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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이너 무대로 떨어진 메이저 영웅들, '마블 어벤져스'

2008년 4월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2019년 4월 ‘어벤져스:엔드게임”까지 10여년을 달려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범접할 수 없이 거대해진 영화의 필모그라피에 비해 게임 시장에서는 팬 서비스 정도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질 못했다. 

그러던 중 2018년 인썸니악의 ‘마블 스파이더맨’이 GOTY(올해의 게임)에 등극하며 마블 게임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차기 작품들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리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마블 어벤저스’(이하 어벤저스)는 2017년 초 공개되긴 했지만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다가 2019년 E3에 플레이어블 트레일러를 공개했는데, 스파이더맨으로 커진 기대감을 충족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한다. 

이런 장면에 기대를 안 할 수 없다

 

■ 페이크로 완성된 묵직한 타격감

이 게임은 테크모 코에이의 무쌍류와 같이 강약 타격기를 기반으로 하며 고유 스킬을 통해 각 히어로의 전투 방식을 구현했다. 어벤져스에서 가장 높게 평가할 부분으로 모든 히어로가 동일한 조작 방식을 토대로 하고 있음에도 각 히어로에 따라 다른 조작을 하는 느낌을 창출했다.

예를 들면 캡틴 아메리카나 블랙 위도우의 경우 체술을 이용한 연속타격기 중심인 반면, 헐크나 토르 같은 경우 느리지만 강력한 한 방 대미지에 특화되어 있는 식이다. 스킬 또한 캐릭터 개성에 맞게 적절히 구현돼 있어 히어로를 바꿔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긴 플레이 시간으로 발생할 전투의 루즈 함을 상당히 상쇄시켜 준다. 

모두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타격감의 경우 자잘하게 뜯어보면 허술한 점이 많지만 결과적으론 좋은 편이다. 실제로 전투영상에서 사운드를 빼고 보면 상당히 밋밋하다. 개발팀에서도 이에 대한 한계를 인식했는지 보완하는 부분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여러가지 효과를 절묘하게 섞어서 꽤 묵직하고 찰진 손맛을 보여준다.

'툼레이더' 시리즈의 개발사답게 카메라 워크, 슬로우 모션, 타격 강도에 따른 화면 흔들기, 듀얼쇼크 진동, 히어로의 능력과 무기에 따른 사운드 효과 등 필요한 요소는 모두 때려 넣었다. PS4 버전에서는 듀얼쇼크의 진동이 쉴틈없이 작동하다 보니 다른 게임의 절반 미만의 플레이 시간만으로도 배터리 부족 경고 메시지를 보게 될 정도다. 

손과 눈으로 느껴지는 화면의 울림

 

■ 영화의 무게감을 이기지 못한 스토리 

어벤져스의 영웅들은 세계적인 대스타가 된 배우들의 라이선스 때문인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으로 나오지 않는다. 모두 새롭게 모델링된 인물들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미즈마블 외에 다른 캐릭터들의 연기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다행히 스토리 라인 자체가 미즈마블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히어로들의 얼굴을 볼 일이 많지 않다. 그리고 영화에서 만났던 히어로들의 성격이나 성향은 변화없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니다. 

늙어버린 블랙 위도우

캐릭터는 어쩔 수 없다 치고 정작 어벤져스의 문제는 스토리에 있었다. 히어로들을 혐오하는 과학자의 지구 정복을 막는다는 설정과 일련의 사건으로 흩어진 히어로들을 결집하는 극의 흐름만 보면 나쁘지 않다. 문제는 게임 화면을 통한 연출과 스케일이 이를 받쳐주지 못해 지루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20여년간 영화에서 보여줬던 주요 클리셰들을 스토리 라인에 접목시킨 부분도 억지로 끼워 넣었다는 느낌 때문인지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영화에서 보여줬던 어벤져스의 스토리와 규모와 비교해 한참 못 미친다고 보면 된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 어설프고 지루한 아이템 파밍 세계로의 초대

스토리 분량은 모든 히어로들이 집결하고 미션 두 개 정도를 진행하면 일단락되며 처리하지 못했던 빌런이 등장하며 어벤져스의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된다. 만약 메인 스토리 미션만 진행했다면 각 히어로들의 레벨은 10~15정도인데 만렙이 50인걸 생각하면 성장의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끝난다. 

즉 어벤져스의 싱글 캠페인은 전체 콘텐츠 규모로 봤을 때 거의 튜토리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 봤을 때는 대략 디아블로 같은 아이템 파밍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토리를 완료하면 거의 만렙인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임들과 다소 다를 뿐이다. 

결국엔 아이템 파밍 게임이다.

문제는 싱글 캠페인 종료 후다. 싱글이든 멀티로든 남아 있는 미션을 반복하며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을 병행하게 되는데,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닌 의무방어전을 치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어 버린다. 일단 장비 변경에 따른 캐릭터의 외형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장비 한 두 개 바꾼다고 좀전에 힘들게 클리어 했던 미션이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레벨업을 통해 새로운 스킬을 익혔음에도 플레이 패턴이 크게 바뀌지도 않으니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션의 다양성도 부족하고 빌런들도 계속 비슷한 녀석들만 상대해야 하다 보니 게임을 계속 해야 할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 

아쉽게도 이런 스케일의 전투는 메인 스토리에만 있다 

 

■ 버그 히어로도 함께한 불편한 완성도

빈약한 스토리와 동기부여 없는 애매한 콘텐츠 구조를 전투의 재미와 마블의 슈퍼 히어로에 대한 팬심으로 극복한다고 해도, 제품으로서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점은 커버해주기가 어렵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패치를 2번 정도 했음에도 아직도 수많은 버그가 도사리고 있다. 

PS4 기준으로 텍스쳐가 시도때도 없이 깨져 보이거나 프레임 드랍으로 전투가 뚝뚝 끊어지는 것은 기본이다. 지금은 거의 보기 어렵지만 출시 초반에는 비행 능력이 없는 히어로들이 텍스쳐에 걸려 허우적대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정지 화상만 보면 트리플A 게임이다

시스템 적으로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출시 직후 두 번의 패치로 드물게 됐을 뿐 여전히 애플리케이션 에러, 미션 진행 불가, 적 AI 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등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최적화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미션을 진행할 때마다 장시간 봐야하는 로딩 화면도 플레이를 하고 싶지 않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멀티플레이를 기준으로 함께 할 파티원들이 도착하고 게임 시작을 누르면 1분을 무조건 대기해야 하고 미션을 로딩하는데 1~2분이 날아간다. 정작 플레이를 시작하기까지 많게는 10분 정도 아무것도 못한다. 어벤져스를 플레이 하는 게이머들은 이미 '멀티가 있는데 멀티는 못하는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정타로 한글화도 상당히 부실하다. 직역 수준의 번역, 자막 출력 안됨, 자막 잘림 등 부실했던 한글화 게임 TOP 10에 이름을 올려도 될 정도다. 

로딩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1분을 강제로 기다려야 한다

 

■ 차라리 인썸니악에게 맡겨라!

‘어벤져스’는 2019년 중반부터 주구장창 히어로들의 전투 영상과 스케일을 과시하며 기대감을 끌어 올려왔다. 하지만 어느 게이머도 어벤져스를 디아블로와 같은 아이템 파밍 게임이라고 생각하진 못했을 것이다. 마케팅의 시작부터 어벤져스가 어떤 게임인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물론 추구하는 방향성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콘텐츠 분량으로만 보면 절대 적지 않은 볼륨의 게임이다. 오히려 차고 넘친다. 새로운 캐릭터 캠페인들이 등장할 예정이고 각 히어로별로 해금해야 할 스킬, 코스츔, 장비 업그레이드까지 생각하면 100시간은 훌쩍 넘길 분량이다. 

게임성은 바닥인데 부분유료 요소까지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스토리, 게임성, 재미, 볼거리 어디 하나 제대로 만족시키질 못했다. 게다가 완성도도 떨어진다. 정작 게이머는 싱글 캠페인을 완료하고 나서 게임을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 이상 어벤져스의 탈을 쓴 캐릭터 게임에 시간을 투자할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 

스파이더맨이 겨우 끌어올려 놓은 마블 게임에 대한 기대치를 다시 원복시켜 놓은 것만 같은 배신감마저 든다. 만약 차기 작품 제작을 같은 개발사로 고려하고 있다면 마블 게임에 대한 기대는 스파이더맨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주어는 없습니다만 블랙 위도우의 말이 정답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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