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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IP가 아까운 방치형 RPG '방패 용사의 성공담: 리라이즈’

게임시장에서 IP(지식재산권) 활용 방법은 크게 독자적인 게임으로 만들거나, 컬래버레이션(콜라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나뉜다. 후자는 기존 게임에 색다른 재미를 추가하기 위해, 전자는 신작 게임의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이런 접근 방법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흔하게 쓰인다. 수많은 IP가 흥행하고 사라지는 일본에서는 위와 같은 사례가 유독 많다. 실제로 모바일게임 시장의 등장 이후 인기 게임 시리즈의 후속작, 혹은 스핀오프 게임이 수시로 발매되며 생명력을 이어왔다. 지난 몇 년간의 변화라면 애니메이션과 라이트노벨(판타지 소설)의 모바일게임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과거 인기 소설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지금은 모바일게임화라는 단계가 하나 따라붙었다. 흥행 여부를 판가름하는 하나의 지표로 통용되는 셈이다.

지난달 24일에는 동명의 소설 및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방패 용사의 성공담(盾の勇者の成り上がり) 리라이즈(RERISE)(이하 방배용사 리라이즈)’가 출시됐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만화 연재가 결정됐고, 지난 2019년 1월에는 1기 애니메이션이 방영됐다. 이후 2기 제작이 끝나기도 전에 3기까지 발표됐다. 마치 마지막 정해진 순서처럼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 라노벨 ‘방패 용사 성공담’, 스마트폰 세상에 입장

원작 소설은 모함을 쓴 용사가 역경을 딛고 세상을 구하는 과정과 이야기가 담겼다. 이세계로 소환된 용사가 활약하는 이세계물, 한국에서는 이고깽(이세계에 간 고등학생이 깽판을 친다의 준말)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단, 다양한 소설에서 클리셰로 굳어진 방식을 거부한 독특한 전개로 인기를 얻었다.

게임 역시 이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으로 IP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이 처음 만나고, 성숙해지는 과정은 시나리오로 따로 분리했다. 방치형 RPG인만큼, 일단 간단한 튜토리얼을 진행하고 바로 전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작을 본 유저라도 나름대로 즐길 거리는 있다. 리라이즈로 분류된 오리지널 스토리다. 물론,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시나리오 모드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후 캐릭터를 모으고 강화하는 방치형 RPG의 공식대로 게임이 흘러간다.


■ 평범한 방치형 RPG, 모난 곳도 특출난 곳도 없다

게임의 흐름은 일반적인 방치형 RPG의 틀을 따른다. 파티를 구성한 캐릭터들은 알아서 끊임없이 전투를 진행한다. 벌어들은 재화를 투자해 캐릭터의 성능을 올리고, 더 많은 캐릭터를 모으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특정 스테이지를 돌파할 때마다 열리는 시나리오와 오리지널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전투가 진행될 때 유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굳이 유저의 터치가 필요한 상황은 보스 전투를 할지 말지 결정할 때뿐이다. 이 게임은 보스를 다음 스테이지로 갈수 있는지가 결정되니 의외로 중요한 선택이다.

보스 전투 상황에서는 캐릭터가 1개의 주어진 스킬을 사용하며, 사용 타이밍을 유저가 선택할 수 있다. 초반 전투의 난이도가 대단히 낮아 오토와 4배속을 켜면 로딩 시간보다 빠르게 승리 화면이 출력된다. 이도 저도 귀찮다면 건너뛰기(스킵)로 보스 전투를 넘길 수 있다. 물론, 전투력이 충분하다면 결과는 무조건 승리다.

캐릭터 육성도 평범하다. 원작 소설의 등장인물이 적은 편이라, 하나의 캐릭터를 등급과 속성으로 나누는 궁여지책을 썼다. 따라서 등급만 다른 동일한 캐릭터를 한 파티에 넣을 수도 있다. 게임적 허용으로 이해하려 해도 찜찜함이 남는 부분이다. 이후 조각을 모아 캐릭터를 소환하고 팀에 배치하면 전투 준비단계가 끝난다. 다음으로는 장비 장착, 레벨업, 단련, 장비 해체와 보석 장착 등 게이머라는 누구나 알법한 육성 시스템을 반복 순환된다.

육성이 궤도에 오르면 토벌대, 카르미라섬, 투기장, 팀퀘스트 등의 콘텐츠가 열린다. 토벌대는 강력한 보스를 여러 유저가 함께 공개해 처치하는 콘텐츠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책정되는 일반적인 레이드 모드다. 카루미라섬은 캐릭터 단련에 필요한 재화(단련서)를 모으는 파밍, 투기장과 팀퀘스트는 경쟁-협동 콘텐츠다. 10일에는 길드 콘텐츠 공성전이 추가되는 등 업데이트가 이어지고 있다.


■ IP 활용, 이게 최선인가요?

게임성을 떠나 IP 활용 측면을 살펴보면 실망감이 커진다. 스토리를 보여주는 방식이나 기법이 최신 게임보다는 고전 게임을 연상케 한다. 모든 스토리는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일러스트와 컷을 재활용하고, 대사를 텍스트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게임의 태동과 함께 등장한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 혹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다를 바 없다. 단순한 텍스트 나열이라도 캐릭터 목소리 연기(CV) 정도는 추가했다면 원작과의 관계성도 눈에 띄었을 것이다. 원작 시나리오 모드는 대부분의 대사가 이미 애니메이션에서 녹음이 된 만큼, 재활용이라도 해줬으면 한다.

라이브 2D 등 눈요깃거리도 없다. 충격을 받았을 때 일러스트가 좌우로 흔들리는 흔한 연출조차 찾기 어렵다. 개발하기 어려운 기능도 아닌데 이 정도는 해주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또, 캐릭터 일러스트 화면은 축소와 확대 등 기본적인 요소조차 구현되지 않았다. 과연 이 게임이 팬들을 위한 IP게임이 맞나 하는 물음이 머리를 스친다.

전투 애니메이션도 실망감을 키우는 요소다. 캐릭터 별로 공격 모션과 스킬 사용 모션 단 2개만 반복하기에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 그나마 스킬 사용 모션은 보스전에 입장해야지만 볼 수 있다. 스킬 모션도 무기를 치켜들고, 앞으로 찌르거나 베는 동작이 나올 뿐이다. 방치형 RPG라도 IP를 쓴 이상 주인공 나오후미가 방패를 바꾸는 등 원작 캐릭터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구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 알아보기 어려운 UI, 옵션은 없다?

시스템과 인터페이스(UI)도 한국 유저 입장에서는 꽤 불편하다. 단순한 게임 화면임에도 필요한 정보를 알아보기가 너무 어렵다. 오리지널 스토리와 시나리오를 즐기는 사성무기서 화면은 아래쪽에 탭으로 이야기가 분류되는데, 집중해서 찾지 않으면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파티 편성도 한국 게이머에게는 다소 생소한 방식으로 구현됐다. 캐릭터 화면에서 장비일괄창착과 도감 사이에 편성 버튼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파티 구성 메뉴를 찾을 수 없어 기본 캐릭터 2명으로 전투를 하다 보니 효율이 떨어졌다. 결국 여기저기 건드린 끝에 파티 구성을 제대로 마칠 수 있었다.

캐릭터 종류를 보여주는 도감 메뉴가 일괄장착과 같은 선상에 배치된 것도 특이했다. 아무래도 옵션 메뉴가 없기에 꼭 필요한 것들 몇 가지를 여러 창에 분산해서 배분한 듯하다. 덕분에 관련 메뉴를 찾느라 화면 이곳저곳을 터치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물론, UI 구성에 정석이 있는 건 아니다. 게임과 콘텐츠, 개발자와 목적과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배열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위험을 배제한 평범한 수집형 RPG를 개발하고 싶었다면, 옵션 역시 유저가 익숙한 방식과 배열을 따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한다.


■ IP가 아까운 ‘방패 용사 리라이즈’

‘방패 용사 리라이즈’는 급하게 IP를 덮어씌웠다는 느낌이 강하다. 먼저 게임성만으로 따지면 평범한 방치형 RPG 수준은 된다. 여기에 스토리모드와 협동, 대립 콘텐츠로 구색을 갖췄으니 가볍게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다.

반면 IP 게임을 기대하고 게임을 설치한 유저가 만족감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 원작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스토리 모드가 글자로 묘사되는 것을 빼면 특별한 게 없다. IP게임은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만 해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방패 용사 리라이즈’는 이런 기회를 잡기도 어려워 보인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IP가 아까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극단적으로는 IP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툴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라노벨을 홍보하기 위해 짧은 만화를 2개월 단위로 연재하기도 하는데, 이런 활동에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러 가지 단점에도 이 게임은 현재 일본 구글플레이 무료 인기순위 27위, 애플 앱스토어 92위(10일 기준)를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공성전 업데이트가 진행된 당일에는 약 10여개의 채널이 혼잡상태로 표시되니 나름대로 유저 층을 확보한 듯하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재미인지, IP의 힘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판가름이 날 듯하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기대했던 원작의 팬에게 더 나은 IP 게임을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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