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음악이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유저들의 성원으로 거둔 쾌거다. 이를 지켜보는 필자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섰다. 혹시라도 게임을 나쁜 것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다시 점화될까 우려됐다. 이와는 반대로 융합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아이돌과 게임 팬덤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은 분명 달라진 세태를 실감케 했다.

지난 1일 스마트조이는 모바일게임 ‘라스트 오리진’ 사운드트랙(OST)을 국내 음원 사이트에 출시했다. 게임 내 스토리 ‘프로젝트 오르카(Project ORCA)’와 연계한 활동의 일환이다. 여기에 음원 순위에 따라 뮤직비디오를 추가 제작해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일반적인 팬 서비스의 일환이다.

게이머는 예상을 뛰어넘는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OST에 수록된 곡은 공개 당일 벅스 실시간 차트 1위부터 6위까지 상위권을 휩쓸었다. 유명 가수와 아이돌 앨범 출시 때나 보던 일명 줄 세우기에 성공한 것. 당초 50위권 입성을 목표로 삼았던 회사의 기대를 한참 뛰어넘은 결과다. 게임 팬덤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제대로 발휘된 귀중한 기록이다.

분명 반가워야 할 소식이지만, 사실 필자는 걱정부터 떠올랐다. 이미 선정성 문제로 홍역을 치른 ‘라스트 오리진’이기 때문이다.

출처=벅스 홈페이지

이 게임은 선정성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서비스 중이다. 심의와 등급분류를 받은 만큼 문제가 될 부분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특정 부분을 확대 조명해 게임을 나쁜 것으로 몰아가는 일이 매년 반복되며, 이런 과거의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사실이다. 영화 베테랑의 악역 조태오의 명대사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그랬어요”처럼 말이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게임이 주목받는 순간 노심초사해야 하는 뒷맛은 씁쓸했다.

반대로 희망적인 변화도 목격됐다. BTS(방탄소년단) 팬덤과 게이머는 축제를 즐기며 훈훈한 분위기를 합작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며 이해해 주는 미담을 남긴 것이다.

BTS의 팬덤의 시점으로 보면 신곡 버터(Butter)의 순위가 밀려나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뮤직비디오와 보상 등이 걸려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라스트 오리진' 유저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가수와 게임으로 대상이 다를 뿐, 누구 혹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같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게이머 역시 BTS의 음원 버터에게 1위를 양보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훈훈한 모습이 연출됐다. 조금씩이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분명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다.

게임은 무조건 금지해야 하는 것에서 건전한 취미생활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셀 수 없는 성장통을 겪었고, 지금도 여전히 아픈 손가락은 남아있다. 기뻐해야 하는 소식에도 걱정부터 떠오르는 문제는 여전하다. 이번 사태 역시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끝날 뻔했다. 하지만 게임을 보는 시선이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게 분명하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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