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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숙기에 접어든 중국 모바일 게임, 이제 ‘양산형’은 안 통한다

최근 중국 모바일 게임 산업을 지켜보면, ‘이제 양산형 게임으로는 성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정도의 수준이 됐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제는 확실한 차별점이나 경쟁력이 있는 게임만 성공하는 상태로 접어들었다.

최근 2년간 중국에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을 보면 다들 단단히 준비했고, 완성도도 꽤 뛰어나다.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매년 발급되는 게임 판호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에, 게임 업체들도 확실하게 자신 있는 게임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RPG처럼 기존에 경쟁 게임이 많은 장르의 신작은 완성도가 높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기존 게임과의 확실한 차별점(유명 IP, 게임성, 장르, 그래픽 품질 등 무엇이든)이 없으면 흥행에 실패하거나, 출시 직후에 반짝 흥행하고 매출 순위에서 사라진다. 텐센트는 방치형 게임에도 ‘페어리 테일’이라는 유명 IP를 동원할 정도다. 이른바 ‘양산형 게임’이 설 자리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최근 1년간 넷이즈의 행보를 보면, 이런 현상이 잘 보인다. 넷이즈는 2020년에 중국에서 다수의 신작을 출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공작이 없었다. 넷이즈의 대표적인 성공작인 ‘음양사’와 같은 장르인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RPG도 2종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빠르게 잊혀졌다. 게임 자체를 보면 분명히 잘 만든 게임이었지만, 기존의 같은 장르 게임들과 비교해서 이렇다 할 차별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중국 게임 업계 2인자인 넷이즈도 이제는 기존 흥행작과 비슷한 게임을 출시하면 성공하기 힘든 상태가 된 것이다.

다만, 2021년의 넷이즈는 분위기가 다르다. 넷이즈는 1월에 PC MMORPG ‘천유’를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 MMORPG ‘천유 모바일’을 출시했고, 이 게임은 지금까지도 중국에서 흥행 중이다. ‘천유 모바일’은 기존 모바일 MMORPG들과 비교하면 그래픽 품질이 압도적으로 뛰어났고, ‘천유’라는 유명 게임을 소재로 개발된 것이라 중국에서의 인지도도 높았다. 즉, 이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중국에서 모바일 게임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 ‘랑그릿사’를 성공시킨 즈룽게임은 3월 11일에 ‘천지겁: 유성재림’이라는 신작을 중국에 출시했다. 장르는 ‘랑그릿사’와 같은 SRPG다. SRPG는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주류 장르는 아니었지만, 즈룽게임은 ‘랑그릿사’로 이 시장의 잠재력을 잘 보여줬다. 그리고 기존의 개발 노하우를 잘 활용해서 같은 장르의 신작을 출시했다. ‘랑그릿사’로 쌓은 탄탄한 기초에 새로운 요소와 화려한 연출을 더한 이 게임은 중국 앱스토어에서 매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즈룽게임의 행보를 보면, ‘랑그릿사’의 성공 이후에 모바일 SRPG 장르에 개발력을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다른 장르에 도전해봐야 기존 강자들을 넘는 것은 힘들어 보이니,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결과도 좋다. ‘천지겁: 유성재림’을 보면, 모바일 SRPG라는 영역에서 다른 업체들이 즈룽게임의 개발력을 따라잡는 것은 당분간 힘들어 보일 정도다.

시야를 조금 넓혀서, 중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살펴보자. 매출 상위권에는 비슷한 게임이 거의 없다. 게임들은 대부분 장르가 다 다르고, 각 게임의 컨셉이 확실하다. 적진점령(MOBA, AOS) 게임 ‘왕자영요’, 총싸움 배틀로얄 게임 ‘화평정영’, MMORPG ‘몽환서유’와 ‘천애명월도 모바일’, 전략 게임 ‘라이즈 오브 킹덤즈’와 ‘삼국지 전략판’, 액션 어드벤처 게임 ‘원신’, 캐릭터 수집형 RPG ‘음양사’, SRPG ‘천지겁: 유성재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이 매출 상위권을 주로 차지한다.

매출 상위권에 오르는 게임의 면면을 보면, 모두 각 장르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게임들이다. 이 중 몇몇은 한국,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중국 앱스토어 매출 상위권에 오르려면 이런 쟁쟁한 게임들과 경쟁을 해야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게임들과 장르나 컨셉이 겹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이나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흔히 말하는 ‘양산형 게임’으로는 이런 라인업을 뚫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잠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 게임 업계는 ‘한한령 해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한한령’이 아예 없어지더라도, 지금 한국 모바일 게임으로 중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중국의 시장 상황을 보면 매우 힘들어 보인다. 한국 모바일 게임 산업은 MMORPG에 쏠려있고, 다른 장르에서는 이미 중국 게임에 밀리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 모바일 MMORPG나 RPG 중에서 중국에 진출해서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할 만한 게임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차라리 ‘미르의 전설2’ 같은 중국에서 유명한 작품을 소재로 중국 업체가 개발하는 경우가 더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처럼 중국에서 확실한 인지도와 경쟁력(고해상도 2D 그래픽)이 있는 경우가 그나마 성공이 점쳐진다.

정리하자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제 과도기 혹은 성장기를 지나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굴지의 중국 게임 업체들이 야심 차게 선보이는 게임들도 확실한 특징이 없으면 매출 순위에서 빠르게 사라진다. 한국 게임 업계 입장에서는, 한한령과는 무관하게 한국 모바일 게임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졌다. 현실적으로 보면, ‘중국몽’은 이제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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