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이 성남시와 협약을 맺고 설립한 성남게임힐링센터는 출범을 기념해 15일 온라인 스트리밍 공개 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강연은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이자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김경일 교수가 2020 보호자 게임이해하기(리터러시) 교육의 일환으로 ‘게임하는 자녀와의 소통방법’을 주제로 진행했으며, 약 100여명의 온라인 관람객이 참여해 강연을 시청하며 댓글로 직접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먼저 김 교수는 단어 사용부터 지적했다. 보통 게임 중독이라는 말을 쓰는데, 중독이라는 말은 조심스럽게 표현해야 한다. 아이들과 좋은 대화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편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마약은 중독 물질이며 소량만 해도 인생이 끝날 정도로 중독된다. 알코올과 니코틴도 중독에 속한다. 있는 그 자체로서 안 좋은 것은 중독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그에 비해 게임은 적절한 양을 하면 굉장히 좋은 일이 벌어진다. 그 양을 지키지 못해 문제가 되며, 양에 대한 적절함의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를 다루기 앞서 김 교수는 한국인의 특성을 지적했다. 일단 한국인은 무엇을 해도 중독적 증세를 많이 보이는데, 이는 한국 사람의 특징이라는 것. 그런 면에서 공부 중독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인데, 공부 외에도 일과 게임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지적 수준이 평균적으로 떨어지는 나라에서는 알코올-마약 중독이 많고, 지적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공부-일-게임-도박 과몰입이 발생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사람은 머리는 좋은데 낙천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많고, 그 결과 많이 성취하려는 의지가 있어서 뭘 해도 열심히 하기에 놀때도 열심히 한다는 것. 여행을 빡빡하게 하는 사람들은 주로 한국 사람이며, 만족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인 중에서는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이 타국에 비해 적다. 왜냐면 마약과 알콜은 죽어라 열심히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며,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부자들에게 마약 중독 경향이 높다고 밝혔다. 즉 중독과 과몰입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정도의 차이로 몰입을 해야 결과가 나오는 행위가 과몰입이며, 그것이 한국인이 가진 하드웨어의 경향 때문에 두드러진다는 것.

그런 면에서 부모들은 공부에 과몰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국내에서는 80년대까지 일 중독이란 말을 쓰지 않다가 80년대 말부터 일로 인해 무너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 단어가 생겼다고 한다. 그들 일만 하다가 페이스가 떨어져 스스로 무너지는 경향을 주로 보였다. 때문에 일도 과몰입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 

인지 심리학에서는 공부와 일, 게임 등 3가지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부모들인 게임은 중독이라고 보기에 적절하게 하는 것 자체를 포기해 무조건 못하게 하고 방해하고 있다며 게임도 일처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늘 적당하게 해야 하는데 그 적당함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 적당함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다음 주가 다르다. 

또 심리학에서 정직하고 겸손한 것을 최고의 사람으로 치는데, 이는 서로 반대의 개념이다. 정말 정직하면 겸손하지 못하다고 하고, 정말 겸손하면 위선적이라고 한다. 그 적절한 지점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고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적절한 양은 없고 매일 매일 다르며, 적절한 지점을 찾는게 어렵다고 인정해야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그때마다 기준을 만들고 여러가지를 생각해 적절하게 적용해야 하며, 그런 식으로 게임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을 잘 하는 아이에 대한 부분도 지적했다. 우리 아이가 다 좋아하거나 잘 하는 것은 적성이 아니며, 취미라고 정의했다. 또 빨리 마무리하면 성과가 따라오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니 이것도 적성이 아니며, 밍기적대고 난리를 치고 잘 안돼도 거기에 계속 남아있어야 그것이 적성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게임을 잘 하는 것은 그것을 통한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니, 보상 같은 게 없어도 게임을 하고 있다면 게임에 관심이 많은 아이다. 게임을 잘 하고 빨리 늘어난다고 해서 게임 산업으로 가는게 아니니 우리는 취미를 발견하고 적성인줄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각적으로 튀어오르는 현상에만 반응하고 전자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팝콘 브레인 증상이 언급하곤 한다. 그래서 게임을 하면 머리가 나빠지고 바보된다는 말이 있는데, 게임만 하면 망하는거 맞고 게임을 아예 안 해도 망하는게 맞다. 과거에 TV가 바보상자로 불렸다. 하지만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며 적절히 보면서 그 양을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읽기를 원할텐데, 책도 유튜브나 TV처럼 뭔가를 전달하는 매체인데 4~500년전에도 책이 그런 취급을 받았다. 인쇄가 되어 책이 보급되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책을 보면 바보가 된다고 했다. 쓰지 않았는데 머리속에 들어갈 것이냐는 거다. 

물론 책만 보고 쓰지 않아도 문제가 된다. 읽고 써야 한다. 예전에는 쓰고 읽고 TV도 봐야 했다. 보는 거에 익숙한 건 문제가 아니다. 그걸 죄악시하고 읽게만 하는게 문제다. 보고 쓰고 읽는 것을 다 해야한다. 

그런 면에서 김 교수는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이 연속 피드백이며 그것이 게임이다. 피드백이 없으면 게임이 아니다. 공부도 피드백을 주면 재미있고 그것도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각광받는 사물인터넷도 게임과 마찬가지이며,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으면 4차 산업시대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임적 요소를 이해하는 친구들은 훨씬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 그런 면에서 지식으론 AI를 이길 수 없으니 앞으로 자녀들은 AI가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

김 교수는 “우리 아이들이 게임만 하는 건 바라지 않는다. 게임을 통해 아이가 오래 눌러앉아 있으면서 그 과정에서 게임적 요소를 보이는 부분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그러면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하는 유니크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귀뜸하기도 했다.

길게 살아가야 할 아이들의 학업 구조가 과거의 사회적 기준에 맞춰져 있는 부분도 지적했다. 그래서 고민을 길게 가져가야 하는데, 예를 들어 한 번쯤 19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야하는 구조를 깨서 몇 살에 대학에 가는 게 좋을지를 자녀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게임에 관련된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가는 곳은 게임 관련이 아닌 곳이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지휘 통솔 능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이 팀웍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인 것이 서글프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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