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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처참하게 무너진 반쪽짜리 미래도시. ‘사이버펑크 2077’

CD PROJEKT RED(이하 CDPR)의 ‘사이버 펑크 2077’(이하 사펑)은 2020년의 대미를 장식할 적임자로 손색이 없었다. 일정대로였다면 2020년 4월에 선보였어야 할 작품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 및 신형 콘솔들의 출시 등으로 연기를 거듭하며 결국 12월에 선보이게 됐다. 

갓쳐3(위쳐3 와일드 헌트)라 불린 작품 덕에 8년여에 가까운 개발기간과 두번의 연기에도 게이머들은 기꺼이 기다려 줬다. 출시 전 우선 플레이 대상자였던 게임 매체들의 평가도 매우 긍정적이었고, 한국 출시에 앞서 음성 한글화 발표는 기대치를 최고조로 올렸다. 

출시 후 약 1개월이 지나 해를 넘긴 지금 사펑의 상황은 어떠할까? 구관이 명관인지, 평범 이상 이하도 아닌지, 이번에도 속은 것인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완성된 미래인지? 뒤틀린 미래인지?

 

■ 오픈월드, 이제는 부피로 말한다

먼저 맵이나 스킬 트리, 퀘스트 진행 표 같은 UI(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위쳐3를 상당부분 차용한 편으로 크게 흠잡을 곳은 없다. 굳이 불편한 부분을 찾는다면 수시로 확인할 맵과 저널(퀘스트 확인)간의 이동에는 스킬 트리 화면이 끼어 있다는 점 정도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UI 디자인

사펑의 월드 규모를 평면만으로 보면 최근 오픈월드 게임들과 비교해 작은 편이나, 무대가 되는 고층 빌딩과 건물들까지 포함한 부피로 보면 상당한 규모라 볼 수 있다. 평면의 이동거리가 줄어들었지만 높이가 더해지며 이동의 지루함도 없어졌다. 

월드의 구조와 활용도 측면만으로 봤을 때 GOTY를 수상했던 오픈월드 게임들보다 한 단계 발전한 형태라 본다. 반면 맵 UI는 기존 오픈월드의 형태와 다르지 않아 빌딩이나 높은 건물의 중간에 있는 퀘스트나 구조물 등을 찾기가 어려울 때 있다. 

가이드 없이는 빌딩 중간까지 갈수 없다

 

■ 반만 살아 있는 미래도시

현재까지 미래를 표현한 오픈월드 게임들 중 순위를 매긴다면 사펑이 단연 1등이다. 각 객체와 구조물은 치밀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고, 사이버 펑크라는 독특한 세계관 또한 완벽히 재현했다. 

추잡하고 허술한 미래도시인 나이트 시티를 구성하고 있는 캐릭터들 또한 상당히 조화롭게 디자인되었다. 확실히 고품질로 디자인된 나이트 시티는 보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다만 이는 월드 자체의 비쥬얼 완성도만 고려했을 때의 이야기다. 

나이트 시티 자체가 미래다

월드의 생동감을 논하게 되면 ‘레드 데드 리뎀션2’ (이하 레데리2)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사펑은 출시 전 마케팅을 통해 NPC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 숨쉬는 나이트 시티를 구현했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출시 후 사펑의 오픈월드는 과거의 위쳐 3나 ‘GTA 5’, ‘어쌔신 크리드’ 등의 게임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지 2018년 출시된 레데리2에는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면 레데리2의 NPC는 지나가는 행인일 지라도 시간, 공간에 따른 이동 루트가 존재하고 크고 작은 사연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 퀘스트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반해 사펑은 퀘스트 유무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사펑의 오픈월드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나 ‘레데리2’가 너무 대단했기에 어쩔 수 없이 비교 되는 듯하다. 

그냥 단순한 NPC일 뿐이다

 

■ RPG의 재미는 충분! FPS는?

사펑은 이례적으로 오픈월드 게임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FPS 1인칭 시점이다. 그래서 출시 전 ‘스카이림’의 미래 버전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보더랜드’, ‘데스티니’ 등의 성장형 FPS 게임을 떠올릴 수도 있겠는데, 슈팅의 비중 보다는 RPG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스카이림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위쳐 시리즈의 노하우 덕분인지 슈터 형태의 액션을 지향하는 전투 시스템을 지니고 있지만, 능력을 강화하고 성장해가는 RPG의 재미는 충분하다. 능력치 포인트를 어느 쪽으로 투자하는가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지고, 사이버웨어 시스템을 통한 장비 세팅의 재미도 충분히 갖췄다. 

온몸에 USB 단자가 있다고 보면 된다

반면 전투적인 측면에서 보면 굳이 1인칭 시점을 고집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캐릭터를 움직이거나 총을 쏠 때의 조작감은 일반적인 FPS와 비교해 손색이 없고, 슈팅, 해킹, 격투 요소를 생각보다 잘 조합했다. 

그런데 이런 재미가 1인치 시점이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답답하게 느껴진다.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장치들로 인해 1인칭 시점을 선택한 이유가 납득이 되긴 한다. 단 근접 전투의 1인칭 화면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무기를 들고 허우적댄다는 느낌을 받기 쉬워 공방의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1인칭을 선택한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일반적으로 FPS는 적들과의 전투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플레이가 진행된다. 하지만 사펑은 일정 대미지 이상을 맞아야 쓰러지는 RPG의 개념상, 헤드샷을 1~2방 날린다고 해결되지 않고 근접형 적들은 그냥 돌진해 오며, 원거리 적들은 귀찮은 존재가 된다. 

머리는 RPG라 하고 있지만 몸은 FPS라고 느끼고 있는 괴리감은 1인칭이라는 요소 때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1인칭이 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기어스 오브 워’나 ‘언챠티드’ 시리즈 같은 방식을 혼용하는 것도 가능했지 않았나 싶다. 

아크로바틱한 멋진 전투 화면은 없다

 

■ 다양한 퀘스트 동선, 아쉬운 레벨 디자인

월드 구조가 탄탄하다 보니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져 퀘스트 수락과 진행에 있어서 크게 고민할 거리가 없어진 것은 강점이다. 퀘스트는 각 캐릭터의 능력과 개성에 대응되는데, 다양한 진행 루트가 있어 다회차 플레이에도 같은 퀘스트지만 다른 루트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초반에 등장하는 ‘라만차의 여자’에서는 목적지에 가려면 특정 능력이 필요한데, 능력이 없어도 레벨이 되면 다른 루트로 가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양한 진행 경로의 존재는 사펑의 능력 강화 시스템과 맞물리며 퀘스트 수행 재미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퀘스트 진행의 감초, 해킹

메인과 주요 사이드 퀘스트들은 캐릭터의 능력에 맞게 적절히 등장하는 편이지만, 돌발 퀘스트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통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발생하는데, 문제는 아무 생각없이 한참 진행하다가 캐릭터의 능력에 버거운 상황을 자주 맞이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플레이의 맥을 끊어버리는 돌발퀘스트에 손을 대지 않게 되는 상황도 만들어진다. 

이동중인 상황에도 시도때도 없이 퀘스트가 발생한다

 

■ 7년 전 게임보다 못한 이상한 AI

1인칭 시점에 결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FPS로서의 장점이 흡수되어 있기에 3인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행동이나 체험이 많아졌다. 해킹, 총격, 스텔스, 격투 등 목적에 맞는 다양한 전투 스타일이 1인칭 시점에서도 유연하게 이뤄지다 보니 중반 정도가 지나면 1인칭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 부분 상쇄된다. 

영상 분석은 1인칭이 아니면 어렵다

그런데 게이머가 상대해야 할 적들의 종류와 인공지능은 위쳐3보다 후퇴한 느낌이다. 위쳐3에서 몬스터의 약점이나 특이점을 파악하고 전투를 나서야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세계관으로 몰입하는 장치가 되었는데, 사펑은 그런 부분이 매우 미흡하다. 기본적으로 인간 이외의 적이 나오지 않는다. 

머신과 융합한 적이 나오긴 하지만 정말 드물고 개성 있는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냥 좋은 무기와 장비를 들고 적에게 총탄을 날리거나, 근접하여 베거나 때려잡는 식이다 보니 전략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신화 이상 급의 무기에는 각종 상태이상 효과가 덕지덕지 붙어있지만, 적과의 전투에서 거의 체감되지 않는다.

특히 인공지능은 트리플A 게임의 AI는 절대 아니다. CDPR이 적들의 AI 개발은 완료되지 않은 채 게임을 출시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네임드급 적들을 제외하고 특수 부대원이나 변두리의 갱이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캐릭터의 행동에 모두가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등 나열만해도 리뷰의 10줄 이상은 할애할 수 있다. 현재는 여러 번 패치를 통해 출시 초반에 비해 살짝 나아진 편이긴 하지만, 분명한 점은 7년전에 출시한 GTA 5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퀘스트에 등장하는 AI는 똑똑하다

 

■ 단점을 상쇄하는 스토리 텔링

메인 스토리, 주요 사이드 퀘스트 등의 개연성과 풀어가는 프로세스는 완벽에 가깝고, 이를 격렬하고 역동적인 연출로 게이머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리뷰로서 이것저것 뜯어봐야 했기에 평범한 오픈월드, 미흡한 AI, 애매한 퀘스트 레벨 디자인 등에 아쉬운 점을 논한 것이지 게이머의 입장에서 보면 플레이할 가치는 충분하다. 

위쳐3에서 플레이를 진행할수록 게이머가 주인공인 ‘게롤트’에 감정 이입이 되어 갔듯, 사펑의 주인공인 ‘V’에게도 동일한 체험을 하게 된다. 특히 스토리를 이어가다 보면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만들어지는데, 단순히 옮고 그름이 아닌 이념과 생각의 다름으로 접근하는 것도 있어 진지하게 스토리에 빠져들게 한다. 

형님이 나오기 때문에 참는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초반에 기억하고 숙지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일반적인 RPG들이 게임의 중반까지 조금씩 정보를 풀어가며 세계관을 이해하게 하지만, 사펑은 초반에 거의 다 풀어버린다. 때문에 세계관을 이해하고 인물관계를 파악하고 용어를 알아가려면 초반에는 가급적 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천천히 플레이에 임해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빨리 진행하기 위해 대사를 흘려서 보거나 이벤트 영상이 길어진다고 스킵해 버리면, 깊이 있는 스토리에 빠져들지 못한 채 사펑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된다.

너무 많은 정보가 산발적으로 펼쳐진다

 

■ 애초에 콘솔 버전 출시는 미뤘어야 했다

출시와 함께 PC와 XBOX쪽은 버그 및 AI 문제가 있긴 했지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순조로운 분위기를 이어간 반면, PS4 버전에서 집중 포화를 맞는다. 말도 안되는 버그들이 속출했으며 일반 PS4에서는 NPC가 늘어나거나 다수의 총격전에서 어김없이 튕겨버리는 크래쉬 현상이 벌어진다. 

심지어 지나가는 NPC와 대화를 했을 뿐인데 크래쉬 화면을 보는 경우도 빈번하다. 플레이를 하면서도 언제 어느 순간에 갑자기 크래쉬 화면을 맞이하게 될지 예측 조차 안되기 때문에 문서 작성을 하듯이 저장을 일상화 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두 시간에 한 번은 본 것 같다

게임이 재미있으니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불량 수준이었으니 쉴드를 쳐줄 수도 없다. 앞선 이런저런 장단점을 열거하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PS4 유저는 사면 안되는 제품이다. 이제는 스토어에서 내려가서 살 수도 없다. 나중에 개선하여 재 출시가 된다고 하더라도 선발대의 평가를 기다리고 구매하길 추천한다. 

한편으로 출시 전 사전 플레이를 진행하여 리뷰를 게재했던 매체들은 ‘라스트 오브 어스 2’에 이어 또 다시 양치기 소년이 됐다. PC버전만 제공받았다는 알리바이는 더욱 불을 붙여버린 감이 있지만 결국 매체의 평을 보고 지갑을 연 게이머들의 분노는 수그러들기 어려웠다. 

불편한 상황이긴 하지만 2020년 두 번의 사건으로 트리플A 게임에 대한 출시 전 매체 평가의 신뢰도는 떨어졌다고 본다. CDPR과 소니가 팔 수 없는 상품을 출시 강행한 이유는 알고 싶지도 않고, 결과적으로도 실패했다고 본다. 

PS4용 판매가 중단되지 않았다면 더 떨어질 스코어다

 

■ 갓쳐의 영광을 시궁창에 버릴 셈인가!

사펑은 4월 중순 출시 예정이었던 게임이 12월 초에 발매되었는데 유저 입장에서는 돈 주고 오픈 베타 테스터가 됐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나마 칭찬할 점 하나는 2020년 GOTY를 수상한 논란의 그 게임과 달리 CDPR의 대응이 매우 빠르고 정석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 정도다. 

개발사 대표가 나서 사과에 나섰고, 가장 문제가 되었던 PS4 버전의 경우 업데이트 약속, PS4 버전 판매 정지와 구매자 전원 환불 공지까지 출시 후 10일이 걸리지 않았다. XBOX와 PC 버전은 패치로 풀어갈 예정이다. 

PC와 XBOX는 호흡기 연명으로 버티고 있다

어쨌든 2020년 대미를 장식하고 당당히 2021년의 GOTY 예정자가 되어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어야 할 게임이 엉망진창이 됐다. 현 상황에 재출시 및 업데이트 만으로 환골탈태 급의 게임으로 변신하는 극적인 해피엔딩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PS5와 PS4의 재 출시,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나아지길 기대해 본다. ‘위쳐3’로 쌓아 올린 자존심은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사펑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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