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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33’ 개발사가 텍스트 게임으로 살아남은 방법은?

2015년 결성된 인디 게임 개발사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공동대표는 지난 2018년, 가족을 죽인 원수를 찾기 위해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서울을 탐험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게임 ‘서울 2033’을 선보였다.

이 게임은 국내에서 100만 다운로드, 월 평균 접속자 5만 명을 돌파하고 2019년 다수의 상을 휩쓰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의 거의 대부분이 오직 텍스트로만 구성이 되어있다는 부분이다. 그 덕에 TRPG나 고전 머드(MUD)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준다.

처음 회사를 설립하고 3인의 개발자는 ‘허언증 소개팅’과 ‘중고로운 평화나라’ 등을 출시했지만 수익이나 라이브 서비스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차기작으로 바퀴벌레 증식 클리커 게임과 고교 농구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을 준비 중이었고, 막간에 장난삼아 만들기 시작한 게임이 ‘서울 2033’이었다.

그는 백남준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고 “게임의 본질이 그래픽이 아니라 재미라면, 모든 것이 텍스트로 구현된 게임은 없을까”라는 도전적인 생각이 들었고, 이를 행동에 옮기게 된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뒤 플래시로 프로토타입을 제작, 친구들에게 플레이를 시켜봤는데 생각 외로 반응이 좋았고, 이를 기반으로 테마와 게임 장르를 고민했다. 테마의 선정 기준으로 포스트모던과 확장성, 장르 선정 기준으로 직관성과 몰입을 정했고, 그 결과 서울에서 벌어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선택지형 자원 관리 어드벤처로 결정하게 된다.

게임의 디자인은 수많은 이벤트 파일을 준비한 뒤, 상황이 무작위로 결정되는 랜덤 인카운터는 섞고, 메인 스토리는 일정 주기마다 제공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그에 따라 다양한 분기가 제공되도록 했다. 이처럼 섞어서 제공되는 이벤트와 상태 변수를 적극 활용하면서 효율성과 상호작용성 사이에서 최적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줬다. 

생동감 있는 나만의 이야기라는 콘셉트 강화를 위해 아주 상세한 업적 시스템도 넣었다. 다양한 이야기 체험을 유도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의미를 더해주게끔 하고 이에 대한 힌트 역할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예를 들어 거대 고양이 처리 퀘스트를 어떻게 해결하냐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한 엔딩이 정답이라고 믿는 각각의 유저가 이 퀘스트에 대해 얘기했을 때 느끼는 충격과, 자신의 경험이 특별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끼도록 했다.

그리고 디자인 측면에서 가독성이 최우선 과제였기에 여백이나 텍스트 영역, 글씨 크기나 간격 등을 고려해 실제 종이책같은 디자인을 적용했고, 일러스트는 삽화 느낌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서비스를 하면서 텍스트 추가와 수정이 빈번할 것이기에, 분산 버전 관리 시스템인 ‘깃’과 클라이언트-서버간 정보 교환을 위한 ‘JSON 스크립트’를 활용한 역할 분담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자체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텍스트 파일을 자동으로 스크립트로 변환되도록 했다. 

이렇게 기획 의도를 전달받은 각 구성원이 자신의 임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분담하면서 개발 자체에 어려움은 없었다. 약 2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게임이 출시됐다. 이후 유명 스트리머가 방송을 하면서 유저가 급증했고, 유료 버전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별다른 준비 없이 급하게 출시하다 보니 콘텐츠 부족과 비즈니스 모델의 미비, 그리고 라이브 서비스 준비 부족 등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를 수습하기 시작한다.

가장 신경 쓴 것은 커뮤니티 활성화였다. 유저들의 경험담 공유 촉진을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썼는데, 특히 여러 팬덤 커뮤니티 사이트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자체 카페나 사이트를 운영할 여력이 없었기도 했지만,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팬아트나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 수상자를 스토리 작가로 채용하기도 했고, 팬층이 확보되면서 굿즈도 팔 수 있었다. 또한 유저 반응을 통해 유저를 분석, 향후 업데이트 방향을 정립할 수 있었고, 다양한 확장팩을 선보일 수 있었다.

마케팅의 기회도 중요한 부분이다. 유튜브나 트위치 등에서 스트리머를 통한 노출이 초기에 유저 유입을 견인했고, 시각장애인 유저도 즐길 수 있도록 한 접근성 개선 이슈 덕분에 공중파나 통신사를 통해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수상도 큰 동기 부여가 됐다.

라이브 서비스가 장기화되면서 비즈니스 모델도 재구성했다. 기존에는 인앱 광고와 유료 앱 판매가 전부였지만, 인앱 재화와 상점 도입, 확장팩 판매, 자체 후원 시스팀, 스킨 판매 등 다양하게 마련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야기꾼의 연습장’이란 자체 후원 시스템이다. 특정 콘텐츠 업데이트 전에 미리 내용을 공지하는 티저 역할을 하고, 유저가 직접 원하는 프로젝트에 후원을 해서 목표량이 채워지면 제작을 시작해 개발 일정을 앞당기는 시스템이다. 

특히 후원 유저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굿즈를 주거나 유저가 창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혜택을 주면서, 매력적 캐릭터의 탄생으로 게임의 세계관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배틀패스 방식의 레벨 시스템과 랭킹 시스템을 통해 동기 부여와 성취감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유저 편차가 너무 커서 적절한 업데이트 방향을 제시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면서 유저 데이터 분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느낀 것은 쇼핑의 재미를 살려야 했다는 점이다. 유저들이 구매할 상품이 없어서 돈을 못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는 정기적 확장팩과 다양한 패키지를 통해 상품을 다양화했다. 푸시 보상과 할인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유의미한 매출 증가도 이뤄냈다.

하지만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꾸준히 잘 해온 유저 친화적 운영이 결국 비즈니스 모델 기획과 관련된 모든 시도에서 항상 든든한 아군이 됐다는 것이다. 그 덕에 원하는 대로 게임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는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이제 남은 과제는 IP 확장과 글로벌 진출이다. 원작 세계관을 활용한 프리퀄 단편 게임 2개를 출시했었고, 최근 게임 IP를 활용한 카드 대전 게임 ‘서울 2033 적자생존’을 통해 원작을 재해석하고자 했다. 여기에 더해 웹소설과 웹툰을 텍스트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반면 글로벌 진출은 어려움이 많다. 장르 특성 상 텍스트 양이 많아서 천문학적인 번역 비용부담이 있고, 현지화의 검수 난이도가 무척 높다. 회사가 작아서 적극적 마케팅도 어려운 부분도 아쉬운 점이다.

텍스트 게임이라는 새로운 도전은 분명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를 개척해나가는 즐거움도 컸다. 창의적 스토리와 기획, 상품을 선보이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의 과감한 시도가 유저들을 사로잡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기획자 입장에서 이런 독특한 게임을 오래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다.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구상하고 유저와 소통하며 유저의 입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건 창작자로서 커다란 기쁨이었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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