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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게임 스토리 텔링을 만드는 방법은?

데브시스터즈의 김연주 스토리 아티스트는 쿠키런 IP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스토리 퀄리티를 위해 개발팀의 의도에 맞춘 콘셉트나 문구 작업을 하는 스토리 텔링 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국에서 스토리를 공부하며 디즈니와 픽사, 드림웍스 등 헐리우드의 근무자들과 교류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리 텔링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좋은 스토리는 특별한 가치를 준다. 예를 들어 만년필 자체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만년필이 세계대전의 종전 선언에 쓴 것이라면? 또 이상한 업체와의 계약을 위해 계약서 서명을 앞뒀지만, 만년필이 갑자기 고장나는 바람에 계약을 못해 회사의 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면? 이 만년필의 가치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할까?

그렇다면 좋은 스토리를 경험하는 게임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이야기를 본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다가가는 경험을 준다. 그 결과 그 게임은 다른 게임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어서 그 게임을 더 오래, 즐겁게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럼 어떤 스토리가 좋은 스토리일까? 좋은 스토리는 그 스토리에 몰입해 즐겁고 슬프고 화가 나고 절망하는 다양한 감정이 생긴다. 하지만 나쁜 스토리는 감정을 움직이지 못하고, 공감이 되지 않는다. 대신 개발자나 작가에 대한 감정이 생기게 된다. 즉, 두 스토리의 차이는 공감에서 온다고 할 수 있고, 공감을 시킬수 있냐 없냐가 스토리 퀄리티를 좌우한다.

즉,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은 스토리라는 건데, 왜 그걸 쓰는 게 어려울까? 스토리의 가장 작은 단위는 감정을 일으키는 정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스토리를 엮어서 특정 의도에 맞게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공감이란 게 매우 어렵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딱 맞는 말이다. 어떤 이야기가 어떤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줄지 아무도 모르기에 공감을 시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은 기본적으로 어렵다. 

정답이 없어서 자칫 스토리텔링은 쉬워 보일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음식 주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떤 메뉴가 더 좋고 어울리는 게 어떤 것인지 최상의 조합을 고르는 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나은 답을 찾는 안목이 있다면 더 스토리를 잘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헐리우드에서는 최대한 쉽고 빠르게 흥행할 수 있는 스토리 작법을 만드려 엄청 노력했는데, 그 중 하나가 영웅의 일대기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를 하며 느낀 게 있는데, 스토리에 공식은 없다는 거다. 성공한 이야기의 공통점을 모아 넣는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지 않는다.

보통 영웅의 일대기라는 이야기의 뼈대에 살을 붙이는 과정을 거치는데, 같은 뼈대가 있어도 수많은 작은 선택지도 잘 골라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래서 살을 붙일 때 관객이 스토리의 흐름과 다른 질문을 하지 않게 해야 하고, 공감을 할 수 없어서 또 끊기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이 끊기게 되는 부분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트맨과 슈퍼맨’에서 배트맨이 아주 강력한 슈퍼맨과 대항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다가, 두 사람의 어머니 이름이 같다는 사실이 발견하고 싸움을 멈춘다. 이처럼 관객들이 얻은 정보가 보고 있는 상황과 매치가 되지 않을 때 공감이 끊기게 된다.

그래서, 공감을 유지하기 위해선 약속된 세계관 안에서 최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 정보를 토대로 관객들이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체적이어야 관객들이 다음을 예측할 수 있고, 상황에 공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왕자가 용에게 잡혀간 공주를 구한다’는 것만 보면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왕자가 차남이어서 높은 공을 세워야 하는데, 적국의 공주가 용에게 잡혀가고, 공주를 구출하면 적국의 왕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관객은 더 궁금해지고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클리셰(뻔하고 진부한 것)를 잘 사용하면 사람들이 상황을 빨리 이해하고, 이야기의 재미있는 부분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차남 왕자의 상황과 공주 구출에 대한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클리셰로 이야기를 끝맺으면 안 된다.

다만, 영화와 달리 게임은 유저들이 직접 플레이하기 때문에 그 스토리에 더 몸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성취감 등으로 인해 클리셰 구조에도 어느 정도 관대한 편이다.

나쁜 이야기 소재는 없다. 모든 스토리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공감할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가 무조건 나쁜 이야기라는 법은 없다. 손가락 한 번 튕긴다고 사람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설정은 갑자기 던지면 어색하고 이상하지만, 커다란 세계관에서 캐릭터를 따라가면서 들은 내용이라면 관심을 갖게 된다.

즉, 어떠한 소재라도 재미있게 이야기하면 재미있고, 재미없게 전달하면 재미없다. 그런 점에서 플레이 자체로부터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이라는 콘텐츠에서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사람이 특별히 신경써야 할 점은 스토리의 전달 방식이다.

영화는 자기가 돈을 내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앉아서 본다. 하지만 게임 유저는 자유로운 환경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고 지루하면 다른 걸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지루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게임에서 이야기를 잘 전달하려면 첫 번째로 가독성, 두 번째로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의 밸런스다. 이 두 가지는 게임 회사에서 일하면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다.

가독성의 경우 사람들은 읽기 힘들면 안 읽는다. 보통 게임에서 초반에 습득할 정보량이 많아서 유저가 지루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독성이 안 좋으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 하지만 가독성을 높여서 유저가 스토리에 흥미를 갖게 하고 캐릭터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게임은 유저에게 가치있는 콘텐츠가 되고 더 오랜 시간 함께 하는 유저가 된다.

스토리와 실제 게임 플레이의 밸런스도 신경써야 한다. 보통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이 진행되는데, 틈틈이 계속 플레이를 막으면서 플레이 방식을 전달한다면 유저는 폰을 놓게 될 지도 모른다.

유저들은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기에 어디서 어떤 정보를 풀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어떤 타이밍에 유저가 뭘 하고 싶어 할지 유저들의 입장과 시선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스토리가 흥미로운 구간에서 이걸 컷신으로 할지 짧게 대화로 할지 시스템 멘트로 할지 표현 방식도 많고 선택해야 할 것도 많다.

스토리는 수많은 선택지를 따라 가장 최선의 선택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스토리텔링이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악기를 공부할 때 이론을 배웠다고 해서 바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스토리에 대한 안목을 높여야 스토리 텔링에 더 익숙해질 수 있다. 꾸준히 생각하고 고민해서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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