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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림버스’로 살펴보는 콘솔 로그라이트 게임 만들기

4명으로 구성된 작은 인디 게임 개발사 ‘게임인’의 김현석 마스터는 도트 스타일의 턴제 로그라이트 장르인 ‘던전 림버스’라는 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콘솔 게임을 개발했다.

이 게임은 작년 말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홍콩 등의 닌텐도 e샵에 출시됐고, 올해 초에는 스팀 플랫폼과 국내 e샵에도 출시된 바 있다. 

프로젝트의 시작을 위해서는 우선 개발 목표를 정해야 했다. 이 게임은 원래 2017년에 만들던 게임인데, 개발이 완료되지 않고 3년 넘게 방치돼있었다. 그러다 게임인의 대표로부터 개발 재개 의뢰를 받고 회사에 입사해 개발에 참여했다.

대표의 요구는 명확했다. 벤치마킹할 게임을 명시했고, 이 게임보다 발전된 형태면 OK였다. 목표 매출도 5년 간 1억 원으로 부담없는 수준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개발 목표를 명확하게 정리했다.

개발 목표는 홀수로 정했다. 판단이 애매할 땐 기준이 홀수여야 다수결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번째는 대표가 만족하고 재미를 인정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정했고, 두 번째는 벤치마킹 대상보다 나아진 게임이어야 한다는 것, 세 번째는 손익분기점은 넘길 것 등으로 정했다.

다음으로 개발상의 제약에 대해 파악했다. 일단 장르와 이미 제작된 리소스는 교체가 불가능했고 주어진 기간과 인력만을 활용해야 했다. 그래서 진행한 것이 기존 리소스 줄이기였다. 장르가 매번 초기화되는 로그라이크인 만큼 어느 정도 암기가 돼야 플레이가 명확해지기에, 기존 리소스의 20%만을 쓰기로 하고 나머진 폐기했다

그래픽도 예전에 제작된 것이어서 오래된 느낌이 났기에, 최소한의 어필 포인트로 미국 스타일의 캐릭터 일러스트 제작을 외주로 진행했다. 그리고 내부 인력 역량으로 리소스 수정은 가능했지만 직접 제작은 어려웠기에 인게임이 아닌 아웃게임 리소스는 거의 다 애셋스토어의 것을 활용하며 제약 사항을 줄여나갔다.

두 번째 개발 목표는 콘셉트 정하기였다. 기존 리소스가 전혀 현세대 게임답지 않았는데 이걸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콘셉트를 고전 게임으로 어필하기로 했다. 그리고 죽었을 때 그만 하고 싶어지는 요소 줄이기, 그리고 사소한 것이라도 남길 수 있게 하기 등을 고민하니 “죽었을 때 여운이 남고 다시 하고 싶어져야 한다”로 합쳐졌다.

그래서 이 부분을 살리기 위한 기획의 방향으로 ▲플레이 타임 1시간 이내 ▲게임을 탓하게 하지 않기 ▲사소한 것이라도 남기기 ▲매번 경험적 지식 배우기 등 4가지 과제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부분의 검증을 위해 검색을 해보니, 이런 장르는 모바일에서 하지 않고 PC, 특히 스팀에서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플랫폼은 스팀으로 정해졌다.

다음으로 차별화 요소를 정했다. 다른 게임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맵과 오브젝트 콘셉트 ▲작은 요소 무언가를 남기기 ▲거대 보스와의 전투 등 3가지 요소를 정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기 부여 순서를 정했다. 지속적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만큼 장기 목표를 세분화해서 중기와 단기 목표로 잘게 나눴다. 

이제 본격적인 게임 개발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가장 먼저 자동 생성 맵 시스템을 손봤다. 단순 랜덤맵은 지루하기 때문에 4개의 평범한 차별화, 4개의 파격적 차별화 등 8개의 테마를 정해 개발을 진행했다. 그중 특수한 콘셉트의 일부 맵은 수동으로 제작했고, 난이도와 흐름에 따라 배치해 초반엔 평범한 게임이 나중엔 파격적으로 바뀌는 느낌을 주려 했다.

다음으로 명확한 타겟이 있는 만큼 튜토리얼이 없는 게임으로 개발했고, 특징이 모두 다른 몬스터의 등장 순서를 통해 유저가 학습을 하도록 했다. 또 게임에는 반드시 결여가 필요하고 이를 충족했을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유저들에게 익숙한 열쇠 시스템을 넣었다.

그리고 시각적 차별화와 공략의 차별화, 콘텐츠 활용의 동기부여 요소, 심리적 전환점 등을 담은 거대 보스를 만들었다. 처음 두 보스는 보드 게임의 재미를 담았고, 그 다음 보스들은 상태이상을 막는 재미와 탄막 슈팅 콘셉트의 재미 등을 담았다.

다음으로 게이머 심리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기 위해 아웃게임을 이계와 마을 등 2개로 구분했다. 이계는 과거부터 새로운 시작까지, 마을은 현재 행동과 미래의 준비를 담아서 반복이 아니라 흐르고 있도록 느끼게 했다.

다음은 밸런스 잡기다. 로그라이크의 랜덤성은 밸런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랜덤의 영향이 큰 상점을 뺐고, 레벨업 때 능력치 상승이 랜덤하게 되지만 숫자를 안 보이게 했다. 그리고 능력치 보정에 마이너스를 섞었다. 또 능력치와 레벨 의존은 로그라이크에 맞지 않기에 클리어 방법을 다양하게 제공했고, 뽑기에 대한 밸런스 붕괴를 막기 위해 상자를 4개로 분류했다.

마지막으로 개발 중 드러난 문제의 해결이다. 몬스터가 몬스터를 소환하며 발생하는 무한 생성 몬스터 이슈로 밸런스 붕괴 현상이 발생했는데, 논쟁 끝에 결국 놔두기로 했고, 무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그 뒤에서 플레이하는 게 더 경험치를 많이 얻도록 조절했다.

두 번째는 랜덤맵의 문제다. 랜덤 생성으로 인해 유저가 블럭에 갇히는 경우가 생긴 것. 테마 삭제도 고민했지만 결국 스스로 죽는 포기 메뉴를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계단의 위치 생성 문제다. 랜덤 생성이다 보니 계단에 못가는 상황이 발생한 것. 그래서 맵 생성때마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길 찾기 검색을 돌려 자동으로 오브젝트나 잠긴 문을 삭제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그런데, 개발을 하면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도중에 갑작스럽게 방향성이 달라지게 됐다. 외부 테스트를 진행해보니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개발진 대부분이 게임이 좀 더 단순해지길 원했다.

그래서 결국 장르를 로그라이크가 아닌 로그라이트로 변경했고, 게임을 성장형으로 바꾸고 현재 플레이보다는 죽은 이후에 집중하는 부분 등을 신경 쓰게 됐다. 그에 따라 뽑기 상자에 열쇠를 지급하고 몬스터의 도주 패턴도 삭제했으며 무기와 장비의 등급 변경과 상태 이상 옵션 삭제 변경 등을 진행했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무기를 제작하도록 배려했고, 능력치의 영구 강화를 추가해 동기 부여는 물론 언젠가는 클리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거대 보스의 밸런스를 전면 수정했다.

장르가 변경되면서 스토리에도 변화를 줬다. 원래 설정은 있지만 밝히지 않는 콘셉트였지만, 보다 명확한 스토리 제공이 필요해지면서 스토리나 설정을 많이 알려주도록 대사량을 대폭 늘리고 설정을 간소화시켰다. 그리고 멀티 엔딩을 넣어 기존의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개발 진행 도중 친분이 있던 일본 퍼블리셔에서 닌텐도 스위치 출시를 제안했다. ‘풍래의 시렌’의 팬들이 후속작이 없어 일본식 고전 로그라이크 장르 수요가 있는데 거기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콘솔 게임 제작의 꿈은 있었지만 게임을 많이 고쳐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꿈을 쫓기로 결심, 다양한 지원을 받으면서 밸런스와 조작, UI와 UX 등을 변경해 개발을 진행했고 출시를 무사히 진행했다. 출시를 앞두고 ‘풍래의 시렌’ 신작이 같은 시기에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일본에서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국내는 다른 국가보다 늦게 출시했는데, 심의 때문이었다. 판매량도 적은데 심의 비용이 비싸서 적자가 날 수 있다는 퍼블리셔의 의견이 있었고, 결국 직접 심의를 받아 진행했다. 스팀에서도 냈지만 스위치판 그대로 냈기에 평가는 좋지 않았고, 동북아권에서 평가가 준수했다.

이 게임을 개발하며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요구사항과 제약을 충족했고 ▲타깃 유저층에 어필했으며 ▲사용자가 의도대로 학습했고 ▲적극적으로 애셋을 사용했으며 ▲협의 시간을 줄이고 의도를 마음껏 넣었다는 부분이다.

반면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장르와 플랫폼 변경에 대한 대처 ▲완성 직전 타겟 유저 변경 ▲게임 방송에 대한 대처 미흡 ▲내부 인력에 대한 판단과 이해 부족 ▲스팀 환불에 대한 대처 미흡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약간 더 긍정에 가깝게 마무리된 프로젝트였다고 그는 생각한다. 개발 기간은 예정보다 길어졌지만 손해는 안 보는 정도로 잘 마무리됐다. 잘못한 부분들은 한 번은 겪었어야 했을 부분이고, 회사 입사 후 첫 프로젝트였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한 것. 회사가 발전하는 단계에서 한 번은 겪었어야 할 프로젝트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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