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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퓨저, 리듬 게임 한계를 넘어선 자유를 품었다

엔씨소프트가 콘솔-PC 플랫폼 신작 ‘퓨저(FUSER)’를 지난 10일 북미와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인 게임으로,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가 서비스하고 음악 리듬 게임 전문 개발사 하모닉스가 개발한 신작이다.

리듬 게임 팬이라면 하모닉스란 개발사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기타히어로’, ‘락밴드’ 등 다양한 리듬 게임을 출시한 회사기 때문이다. 유명한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재미를 수준 높게 구현해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들이기도 하다. ‘퓨저’를 북미와 유럽 시장에 먼저 선보인 것도 확실한 네이밍 밸류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노트 중심의 리듬 액션 탈피한 ‘퓨저’

퓨저는 DJ와 믹싱, 소셜 기능을 융합한 차세대 리듬 게임이다

그동안 리듬 게임은 노트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리듬 액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부분의 게임이 위에서 떨어지는 노트에 대응하는 버튼을 누르고, 얼마나 정확한 타이밍에 입력했는지를 수치화해 결과에 반영했다. ‘비트매니아’, ‘디제이맥스’, ‘댄스 댄스 레볼루션’, ‘펍프잇업’ 시리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밖에 ‘파라파더 래퍼’, ‘버스트 어 무브’, ‘오디션’, ‘러브비트’ 등 리듬 댄스 게임도 모양이 다를 뿐 플레이 방식과 경험은 비슷했다.

하모닉스가 ‘퓨저’ 이전에 출시한 게임들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재대로 노트를 쳐내고, 원곡을 재현하는 실력만이 평가의 기준이었다. 게임에서 말하는 자유도, 즉 유저의 돌발적인 행위와 진행은 리듬 액션과 거리가 멀었다.

캠페인은 프로모터의 지시에 따라 음악을 믹싱하며 게임을 익히는 일종의 튜토리얼이다

이런 이유는 단순하다. 자유도 높은 연주와 믹싱은 독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음악을 연구한 사람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화음을 만들어 내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자에게 갑자기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곡을 만들어 내라고 한다면 십중팔구는 이상한 음악이 탄생할 것이다. 음악을 믹싱하는 파티 게임이란 콘셉트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런 고정 관념 때문이었다.

 

■ DJ가 되어 리듬을 가지고 놀자

DJ 데크에 4개의 곡을 세팅해 나만의 음악을 믹싱하는 게 핵심 즐길 거리다

요약해서 설명하면 ‘퓨저’는 한 차원 높은 리듬 게임으로 완성됐다. DJ가 되어 파트에서 신나게 비트를 타는 경험을 전달하고자 했고, 그 목표를 완수한 듯 보인다. 대중의 호응, 점수 등 평가의 지표는 있지만, 사실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의복과 복장 등 꾸미기 요소를 얻는 데는 정해진 미션을 해결해야 하지만 음악에 초점을 맞추면 사소한 것들일 뿐이다.

수록곡은 올드 팝부터 최신 EDM까지 폭이 넓다

음악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간편하다. 유저는 어떤 곡들을, 어떤 속도로 들려줄까만 고민하면 된다. 유명한 곡들에 사용된 리듬, 악기, 보컬을 떨구면(드랍)하면 게임이 알아서 믹싱해 결과를 들려준다. 과정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결과 역시 바로 반영된다.

게임에 탑재된 곡은 총 86곡. 힙합, 팝, 라틴(레게), 댄스 등 장르의 폭이 넓다. 발표된 앨범도 1970년대부터 2020년까지 대중음악 전반을 아우른다. 이런 음악들을 신나게 주무르며 즐기는 경험은 지금까지의 리듬게임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포인트다.
 

■ 캠페인으로 시작되는 DJ 생활

캠페인 모드를 진행하며 치장 아이템과 음악을 구매할 코인을 얻자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필자에게 믹싱은 막연하게 어려운 작업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게임을 어느 정도 플레이한 순간, 최소한 ‘퓨저’의 세상에서 믹싱은 식은 죽 먹기보다 간단했다. 간단한 조작을 보조하는 탄탄한 시스템과 자유도가 이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설계다.

화면 위쪽에 표시된 음반에 커서를 맞추고, A-S-D-F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연주가 시작된다. 복잡한 믹싱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알아서 BPM과 화음을 맞춰준다. 사실 아무 음악이나 섞어도 꽤 들을만하다. 믹싱한 곡에 따라 보컬이 늘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제외한 리듬 만 따지면 대부분 들을만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후반에 가면 믹싱할 곡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BPM과 키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완성한 곡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순 있다. 다만, 게임의 목표, 더 많은 곡, 커스터마이징을 위해서는 캠페인 모드에서 기본기를 닦을 필요가 있다. 6개의 스테이지(축제)와 세트, 총 36단계를 거쳐 ‘퓨저’가 제공하는 믹싱을 하나씩 알아볼 수 있다.

음박을 드랍하는 타이밍부터 시작해, BPM을 변경하고, 여러 리듬(파란색)을 섞는 방법, 드럼패드 연주와 드랍을 배우게 된다. 처음에는 4분의 4박자의 끝부분인 드랍비트에 맞춰 정해진 앨범을 떨구는 법을 배운다. 오른쪽에 표시된 미션에 따라 앨범을 드랍하면 관객 호응과 점수가 오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게임이 제공하는 도구를 하나씩 익히게 되고, 무언가 부족했던 나만의 믹싱을 제공할 기본기가 다져진다.
 

■ 정해진 방식은 없다, 자유롭게 섞어 즐기자

격식 있는 파티에 품위 있는 음악을 선보이자

유연한 게임 플레이는 ‘퓨저’는 필자가 느낀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자 강점을 가진 특징이었다. 플레이 방법과 데크의 특징을 학습했다면,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단번에 수십배로 늘어난다. 좋아하는 팝송을 베이스로 새로운 가사를 더하는 것도 좋고, 드럼 패드로 원하는 리듬을 추가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유저가 선택한다. 정해진 타이밍이 있긴 하지만, 이를 무시해도 리듬은 계속된다. 오히려 아무렇게나 떨군 곡들을 알아서 듣기 좋은 곡으로 섞어주는 게임에 감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음악적 지식이 부족한 필자 역시, 스스로 감탄할 정도의 마스터피스를 만들어 우쭐해지는 순간이 찾아오곤 했다.

드럼 패드로 나만의 리듬을 짜 넣어도 된다

게임 속 믹싱에도 왕도는 없다. 다만 비슷한 장르를 섞을 때 보다 안정적인 맛이 난다. BPM이 빠른 곡의 보컬을 느린 곡에 믹싱하면 목소리가 늘어지는 것만 주의하자. 물론, 이를 영리하게 이용한 믹싱도 가능할 것이다.

훌륭한 믹스가 완성됐다면, 스냅샷 기능으로 저장하면 좋다. 믹스한 곡을 저장해, 다른 믹스에 활용하면 된다. 프리스타일에서는 데크에 드랍한 앨범 4개를 한 번에 바꿀 수도 있으니, 댄스 브레이크 혹은 비트폭격 지점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 앨범 구매에 레벨 제한을 둔 이유가 뭘까?

일부 곡에는 레벨 제한이 걸렸다

믹싱에 사용된 곡은 플레이로 얻은 재화로 구매해야 한다. 이 중 일부 곡은 구매 제한이 걸려있다. 특징을 살펴보면 최신곡이거나 EDM 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래도 믹싱이 쉬운 편인 곡들보다, 먼저 유명한 곡으로 다양한 믹싱을 시도해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굳이 이런 제한을 걸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좋아하는 음악이 아예 없다면 모를까, 있는데 쓰지 못하는 것은 꽤 불합리하다. RPG라면 장비의 성능 때문이라는 이유라도 있을텐데, 리듬 액션과 구매 제한은 어울리지 않는다. 음반 라이선스 문제가 아니라면 이런 제한은 풀어줬으면 좋겠다.

한 세트에 총점은 별 5개. 그런데 3개 이상을 받기가 너무 어렵다

시스템 적으로 보면 점수 획득 방식, 지나치게 긴 멀티 플레이 및 배틀 모드 대기 시간 등도 아쉬움을 남긴다. 캠페인 모드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주어진 미션을 기반으로 믹싱을 진행해야 하는데, 점수를 책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고득점을 노리기가 어렵다. 멀티 플레이 진입부터 로비 생성시간도 약 1분 50초가 걸리는 부분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이다.
 

■ 리듬 게임의 한계를 넘어선 ‘퓨저’

꾸미기 요소는 캐릭터, 무대, 효과로 크게 나뉜다

‘퓨저’는 진정한 의미에서 차세대 리듬 게임이라 부를만하다. 기술적 문제,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장르에 오랜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유저 경험(UX)을 더해 새로운 장르를 완성했다. 노트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경험은 분명 게임이 아니면 어려운 색다른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색다른 경험이 재미있는지는 유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른 유저와 믹싱을 함께하는 협동 모드와 믹싱한 음악을 공유하는 소셜 모드로 온라인 파티를 즐기자. 화면은 멀티 플레이 배틀 모드.

중요한 것은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의 악기와 보컬을 네 개로 쪼개고, 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기술적 도전은 분명 자연스럽고, 만족도도 높았다. 여기에 가상현실(VR) 기기를 접목한다면, 진정한 온라인 파티의 장이 될 수 있다. 흥겨운 리듬 게임이 그리워지는 요즘, 온라인 파티를 즐기고 싶다면 '퓨저'를 주목하자.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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