운 편이다. 반면, ‘리제로스’의 원작은 전투보다는, 시간을 되돌리는 사망회귀 능력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투의 비중도 아주 낮은 것은 아니지만, 모바일게임으로 만들기에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패널티를 안고 출시된 ‘리제로스’는 일본 현지 유저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구글플레이 인기 1위-매출 14위, 애플스토어 인기 2위-매출 5위를 달리는 중이다. 그렇다면 세가는 게임화가 어려운 IP를 어떻게 모바일 게임으로 재해석한 걸까?
 

■ 기본 시스템은 평범한 수집형 RPG

‘리제로스’는 한국식 게임장르로 보면 수집형 RPG에 가깝다. 캐릭터를 키우고 육성해, 다른 유저와 겨루거나 더 어려운 스테이지에 도전하는 게임이다. 반면, 일본 시점으로 보자면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에 가깝다. 원작의 팬들을 위해 힘줘서 개발한 스토리 모드의 존재감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콘텐츠는 크게 원작의 이야기를 즐기는 스토리모드, 전투와 육성 재화를 얻는 퀘스트로 나눠볼 수 있다. 두 모드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진행을 위해서 두 모드의 스테이지를 번갈아가며 깨야 한다. 스토리 모드를 진행해야 상위 퀘스트가 열리고, 퀘스트 모드에서 재화를 모아 캐릭터를 강화해야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

왼쪽부터 메인메뉴, 스토리 모드, 퀘스트 모드 화면

이밖에 육성 재화를 보상으로 내건 육성던전, 아리나(투기장), 기억의 심연, 기간한정 던전을 즐길 수 있다. 많은 게임을 통해 완성된 수집형 RPG의 전형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투는 턴(Turn) 기반이다. 캐릭터의 공격 순서가 되면 3개의 스킬 중 하나를 골라, 상대할 적을 선택하는 식이다. 2배속 모드와 자동전투 시스템도 갖췄다. 퀘스트 모드를 통해 육성 재화를 얻어야 하므로, 편의 기능을 처음부터 제공한다.

캐릭터 육성은 수집형 RPG와 다를 바 없다. 재료를 써서 레벨을 올리고, 최고 레벨 제한을 해제하며, 각성 시스템도 반영됐다. 이 중 각성은 다른 게임에 비해 존재감이 희미한 편이다. 각성 캐릭터의 능력치는 변경되지 않는다. 대신 추가 능력치를 제공하는 메모리보드가 개방된다.

메모리보드 화면

메모리보드는 스토리모드 분기에서 고른 선택지와 보상으로 개방하는 육성 시스템이다. 캐릭터마다 5개의 스토리보드가 있으며, 모든 능력치를 개방해야 다음 상위 보드가 열린다.

마지막 S보드는 이와는 별개로 캐릭터의 각성 수치에 따라 열린다. 추가되는 스테이터스도 그다지 크지는 않아, 존재감을 더욱 낮게 만든다. 극단적으로 수집과정에서 얻은 중복 캐릭터 처리에 고민하다가, 급하게 끼워 맞춘 느낌도 든다.
 

■ 원작의 특징 이용한 영리한 설계

유저의 선택에 따라 분기가 결정되며, 메모리보드 강화에 필요한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원작의 특징이 반영된 부분은 꽤 많이 찾을 수 있다. 주인공은 죽음의 위기에 처할 때, 특정 시점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똑같은 상황이라도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는 원작 소설은 물론, 애니메이션에서도 강조되어 묘사되는 부분이다.

‘리제로스’는 이런 특징을 스토리 보드의 선택지와 분기로 표현했다. 유저가 고른 선택지에 따라 지식-용기-민첩(리듬감, ノリ)-행운 보상이 늘어나고, 이야기의 흐름도 달라진다. 하나의 스테이지는 트리 구조로 엮인 이야기의 묶음이라 할 수 있다. 단,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니, 분기에 따른 멀티 엔딩 등은 없다.

주인공의 사망회귀 능력이 반영된 분기와 열쇠 시스템

후반으로 가면 열쇠 아이템을 통해 특정한 루트로 진행하는 것도 된다. 다른 스테이지에서 획득한 열쇠로 선택지를 늘리고, 다른 분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 되도록 많은 분기를 선택할수록 보상 역시 늘어나기 때문에 게임 시스템으로서의 타당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종착점은 원작과 같지만, 진행과정은 달라지게 구현한 셈이다. ‘리제로스’는 주인공 나츠키 스바루의 기억이 모인 세계에서 벌어난 일들을 다룬다. 초반부에는 오리지널 캐릭터 시온이 등장하며, 최종 보스 역으로 기억의 세계를 어지럽히는 몽환술사의 등장도 넌지시 언급된다. 외적 격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시나리오도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한다.

기억결정은 원작의 하이라이트를 모티브로 한 아이템이자 육성 시스템이다

론칭 시점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의 수는 적은 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세가는 핵심 사건을 모티브로 한 기억결정 시스템을 추가했다. 일종의 장비 아이템으로, 장착한 캐릭터의 특정 능력치를 올려준다. 기억결정도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강화의 대상이기 때문에, 향후 서비스 및 유저 간 대결(PvP)에서 차이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써 의미가 있다.


■ 세가가 놓친 두 가지, 캐릭터 보이스와 전투 시스템

1.2GB에 달하는 추가 다운로드를 진행해도, 캐릭터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다. 모든 문자를 들려주는 캐릭터 게임의 트렌드와 대비된다

‘리제로스’는 게임화가 어려운 원작 소설 IP를 영리하게 재해석한 게임임은 분명하다. 애니메이션 화면의 사용한 연출도 팬이 만족할만한 부분이다. 각종 시스템의 연계도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모가 나지 않도록 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꽤 있다. 크게 두 가지인데 캐릭터 보이스(목소리, CV)과 전투 시스템이다.

먼저 CV 연출은 제작비용의 증가가 부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하지만 캐릭터 게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투자할 이유와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캐릭터의 외형과 움직임을 라이브2D로 구현한 정성과 대비되 아쉬움을 키우는 부분이다.

스토리 모드 진행에 필요한 정신력을 회복할 수단이 없어, 모든 분기를 보려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게임의 존재 이유인 스토리 모드는 하루 입장횟수가 제한돼 있다. 캐시 아이템을 써도 회복할 수 없다. 무조건 하루를 기다려야 다음 스테이지를 즐길 수 있다. 이는 콘텐츠 고갈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따라서, 퀘스트와 파밍 던전을 반복 플레이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필살기 격인 3번 스킬은 애니메이션 방식의 연출이 나오지만, 기본 공격은 담백하게 표현된다

그런데 전투 시스템이 지나치게 평범해 플레이는 물론 보는 재미가 너무 떨어진다. 실시간 전투 방식을 써서 라이브2D로 구현돼 캐릭터의 매력을 보다 강조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전투에 변수가 되는 요소도 상성과 전투력뿐이라 직접 조작하는 재미가 덜하다.

전투의 긴장감도 존재감이 희미하다. 전투력에 따라 승리가 거의 결정되니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버프형 스킬과 디버프라는 개념이 있지만, 결과에 반영되는 폭은 좁다. 자연스럽게 자동 진행과 2배속 버튼을 누르게 된다. 지나치게 단순한 시스템에 변수도 적으니 PvP 역시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 물론, 캐릭터의 능력치와 육성이 막바지 단계에 달하는 지점에는 전략과 전술이 중요해질 테지만, 초반부 전투를 봐서는 기대감을 품기가 어렵다.
 

■ 차라리 어드벤처 게임이었다면...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생활 - Lost in Memories‘는 IP의 인지도와 게임적 재해석으로 현지 유저의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리제로스’는 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게임이다. 원작 소설과 애니메이션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생활’의 재현이란 시점에서 본다면 합격점 이상을 줄만하다. 사망회귀라는 능력을 스토리 모드에 적절히 반영했고, 보상을 통한 선택지 늘리기로 몰입도도 빼어나다.

반면, 전투 시스템과 콘텐츠 부분은 꽤 실망스럽다. 이미 많은 게임에서 해봤던 것들을 다시 하는 수준이라 신선함이 적다. 굳이 단점으로 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스토리 모드와 대비되는 완성도가 아쉬움을 키운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리제로스’는 수집형 RPG 보다는 어드벤처의 특징이 더 강한 모바일게임이라 할 수 있다. 원작의 팬이라면 다양한 선택지와 if(만약에)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의미를 하나 더 부연하자면, 그동안 컬래버레이션으로 소비되던 원작을 독자적인 게임 시리즈로 확장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반대로, 원작을 모르는 유저라면 평범한 전투 시스템을 가진 또 하나의 수집형 RPG일 수도 있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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