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버그로 인해 혹평을 받고 있는 ‘사이버펑크 2077’에서 또 하나의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했다. 세이브 파일의 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세이브 파일이 손상되는 현상이다. 개발사는 포럼을 통해 “세이브 파일의 용량을 낮게 유지해달라”라고 전했다.

폴란드 개발사 CD PROJEKT RED(이하 CDPR)의 신작 ‘사이버펑크 2077’은 연말에 출시되는 콘솔-PC 게임 중 큰 기대를 받고 있던 게임 중 하나였다. CDPR이 기존에 출시했던 ‘위쳐3’가 지난 몇 년간 굉장한 호평을 받았었다는 점도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이버펑크 2077’은 출시 직후부터 다양한 버그가 속출하면서 유저들의 비판을 받았다. 너무나 많은 버그가 나오자 개발사에 대한 인식도 급격하게 나빠졌고 주가도 상당히 내려갔다. 결국 CDPR은 소니와 MS와 협의해서, 유저들이 PS 스토어와 Xbox 스토어에서 구매한 디지털 버전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에는 꽤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했다. 바로 세이브 파일이 손상되는 현상이다. ‘사이버펑크 2077’ 공식 포럼에는 게임을 시작하려고 할 때 ‘세이브 파일이 손상됐다’라는 문구가 나온다는 유저들의 제보가 연이어 나왔다. 게임의 세이브 파일이 손상되면, 지금까지 진행한 내용이 모두 사라진다. 세이브 파일을 따로 백업해두지 않은 이상,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이다.

유저들의 제보에 따르면, 이 현상은 세이브 파일의 용량이 8MB를 넘어가는 경우에 발생하며, 주로 PC 버전에서 나타난다. 게임의 세이브 파일 용량은 게임을 오래 즐길수록 커진다.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가 조금씩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템 복사 버그를 이용한 유저들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의 수가 많기에 이번 버그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제보가 연이어 나오자 CDPR도 공식 포럼에 관련 공지를 올렸다. CDPR은 “불행하게도, 손상된 세이브 파일은 복구할 수 없다. 아이템과 재료의 양을 적게 유지하도록 노력하라. 아이템 복사 버그를 사용했다면, 그것을 사용하지 않은 세이브 파일을 불러서 사용해달라. 앞으로의 패치를 통해 세이브 파일 용량의 상한선이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이미 손상된 세이브 파일이 복구되진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유저들은 세이브 파일의 안전을 위해서, 되도록 아이템을 적게 가지고 다니면서 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번 버그는 굉장히 심각하다. 지금까지의 버그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든지, 애니메이션이 주변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든지, 게임이 중간에 다운되는 것들이었다. 이런 버그들은 세이브 파일 오류처럼 지금까지 진행한 내역이 한 번에 사라지게 만들진 않았다. 그리고 게임이 다운되면 마지막 세이브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라도 있었다. 하지만 세이브 파일이 손상되면, 진행한 내역이 모두 사라지고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오랫동안 게임을 즐긴 유저 입장에서는 굉장히 허탈해지는 순간이다.

이로써 각종 버그로 몸살을 겪고 있는 ‘사이버펑크 2077’와 개발사 CDPR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지게 됐다. 이 정도 상황이면, 당분간 버그 수정에 집중하고, 버그를 대대적으로 수정한 패치가 나올 때까지 게임 실행을 자제해 달라고 공지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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