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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애플을 완벽한 시점에 공격한 에픽게임즈,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

에픽게임즈는 작년에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 수수료가 부당하고, 애플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었다.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인 이 소송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결과에 따라서 앞으로 앱스토어의 운영 방침과 수수료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송의 시작은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였지만, 앞뒤 정황을 보면 에픽게임즈는 어떤 식으로든 애플에 문제 제기를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애플 정도 되는 거대한 기업을 상대로, 그것도 앱스토어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플랫폼을 소재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선 변호사 비용 등의 소송 비용만 해도 상당한 금액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애플에게 역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분쟁에 들어가는 비용, 시간, 노력, 위험을 모두 고려하면, 나중에 힘들게 일부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에픽게임즈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기에 이런 싸움을 걸 수 있었던 것이다. 

소송 내용도 승소하기가 쉽지는 않다. 앱스토어 수수료에 대해 ‘부당하다’ 혹은 ‘너무 과하다’라고 주장하거나 호소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의 횡포다’, ‘독점금지법 위반이다’,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라고 법정에서 입증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리고 아직 앱스토어정도 되는 큰 플랫폼의 수수료에 대한 법원의 판례도 없다. 유럽과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완전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를 상대로 부당함을 호소하거나 아예 입점하지 않는 경우는 있어도, 입점했다가 이렇게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즉, 에픽게임즈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어렵고 긴 싸움이다. 하지만 에픽게임즈는 이 싸움에서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타이밍’을 잘 찾아냈다. ‘30%의 수수로는 과하다’라는 발언을 쌓아두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를 기다렸고, 그런 환경이 조성되자 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준비하면서 ‘수수료 30%는 과하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12%의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30% 수수료’라는 공식을 깼다. 이런 행보와 발언은 기본적으로는 자사 서비스의 경쟁력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언젠가 시작될 애플과의 수수료 분쟁을 대비한 일종의 ‘포석’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평소에 ‘수수료 30%는 과하다’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했고 자신의 플랫폼에서는 30%보다 낮은 12%의 수수료를 적용했다면, 나중에 있을 수수료 소송에서도 ‘수수료 30%는 과하다’라는 주장을 떳떳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변 상황도 에픽게임즈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2019년 유럽에서는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독점금지법을 위반한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미국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미국 정부와 국회는 2019~2020년에 애플과 구글을 비롯한 몇몇 기업들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는지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30% 수수료는 과하다’라고 주장해왔던 에픽게임즈 입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매우 반가웠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애플을 상대로 과도한 수수료 책정 및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소송까지 제기하면,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 이 소송에서 제출된 자료와 다양한 증언들은 미국 국회와 정부의 조사에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미국 국회와 정부가 실시한 조사 결과는 향후에 진행되는 양 사의 소송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안 그래도 수수료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던 에픽게임즈는 이렇게 최적의 타이밍에 ‘총대’를 맨 것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긍정적이다. 에픽게임즈는 2020년 8월에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2021년 4월에 유럽 연합은 ‘애플이 독점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라는 예비 판단을 내렸다. 이때에도 30%라는 수수료가 핵심 이슈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애플은 2021년부터 수수료 정책을 일부 변경했다. 연수익이 100만 달러 이하인 개발자의 수수료를 15%로 책정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에픽게임즈가 원하는 수준의 변화는 아니었겠지만, 앱스토어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수수료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애플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로 압박을 받은 것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양 사의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에픽게임즈가 이미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이 시장에서 ‘30%라는 수수료가 적절한가?’라는 문제 제기를 제대로 했고, 그 과정에서 앱스토어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처음으로 수수료에 대해 작은 변화를 주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을 상대로 이 정도의 결과를 끌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분쟁이 시작하는 시기에 이 정도의 변화가 나왔다면, 이 큰 싸움이 끝나갈 무렵에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 에픽게임즈의 소송에 대해서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라는 평가를 하는 이유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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