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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기만하는 5G 중저가 요금…차라리 보편요금제가 낫겠다

지난 2019년, 전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고 약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가입자는 1천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 국민 중 1/5이 5G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처럼 화려해보이는 5G의 내면은 아주 척박하다. 세계 최초의 5G 서비스를 위해 기존에 없던 국제 규격을 만들어 강행했고, 4G 대비 20배까지 빠른 속도와 1/10 낮은 지연속도를 내세웠지만 일반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속도는 4~5배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기지국이 부족해 스마트폰이 4G와 5G를 오락가락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그에 비해 통신사는 시설 투자 비용을 내세우며 아주 비싼 5G 요금제를 내놨다. 기본 요금이 10만원을 넘는 요금제도 있다. 여기에 신제품 스마트폰은 보통 8만원이 넘는 요금제에 가입해야 통신사의 지원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통사는 약정 기간동안 안정된 수익을 거둔다. 이통사가 받는 1인당 평균 매출이 공급 원가 대비 140%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만큼 비싼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런데, 요금제를 내놓을 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30년 가까이 유지되던 요금인가제가 최근 폐지되면서 신고제로 바뀌었다. 이통사들의 요금 경쟁을 저해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단,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하 SKT)는 여전히 정부가 심사를 진행한다.

이렇게 되자 SKT를 비롯해 KT와 LG유플러스(이하 LGT)가 기존보다 최대 30% 저렴한 5G 요금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했다. 소비자는 물론 정부까지 지속적으로 요금 인하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SKT의 요금제에 관심이 쏠렸다.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이통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9일 정부의 인가가 나면서 요금제의 정체가 드디어 공개됐다. 그 요금제는 언택트 요금제로, 5G의 경우 38요금제, 52요금제, 62요금제 등 3종류로 구성됐다. 데이터 제공의 경우 38요금제는 9GB, 52요금제는 200GB, 62요금제는 무제한이다.  

이 구성은 현재 5GX플랜 요금제와 동일하다. 55요금제와 75요금제, 89요금제가 동일한 데이터 제공을 하는 구성이다. 숫자만 보면 언택트 요금제가 5GX 요금제 대비 모두 30% 저렴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주 저렴한 요금제가 나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히 많은 제한이 걸려있다. 이 요금제는 SKT의 공식 판매 홈페이지인 T다이렉트샵에서 신규가입 및 기기변경을 할 때에만 가입할 수 있다. 게다가 반드시 T다이렉트샵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해야만 가입이 가능한데 T다이렉트샵에서 제공하는 할인쿠폰을 적용할 수도 없다. 기존 가입자가 이 요금제로 바꿀 수 없고 중고기기를 활용할 수도 없는 것이다.

또 이 요금제는 공시지원과 약정할인이 적용되지 않고 가족결합을 포함한 이동전화간 결합 상품 및 인터넷 결합 상품에도 가입할 수 없다. 요금제 가입기간은 결합 상품 가입 연수 산정에서 제외되며, 62요금제를 제외하고는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존에 가족결합 할인이나 공시지원, 선택약정을 비롯해 여러 결합 혜택을 받고 있는 소비자는 가입을 할 수 없을 뿐더러, 요모조모 따져보면 언택트 요금제가 되려 비싼 셈이 되고 있다. 그나마 후순위 사업자인 KT나 LGT는 조건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SKT 대비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는 정도다.

30% 저렴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5% 저렴하고, 여러가지를 따져보면 오히려 비싸서 조삼모사 격의 요금제가 나온 셈이다. 요금제의 실체가 드러나고 나니 오히려 알뜰폰 사업자를 도와주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통신사에 얽매이지 않은 소비자는 알뜰폰에 가입하는게 오히려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정부와 이통사, 특히 SKT와 한 통속으로 짜고 친 쇼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세니 행동은 취해야겠고, 손해는 보기 싫은 상황이니 엄청나게 머리를 쥐어짜낸 결과가 이번 요금제라고 본다. 지배적 사업자가 면피-생색용으로 내놨지만 수요는 거의 없는 요금제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소비자를 기만할 거라면, 차라리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를 시행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 나을 수도 있다. 보편요금제는 지배적 사업자에 정부가 고시한 요금제 출시를 강제하고, 2년마다 데이터 및 음성 제공량과 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제도다. 

소탐대실이라고 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꾸 소비자를 기만하는 요금제를 계속 내는 것에 더해 서비스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오죽하면 소비자들이 SKT의 약자가 신나게(S) 고객을(K) 털자((T)라고 비꼬겠는가.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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