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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따로 보면 재미있고, 뭉쳐 놓으니 피곤한 '요철세계'
출처=구글플레이

‘요철세계’는 중국 현지에서 많은 화제를 모은 애니메이션이다. 조회수가 4억 회를 넘었선 인기 시리즈로 꼽힌다. 지난해 시즌3가 제작됐고, 일본와 일본 방영도 진행됐다.

흥행한 애니메이션은 반드시라 할 정도로 모바일게임화가 추진된다. ‘요철세계’ 역시 마찬가지. 3D 애니메이션인 덕분에 모델링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모험과 도전을 주제로 한 스토리 라인 역시 게임화에 최적화됐다. 게임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에 제작사인 중국 칠창사(七创社, 7DOC)는 애니메이션의 요소를 답습하는 동명의 모바일게임을 지난 6월 중국에 이어 10월 대만 시장에 출시했다.
 

■ SRPG와 바둑을 결합한 전투 시스템

유저 캐릭터는 천사. 전투에 쓸수 없고, 스토리에 잠시 등장하는 등 존재감이 낮다

모바일게임으로 재해석된 ‘요철세계’는 원작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한다. 캐릭터의 모습이 그대로 쓰였고, 설정도 동일하다. 진행을 위한 고유 요소로 유저 캐릭터 천사가 추가됐을 뿐이다. 여기에 다양한 미니게임과 칸 기반의 턴제 전투를 도입해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채웠다.

게임의 흐름은 수집형RPG의 틀을 따른다.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한 캐릭터를 모아 육성하고, 스토리와 전투를 즐기는 게임이다. 수집-육성-전투가 순환된다. 이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쏟게 되는 전투 시스템은 동작전기(动作战棋, 이하 액션 바둑)라 부르는 독자적인 규칙을 도입했다.

빨간 칸이 공격, 녹색이 방어, 노란색이 협공, 보라색이 스킬 사용 칸이다

전투의 진행과정은 턴제 SRPG와 같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고, 적이 공격범위에 있다면 공격한다. 아니면 칸의 속성에 따라 방어나 스킬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이동 이후 행동을 결정하는 선택지가 주어진다. 반면 요철세계는 이동하는 칸(마스)에 공격과 방어, 스킬 속성을 부여하고 이동한 위치에 따라 행동이 결정되도록 융합시켰다. 반상에 알을 놓으면 공격과 수비의 역할이 결정되는 바둑과 닮은 포인트다.

이동한 칸의 속성이 공격이라면 가까운 적을 알아서 때린다. 스킬 역시 마찬가지. 녹색 방어 칸이라면 한 번의 데미지를 줄이는 보호막을 얻게 된다. 공격 가능한 적이 없거나 속성이 없다면 행동이 끝난다. 이밖에 아군 캐릭터와 위치를 바꿔 서로 다른 적을 공격하는 협공이나, 파괴 가능한 장애물, 피해를 입히는 트랩 등 다양한 전술 오브젝트가 변수로 필드에 배치된다.
 

■ 탐험과 도전을 합친 스토리 모드

전투 필드에는 이동을 방해하는 장애물, 밟으면 폭발하는 함정 등이 존재한다

전투가 벌어지는 필드는 가로세로 약 15칸 정도다. 모바일 화면에서 보이는 칸수를 직접 세어본 것으로, 게임 상의 필드는 이보다 넓다. 반면,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필드는 이보다 좁은 7칸에서 9칸 정도로 제한된다. 스토리 모드에서 캐릭터의 이동거리가 2칸으로 좁은 편이다. 따라서 필드보다 좁은 범위에서 캐릭터가 움직이고 전투를 벌인다. 진행 시간과 템포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스토리 모드의 목적은 판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적을 모두 물리치기, 필드를 탐험하며 임무를 달성하는 탐험 형식의 스테이지도 있다. 강력한 적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미션이 제시되기도 한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스토리가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 원작을 보지 못한 필자에게는 그저 색다른 콘텐츠일 뿐이지만, 팬에게는 반가운 구성일 수도 있겠다.

스테이지 구성을 볼 수 있는 미니맵, 진행 경로와 보물상자의 위치를 보여준다

탐험 스테이지에는 숨겨진 요소가 숨어있다. 보물상자 수집, 함정 및 장애물 제거 등의 어드벤처 요소다. 난이도는 매우 쉽다.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함정을 보기만 해도 어떤 방식으로 해제할지 쉽게 눈치챌 것이다. 폭넓은 유저층을 품기 위해, 난이도가 높은 함정이나 트릭을 뺀 것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인 어드벤처 게임도 아니니 함정풀이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도록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탐험 스테이지 역시 완전 자동진행이 가능하기에 너무 복잡한 트릭을 배제한 것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점은 탐험과 모험이란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준비했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픈월드 구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풍부한 육성 콘텐츠, 부족한 육성 재료

노란색 화살표로 육성 항목이 강조된 캐릭터 화면

육성 시스템은 풍부하다. 등급으로 표기된 레벨, 캐릭터 희귀도를 높이는 돌파 등이 육성의 기본 대상이다. 이밖에 장비의 역할을 하는 퍼즐 조각과 스킬도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물론, 퍼즐 조각과 스킬 역시 육성과 레벨 업의 대상이다.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기는 매우 쉽다. 각종 던전에서 얻은 경험치 아이템을 먹이면 레벨이 쑥쑥 늘어난다. 반대로 희귀도를 올리는 건 매우 어렵다. 스킬 육성도 마찬가지다. 많은 캐릭터를 키울 때, 혹은 육성 단계가 높아질수록 육성 재료와 재화가 급격히 부족해진다.

돌파 재료 신임휘장은 초반에 입수하기가 매우 어렵다

돌파용 재화 신임휘장(信任徽章)은 초반 단계에서 임무와 성급달성 보상 등 1회 한정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밖에 지역탐험 콘텐츠 마지막 스테이지에 보상으로 걸렸는데, 꽤 높은 전투력을 요구해 입수가 만만치 않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캐릭터를 1회 이상 돌파하고, 레벨 상한도 60으로 늘려야 조건을 만족할 수 있을 정도다.

퍼즐 조각은 캐릭터마다 정해진 모양만 장비할 수 있고, 강화에 필요한 재화도 필요하다

장비 역할인 퍼즐 조각 역시 캐릭터 별로 장착할 수 있는 종류가 다르고, 강화 시스템도 적용돼 있다. 성장에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스테이지 진입 전투력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강화를 해야 한다. 따라서 스토리를 즐겨보기도 전에 파밍 걱정이 머리를 스친다. 초보 유저에게 다가온 파밍 압박은 다른 게임에 비해 훨씬 높다.


■ 8개 캐릭터로 선택과 전술의 폭 넓힌 PvP-도전 모드

PvP와 일부 도전 모드는 한판에 최대 8개의 캐릭터로 진영을 꾸려야 한다

PvP는 스토리 모드나 도전 모드와 결이 약간 다르다. 최대 8개 캐릭터로 진영을 꾸리고, 필요한 캐릭터를 소환-강화하는 전술적 요소를 더했다. 상대의 진영을 잘 살펴보고 상성과 스킬을 고민해 필요한 캐릭터를 꺼내는 선택이 결과에 반영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첫 턴에는 강화 혹은 소환 등의 행동을 한 번만 할 수 있다. 이후 네 번째 턴부터는 행동 횟수가 두 번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꽤 다이나믹하게 변한다. 체력 회복과 동시에 캐릭터의 공격력을 올려 예상치 못한 전투 구도를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

PvP 모드에서 주인공의 분신 천사는 캐릭터를 소환-강화하고, 스킬로 지원사격을 한다

덕분에 지루한 필드 전투와 달리 PvP는 나름 흥미로운 양상이 벌어진다. 필드 전투에서는 유명무실한 상성을 살펴보게 됐고, 상대의 스킬 범위를 유심히 관찰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단,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전투력의 차이를 뒤엎을 정도는 아니다. 한 턴에 여러 번 공격하는 캐릭터를 보유하는 것이 절대적인 지표처럼 보였다. 결국 승리를 위해서는 다시 무한궤도처럼 돌아가는 육성과 파밍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PvP 모드 수동속전기에서는 보유한 모든 캐릭터가 SS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단순히 경쟁과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활동에 속한 PvP 모드 수동속전기(手動速戰棋)를 진행하길 추천한다. SS 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된 캐릭터로 PvP를 진행하는 서브 콘텐츠다. 대신 보상은 기대하지 말자.
 

■ 본편과 동떨어진 즐길 거리, 꼭 넣어야 했을까?

미니 게임 크레인 뽑기와 블록 퍼즐 화면

탐험과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미니게임이 추가된다. 요일콘텐츠 혹은 유저 간 대결(PvP)과 완전히 동떨어진 서브 콘텐츠다. 주의를 환기하는 감초 같은 존재로, 테트리스나 헥사와 비슷한 블록 퍼즐과 오셀로, 크레인 뽑기 등을 즐길 수 있다.

미니 게임을 진행하면 수집한 캐릭터의 호감도를 올리거나, 육성에 필요한 재화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브 콘텐츠로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로 한두 번쯤 플레이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친구와 대전을 즐기는 게 존재의 이유다. AI의 난이도는 초반에는 높지만, 승리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온라인 MO게임과 비슷한 대합실은 잡담을 나누는 사랑방으로 쓰인다

이밖에 도전 모드로서 캐릭터의 스킬과 액션 장기의 규칙을 활용한 묘수풀이, 캐릭터 육성 단계가 SS로 자동 업그레이드된 PvP 콘텐츠 등 즐길 거리가 꽤 많다. 아예 과거 온라인게임을 연상케 하는 사랑방 형태의 대합실도 구현돼 있다. 풍부한 콘텐츠와 서브 콘텐츠는 분명한 장점이지만, 본편과 동떨어진 구성이란 점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인지 의문이 든다. 육성에 필요한 보상을 보다 많이 제공한다면 가치가 올랐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니 말이다.


■ 어수선한 콘텐츠들, 버릴 건 버려야

기본 화면 인터페이스

수많은 콘텐츠가 얽혀있어 어떤 걸 먼저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스토리 모드와 PvP가 핵심 콘텐츠임에도, 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해치워야 할 숙제가 너무나 많다. 캐릭터 육성을 위해 끊임없이 재화 던전을 돌고, 전투력을 올려 다음 재화 던전에 도전해야 한다. 마치 끝낼 수 없는 여름 방학 숙제처럼 느껴진다.

육성 재료를 위해 도전 모드와 탐험 콘텐츠를 쉴새 없이 돌려야 한다

SRPG의 턴제 전투를 재해석한 시스템은 분명 참신하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항상 재미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SRPG의 전투 선택지가 하나 줄었을 뿐이고, 반복되는 전투와 뻔한 결과는 가면 갈수록 흥미가 떨어진다. 재화 던전을 돌지 않고 보상만 받는 토벌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보니, 개발자 역시 이 문제를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토리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따라간다. 피가 뜨거워진다는 뜻의 열혈(熱血)이 주제라 한만큼 성인 유저가 즐기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원작을 시청한 유저를 위해 모바일게임 버전에서는 유저의 분신인 견습천사 캐릭터가 추가됐다. 하지만 이야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약간의 추임새를 넣는 작은 역할에 그친다. 감정을 이입하기에는 출연 횟수도, 존재감도 부족하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평범한 배경음악과 타격 이펙트, 단조롭고 반복되는 타격음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 백화점이라고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다

바둑의 묘수풀이처럼 지정된 캐릭터로 정해진 턴 안에 목표를 완수하는 모드도 있다

며칠간 즐겨본 ‘요철세계’는 콘텐츠가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는 게임이었다. 높은 육성 난이도, 수많은 반복 콘텐츠와 보상 체계, 느린 스토리 진행 등이 부정적인 시너지를 낸다. 각자 개성과 게임 디자인적으로 필요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다.

전투 시스템의 신선함도 초반에만 반짝할 뿐, 결국 익숙해지고 만다. 여기에 박하게 느껴지는 보상이 맞물리면서 부정적인 면이 긍정적인 부분을 넘어선다. 게임을 할수록 다음 육성에 필요한 재화를 어떻게 구할지 걱정과 함께 피로감이 머리를 스친다. IP의 힘으로도 극복하지 못할 피곤함이 흥행지표에도 반영될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흔히 많은 물건을 모아놓은 상황을 백화점에 비유하곤 한다. ‘요철세계’ 세계 역시 게임 콘텐츠 백화점에 비유할 수 있다. 많은 상품이 진열돼 있지만, 딱히 손이 가지 않는다. 이럴 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히 진열과 상품을 바꿔야 한다. 만일 이 게임이 한국에 서비스된다면, 불필요한 부분을 쳐내고 핵심을 강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백화점에 진열된 물건이 많다고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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