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게임즈에서 ‘블루 아카이브’의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김인 PD는 9일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블루 아카이브 아트 디렉팅 - 덕질할 수 있는, 하고 싶은 IP 만들기” 세션을 통해 AD로서 신규 IP의 아트 방향성 설정을 위해 고민했던 점들과 경험에 대해 공유했다.

그는 ‘블루 아카이브’의 AD를 맡아 아트 디렉팅을 하는 과정에서 신규 IP와 미소녀 오타쿠 게임, 일본 현지 서비스, 3D에 SD 그래픽, 차세대 비주얼, 엄폐물 활용 원거리 실시간 전투 등 여러 가지 허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어떻게 같은 그림을 애정을 가지고 함께 그려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며 개발을 진행했다.

이 게임의 전제 조건은 3가지였다. 서브컬쳐 기반의 캐릭터 수집형 게임일 것, 엄폐물을 사이에 둔 원거리 전투일 것, 전투의 비주얼은 3D이며 캐릭터는 SD등신일 것 등이다.

개발 시작 당시에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 범람하고 레드오션화가 가속화됐으며, 캐릭터의 콘셉트가 판타지에서 현대 및 근미래의 무거운 비주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이런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의 비주얼은 무엇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던 상황이었다. 이에 시각적, 정서적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밝고 캐주얼한 지점을 지향하면서 시장 흐름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설정하게 됐다. 

방향성을 설정한 뒤에는 만들고자 하는 세계관이 지향하는 분위기가 무엇인지 구체화시켰고, 그에 맞는 세계관과 아트가 향후 지향할 IP의 핵심 가치를 응축한 키 비주얼을 확립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다음으로는 IP로서 상징성이 될만한 요소를 고민했고, 헤일로(후광)라는 요소를 차용해 이를 캐릭터와 세계관 배경 요소에 녹여 시장에서 이 IP임을 알아볼 수 있게끔 만들고자 했다.

세계관과 상징성이 가닥이 잡힌 뒤에는 이를 바탕으로 아트 작업물을 생산하는 기반을 준비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비주얼의 기준 퀄리티를 탐색하는 기간으로, 시기가 지나면 변경이 어렵기에 규칙을 정함에 있어 다양한 시도와 빠른 실패를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이때 기준 작업물을 생산하면서 공통적으로 추구한 부분이 3가지 있는데, ▲만드는 것에 이야기거리가 보이는지 ▲다른 매체로의 확장성이 느껴지는지 ▲학원물이 어필하는 깨끗하고 청량한 느낌을 잘 표현하는지 등이다.

이중 가장 집중한 부분은 확장성이다. 특성상 리소스가 재창작되고 확장이 용이하도록 단순화와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특히 캐릭터 디자인은 알아보기 쉽고 다루기 쉬운 비주얼을 제시했다.

그렇게 방향성의 마지막으로 IP의 핵심 키워드를 4가지로 가다듬어 정리했는데, ▲수집하고 싶은 다양한 ‘미소녀’ ▲엄폐물을 활용한 실감나는 현대전 비주얼의 ‘밀리터리’ ▲풋풋한 학교 생활과 동아리 활동의 ‘학원’ ▲공략하고 연애하고 싶은 매력적인 성격의 캐릭터를 만나는 ‘육성연애’ 등이다.

방향성이 갖춰지자 다음으로 따라온 당면과제는 “어떤 매력을 유저에게 제공해야 할까”였다. 
그런 면에서 이 조직은 무엇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유저에게 어떤 만족을 줄 것이며 시장에서 어떤 차별성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다.

먼저 조직의 특성은 PD와 팀원들이 오타구와 모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만큼 가볍고 담백한 비주얼을 소화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고객이 실제로 구매하고 있는 것이 일상에서 얻는 캐릭터의 애정과 호감이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캐주얼한 세계관과 캐릭터와의 애정관계를 중시하는 유저층이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매력 요소를 찾았는데, 미소녀와 상호작용을 통한 피드백에 매력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요소들에 집중한 결과 무드와 아이컨택으로 좁혀졌다. 

그리고 교감 중심의 감성적 접근을 매력 요소로 삼아 교복 미소녀와 감성 화보 쪽으로 포커싱을 맞췄고, 이를 로비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일러스트의 매력 요소로 개발해 작업물을 늘려갔다.

여기에 살아있는 듯한 환경 요소와 교감을 늘리기 위한 다채로운 표정 변화, 쓰다듬기나 아이트랙킹을 통한 상호작용 요소를 더해 매력 포인트로 잡아나갔다. 또 SD 모델에도 감정 표현에 적합한 방향을 반영해 개발했다.

이런 매력 요소와 개발 과정에서 있어서 모든 아트의 구성은 미소녀와의 교감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는 등 많은 신경을 썼고, 이를 기반으로 프로토타입을 마감하게 된다.

방향성과 매력 요소가 확보되니 그 다음의 당면과제로 토대 만들기가 주어졌다. 조직이 커지면서 구성과 운영, 그리고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가치를 새로운 구성원에게 이해시키는 부분이다.

이에 아트의 분야별 조직을 분할 구성하고 각자의 영역과 권한을 정의했다. 그 뒤에는 정기 회의와 피드백 프로세스를 구성했고, 분야별 포스트모템과 가이드 문서를 통해 신규 팀원의 이해를 도왔다.

이렇게 해도 매력도가 고착화되거나 달성까지 잦은 시행착오가 나오는 등 기조와 어긋나는 작업들이 많이 발생했다. 이걸 다시 끌어올리자고 일일이 감수하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렵다고 판단했고, 기준점을 마련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래서 각각의 매력이나 영역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어떤 사안의 결정 및 작업 진척을 할 수도 있고, AD 부재 때도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그 시도로 아트의 톤 앤 매너에 대한 정립 시도 및 마스코트 캐릭터 제작을 통해 아트의 기조를 응축한 상징성으로 작동시켰다. 또 프로모션 비디오를 제작해 세계관의 분위기와 기조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꾸준하게 기준점 정립과 정체성 확립을 시도한 이유는, ‘우리도 아직 잘 모르는 것이라면 고객도 알아줄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시장에 우리가 만드는 걸 선보이기 전에 전달하고자 하는 게 명확하게 무엇이고 어떤 매력을 전달할지 내부에서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다음으로 강화시키기다. 비주얼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AD는 운영과 아트의 QA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테스트를 통해 유저 피드백을 반영하며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긍정적 요소를 강화했다. 또한 NPC 제작이나 시나리오 서포트, 마케팅 리소스 제작 등 IP 보강에 AD의 남은 여력을 투입했다.

향후 블루 아카이브의 아트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는 내러티브(서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하나로 압축한 2차 프로모션 비디오를 제작했고, 세계관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분위기 제시와 향후 이벤트의 무드와 공간 설계 소재를 마련해 향후 작업에 이정표로 삼도록 했다.

신규 프로젝트의 진행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며, 한 번에 완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떤 것을 만들지 확인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행운에 기대기보다 작은 실패를 많이, 빠르게 하며 확인해 진행한다는 마음가짐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결정을 내렸을 때 내 안에 어떤 확신이 있었는지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스스로와의 대화를 자주, 많이 시도해 사안을 진행하고 결정하기 전에 스스로 납득되고 설득됐는지가 불명확한 환경과 의심 속에서 스스로의 중심을 잡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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