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에 많은 산업이 ‘온라인’과 ‘비대면’이라는 키워드를 마주했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산업이든 온라인으로 일하거나 활동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가상세계’나 ‘메타버스’ 같은 키워드도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눈에 띄는 수요가 있다. 바로 ‘게임화’(gamification)다. ‘게임화’는 게임이 아닌 활동, 산업, 프로그램에서 게임에서 사용되는 기법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법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특정 행동을 하는 동기를 부여해주기 위해서 혹은 원래대로라면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작업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사용된다.

‘게임화’라는 키워드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게임화’는 이미 2010년대부터 떠오르는 키워드였다. 스타벅스, 나이키, 벤츠 같은 유명 기업들도 자사의 활동에 게임화를 도입해서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카카오는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서 사람들의 일상과 게임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Fold It’이라는 프로그램은 수 많은 유저들의 참여로 인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 이런 흐름이 조금 더 가속화되려는 조짐이 보인다.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마주했고, 여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게임화’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든 김에,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조금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반대로 게임이 사람들의 ‘일상’에 다가가는 경우도 나왔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포켓몬 GO’다. ‘포켓몬 GO’는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을 게임과 연결시켜서 게임 산업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이렇게 일상을 게임과 연결시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또 다른 성공사례가 나올 것이다.

이런 흐름은 최근에 진행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의 기조연설에서도 언급됐다. 넥슨 김대훤 부사장은 “게임이 아닌 영역에 있던 것들이 게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게임 업체들은 다른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여가 활동과 경쟁해야 한다”라며 “‘게임’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할 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김대훤 부사장의 말대로, 게임과 게임이 아닌 것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지금은 ‘게임화’가 그렇게 많이 발전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의 눈으로 보면 아주 기초적인 요소들만 적용된 상태다. 하지만 게임 업계가 이 흐름에 동참하고, 기존의 기법이 점점 발전하면 어떻게 될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일반 기업의 앱 중에서 게임 못지 않은 품질을 갖춘 것도 나올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게임화’가 계속 발전하다 보면 어떻게 될까? 어느 시점에서는 ‘게임’과 ‘게임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이 힘들게 될 것이고, 굳이 구분할 필요도 느껴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게임’과 ‘게임이 아닌 것’을 꼭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에 있는 형사처벌 조항이다.

게임법에는 심의를 받지 않고 게임을 유통한 자를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하는 조항이 있다. 이는 게임법이 만들어진 초기부터 비판을 받아왔던 지점이다.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을 마음대로 유통하는 행위가 산업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의 행위냐는 지적이다. 그런데 ‘바다이야기’ 사태라는 트라우마 때문인지, 게임법의 형사처벌 조항은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한, ‘게임이냐 게임이 아니냐’라는 질문은 그냥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아니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가 처벌되느냐 처벌되지 않느냐’의 문제가 된다. 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살벌한’ 조항이 있는 한 ‘게임’으로 다가가는 것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만큼 ‘게임화’에 대한 발전도 늦어지게 된다.

한국은 게임 산업이 발전한 만큼, ‘게임화’라는 영역에서도 앞서갈 수 있는 잠재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런 처벌 조항 때문에 이 영역에 대한 발전이 뒤쳐진다면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연초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게임법 전부 개정안에서 이런 이야기가 논의되지 않았던 것은 매우 아쉽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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