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글로벌 IT 시장에 뿌리내린 대기업이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있어서만큼은 입지가 좁다. 2013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은 게임 사업,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비극으로 끝난 믹서 서비스까지 실패를 거듭했다.

지난 십수 년간의 행보를 돌아보면, MS의 콘텐츠 산업은 삐걱이기 일쑤였다. 2005년 출시한 엑스박스 360이 대성공을 거둘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후속 기종인 엑스박스 원의 성과는 잔혹했다. 경쟁 기종의 반도 안 되는 판매량으로 사실상 실패 딱지가 붙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믹서도 끝 맛이 씁쓸했다. 거물급으로 성장한 개인 방송 진행자(스트리머) 닌자, 슈라우드를 영입하고도 조명 받지 못했다. 흔들리는 무대에서 노련한 달인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7월 22일 서비스를 종료를 발표하며 기억에서 잊혀졌다.

실패는 교훈을 남긴다. IT업계에서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프로세스를 완성했다. 흔히 말하는 포스트모템(Postmortem, 검시)이다. MS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최근 보여주는 행보가 놀랍다. 무작정 확장이나 찔러보기 식 투자가 아닌 확실한 근거와 미래를 그렸다. 실행 단계도 하나씩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나가고 있다. 정점을 찍은 한수는 베데스다 모회사 제니맥스미디어 인수다.

MS는 지난해 75억달러(약 8조 7천억원)에 제니맥스미디어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IP와 개발조직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로 글로벌 게이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9일에는 미국과 영국 당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았다. 독과점 여부 판단을 받기 위한 절차가 끝나, 사실상 인수가 마무리됐다.

제니맥스 인수는 지금까지 MS의 행보와 느낌이 다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레드오션을 고집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정이기도 하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오만함은 잠시 내려놨다. 오히려 개척자의 입장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엑스박스 출시와 ‘헤일로’ 시리즈를 내놓던 그때처럼 말이다.

단순히 IP(지식재산권) 확보를 넘어섰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그들이 내놓은 차기작까지 품었고, 핵심 사업으로 지목한 구독경제 서비스 게임패스에 힘을 주는 한수이기 때문이다. 인수 승인과 동시에 게임패스 라인업을 확충하는 흐름은 MS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서비스 모델이 정착된다면 안방 게임시장은 다시 MS의 몫이 될 수 있다. 나아가 MS가 탐내는 스트리밍-클라우드-홈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가지가 뻗어나가는 계기를 삼을 것이 분명하다. MS 사티아 나델라가 해외 매체 씨넷과의 인터뷰에서 “콘텐츠를 통해 더 큰 커뮤니티로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라는 발언에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속내가 읽힌다.

잔혹사를 반복하던 MS가 달라졌다. 우왕좌왕했던 모습은 사라졌고, 분명한 청사진을 가지고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확실한 점은 게임 시장을 진지하게 마주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MS가 과연 목표한 바대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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