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화된 이세계물 라이트노벨 ‘무직전생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이하 무직전생)가 모바일 게임으로 지난 3월 27일에 출시됐다. 여기에는 에이밍과 비글리, 그리, 포케라보 등 4개 회사가 협업을 할 만큼 큰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무직전생은 일본의 라이트노벨 작가인 리후진 나 마고노테가 지난 2012년 처음 연재를 시작한 웹소설이다. 일본에서 이세계로 전생하는 라이트노벨의 선구자로, 2014년 만화책으로 만들어진 뒤 올해 1월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되기 시작했다. 

히키코모리에 니트족이었던 30대의 주인공이 부모님의 장례식 이후 집에서 쫓겨난 뒤 트럭에 치여 죽었지만, 현대와는 다른 검과 마법의 세계에서 루데우스 그레이랫으로 환생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전생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원작 애니메이션과 스토리를 고스란히 담다...엄청난 대사량 탑재

이 게임도 마찬가지로 원작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이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겪고 전생을 통해 루데우스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를 튜토리얼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원작을 모르더라도 게임을 하면 애니메이션과 세계관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원작을 그대로 활용하는 만큼 주인공은 물론 마술 교사인 록시 미굴디아, 엘프 귀를 가진 소꿉친구 실피에트, 흉포한 새침떼기 아가씨 앨리스 보레아스 그레이랫 등 다수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여기에 더해 주인공 루데우스 역에 우치야마 유미, 전생남 역에 스기타 토모카즈, 록시 미굴디아 역에 코하라 코노미, 실피에트 역에 카야노 아이, 앨리스 보레아스 그레이랫 역에 카쿠마 아이 등 원작 애니메이션의 성우들도 그대로 쓰였다. 

그리고 이 게임의 콘텐츠는 크게 두 가지 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스토리와 배틀이다. 이중 메인 스토리 콘텐츠는 주인공 루데우스의 모험담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원작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과거 스토리와 이벤트 스토리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애니메이션의 동영상과 스틸컷이 다수 사용됐고, 말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은 텍스트로 처리됐는데, 이 분량이 상당하다. 하나의 에피소드 내용에서 최소 100번 이상의 텍스트 박스가 등장해 보는 데만 해도 수 분이 소요될 정도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각 장당 2~30여개가 있고, 총 3장이 준비되어 있다. 방영된 애니메이션의 분량 정도까지만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대사만 풀 더빙으로 처리를 하고, 기본적으로는 이름이나 추임새, 중요 단어 등에서 성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메인 스토리를 보면 게임 재화가 제공되고, 아래 부분에서 설명할 ‘기억’을 획득할 수 있는 만큼 스토리 감상은 꼭 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원작자인 리후진 나 마고노테 작가가 감수한 오리지널 스토리도 들어있다. 예를 들어 루데우스의 아버지인 파울로가 어떤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냈는지를 알 수 있는지를 다룬 ‘파울로 외전’이 있는데, 이걸 보기 위해서는 3-45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하기에 시간이 꽤 필요하다. 

그래픽은 상당히 깔끔한 편이다. 일러스트나 인게임 캐릭터들은 라이브2D 기술이 활용되어 충분히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캐릭터가 말을 할 때마다 입이 움직이고 표정도 변화하는 등 원작 애니메이션에 기반한 게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기존에 이미 만들어놓은 것만이 아닌 이 게임만을 위해 만들어진 일러스트가 다수 있어서, 원작의 팬이라면 만족할만한 요소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수집형 RPG인 만큼 캐릭터 뽑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속성을 언급했는데, 같은 캐릭터여도 지정된 속성이 다른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캐릭터 성장은 레벨을 올리는 강화, 상태나 패시브 스킬을 올리는 각성, 레벨 제한을 해제하는 리미트 브레이크, 등급을 올리는 레어리티 업 등을 할 수 있다. 성장 요소는 각각의 재료를 필요로 하며, 획득한 캐릭터 카드는 레벨을 올리기 위한 재료로도 쓸 수 있다

■ 10개의 상성으로 벌이는 전투, 원작 애니메이션도 녹아들어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3명의 파티를 구성해 전투에 돌입할 수 있다. 여기에 친구 1명을 정해 서포트로 둘 수도 있어서, 전투 중 한 명이 이탈할 경우 자동으로 투입된다.

3명 중 리더를 정할 수 있는데, 리더가 가진 리더 스킬은 파티 전체에 효과가 적용되기 때문에 스테이지에 맞는 적절한 캐릭터 선택이 중요하다.

전투에는 정해진 코스트가 있어서, 무조건 좋은 등급의 캐릭터를 쓸 수는 없다. 스테이지마다 제한된 코스트에 맞춰 팀을 구성해야 한다. 전투는 보통 스테이지의 경우 최대 3개의 웨이브까지 진행되고, 보스 스테이지는 바로 보스전으로 돌입한다. 그리고 전투는 턴제가 아닌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RPG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상성은 다소 많은 편이다.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불-물-바람-땅, 빛-어둠 외에 검술의 유파인 검신-수신-북신, 그리고 아류 등 무려 10개에 달한다.

캐릭터의 등급도 중요하지만 상성에 맞는 캐릭터를 내보내는 것이 전투에 훨씬 도움이 됐다. 실제로 보스전에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린 5성 캐릭터를 모아서 투입시켰지만 결국 한 명이 탈락했다. 

하지만 자동 팀 구성을 통해 상성에 맞는 1레벨의 3~4성 캐릭터가 구성됐고, 이것을 투입하니 한 명의 탈락 없이 보스에게 승리할 수 있었다.

수집형 RPG인 만큼 자동 전투를 설정할 수 있다. 자동 전투의 경우 스킬만 자동으로 사용하고, 기억 해방은 전적으로 수동으로 작동한다. 전투 배속은 3배속까지 설정할 수 있다.

각 캐릭터는 통상 공격 외에 두 가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일부 스킬을 쓸 때 인게임 그래픽과 원작 애니메이션이 조화를 이루며 발동이 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게임의 특이 요소 중 하나는 ‘기억 해방’이다. 각 캐릭터마다 ‘기억’이라는 요소를 장착할 수 있는데, 스토리를 보면 획득할 수 있으며 각 캐릭터의 명장면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성장도 시킬 수 있는 만큼 캐릭터의 전용 장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것 같다. 

전투 중 ‘기억 해방’ 게이지가 채워지면 이것을 사용할 수 있는데, 전투 중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해방 버튼을 누른 뒤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하면 원작 애니메이션 장면이 보여지며 일시적으로 강력한 버프가 발생한다. 그만큼 적절한 캐릭터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발동시켜야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이 게임의 전투 콘텐츠는 배틀 모드다. 배틀 모드는 메인 배틀과 오리지널 배틀, 캐릭터 배틀, 이벤트 배틀, 교육 배틀 등이 있으며, 메인 배틀은 활동력을 소모해 메인 스토리를 개방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 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난이도를 노멀에서 하드, 익스퍼트까지 올려 파밍 수준을 올릴 수 있다.

오리지널 배틀은 앞서 언급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배틀이고, 캐릭터 배틀은 주인공 외에 다른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배틀이다. 그리고 이벤트 배틀에서는 기간 한정 전투를 즐길 수 있고, 교육 배틀에서 전투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모험자 길드 콘텐츠가 있는데, 이것은 다른 유저들과 함께 하는 그 길드가 아니라, 여러 가지 퀘스트가 준비되어 있는 콘텐츠다. 여기에는 강화 퀘스트와 미궁 탐색, 배틀 아레나를 즐길 수 있다.

강화 퀘스트는 다양한 강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퀘스트가 모여있는 콘텐츠이고, 긴급 퀘스트는 갑자기 출현한 거대한 적을 공략해야 하는 콘텐츠다. 난이도마다 하루 3번까지 도전할 수 있다.

미궁 탐색은 하루에 2번 도전할 수 있는 콘텐츠로 던전 공략 포인트를 획득하고 이를 활용해 보물 창고에서 다양한 보물을 얻을 수 있다. 배틀 아레나는 다른 유저들을 상대로 자신의 강력함을 내보일 수 있는 PvP 콘텐츠다.

■ 스토리에 치중해 게임적 요소는 부족...차라리 애니를 보라

이처럼 무직전생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는 원작의 팬과 원작을 모르는 게임 유저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먼저 전투 부분이다. 전체적인 그래픽은 깔끔하지만, 특히 전투 부분의 그래픽은 여러 가지로 실망스럽다. 마치 그래픽 퀄리티만 높아진 ‘페이트/그랜드오더’스럽다고 할까? 구체관절 인형으로 억지로 움직이며 전투를 벌이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전략적 요소가 적다 보니 전투 자체가 지루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전투 중 보스 몬스터의 HP가 다 되면 다른 게임들은 화려한 표현을 극대화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이 부분을 역행하고 있다. 바로 모든 보스 몬스터가 사라질 때 3등분이 되어 사라진다는 것이다. 여러 이미지를 슬라이드쇼로 보는 기능에서 이미지를 3~4단으로 나누어 바뀌는 그 모습처럼 말이다. 정말 성의가 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행동력의 경우 소모되는 것에 비해 지정된 최대 수량이 굉장히 적다. 극초반의 스테이지가 6의 행동력을 소비하는데, 그때 기준의 최대 행동력 수치는 30대에 불과하다. 사용자 레벨이 올라도 1씩 오르는 만큼 다른 유저들도 이 부분에 상당한 재화를 쓴다고 언급하고 있다.

유저 경험(UX) 부분에서도 불친절한 부분이 많다. 미션을 달성해도 한 번에 받기 버튼이 없어 일일이 받아야 하고, 그마저도 느리다. 

장비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스테이지를 아무리 클리어해도 캐릭터들의 장비 드랍률이 극악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한 반복 플레이가 필요한데, 스킵이나 자동 반복 기능이 없어서 긴 시간을 투자해 수동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캐릭터의 레벨 성장이 전투를 통한 경험치 획득이 아닌 경험치 오브나 캐릭터 카드 등의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부분 때문에 캐릭터의 성장을 체감해야 하는 첫 허들이 상당히 빨리 온다. 

메인 배틀 모드의 다섯 번째 스테이지부터 캐릭터가 전투 중 사망하기 시작하는 것. 그러다 보니 성장을 위해 손을 대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그만큼 캐릭터가 느끼는 경험은 좋지 않다.

무엇보다 원래 원작 애니메이션은 국내 기준으로 폭력성과 선정성 요소로 인해 19세 이상 시청가로 심의를 받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런 부분을 상당히 걷어내서 12세 이상 이용가로 등급을 정했고, 그만큼 원작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다. 원작의 팬이라면 상당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이 게임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만들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둘 다 잡지 못할 것 같다. 원작의 팬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인데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 게임보다 그냥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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