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아는 돈키호테란 허황된 꿈을 꾸다가 망가진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현실에 패배한 것이 아닌 현실을 변화시킨 인물’이라는 것이 국내에서 돈키호테를 완역한 고려대 안영옥 교수의 말이 있다.

국내 게임계에도 자신이 돈키호테임을 자처하며 회사 이름도 그렇게 짓고 인디 게임판에 뛰어들어 게임계를 변화시키겠다는 인물이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창업한 인디 게임 개발사 반키호테의 반병우 대표다. 2006년부터 개발자로 게임 업계에 몸을 담았고, 이제 내년이면 16년 차를 맞이하게 된다. 

반키호테 반병우 대표 (인터뷰는 방역수칙을 준수해 진행했으며, 사진 촬영을 할 때만 잠시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그는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으로 했지만 동아리에서 취미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독학으로 개발 공부를 더 했고, 그 결과 게임 엔진까지도 만들었다고 한다. 재학 중 엔씨소프트에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더 능력을 쌓은 뒤 졸업 때 다시 엔씨소프트에 도전해 엔진 개발 파트로 입사, 본격적으로 개발 경력을 쌓게 된다.

그는 엔씨소프트에서 마작 게임인 ‘작룡문’과 ‘블레이드&소울’을 통해 PC 게임을, 그리고 2016년 중국에 출시한 ‘블레이드&소울 모바일’과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통해 모바일 게임 개발 경력을 쌓았고, 흥행 성과도 맛봤다.

특히 ‘블레이드&소울 모바일’을 만들면서 텐센트의 개발 노하우를 많이 배웠다고 한다. 그는 “텐센트는 개발했던 게임의 노하우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모아두고 있었다. 그 노하우들을 보면서 개발에 대해 많이 배웠고, 그러면서 마인드가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업무 스트레스로 몸이 안좋아지기 시작했고, 마침 그때 마음이 맞는 몇 명과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팀을 구성해 게임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5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아 수 십명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반면, 반 대표는 소규모 인디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과 시선을 갖고 있었다. 결국 팀을 나와 홀로서기를 결심하게 됐는데, 대부분 자신을 말렸다고 한다. 특히 강력하게 말린 분들이 회사를 나갔다 돌아온 분들이었다는 것.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못하겠다 싶어서 홀로서기를 강행했고, 회사 이름은 도전적인 의지가 느껴지는 돈키호테에 자신의 이름을 섞어 ‘반키호테’라 이름지었다.

홀로서기 이후의 도전은 역시나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혼자 개발에 도전한 게임은 드리프트 기반 레이싱 게임이었다. 3D 클라이언트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필드나 트랙, 차량 등의 요소를 혼자 만들 수 있었기에 도전했다.

그리고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인디게임 패스트트랙에 선정되면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해보자는 마음에 응모했는데 최우수 게임사에 선정됐고, 이후 퍼블리셔도 만나 계약을 체결하고 출시를 준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탄해 보였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게임은 재미있었지만, 게임을 개발하면서 사업적 역량 없이 게임 자체로 접근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지속성과 네트워크 문제가 컸다는 것.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한 것이 달랐다. 메인 타겟이 유럽과 북미였는데 네트워크 환경이 원활치 않아서 게임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순간의 재미를 오래 지속하려면 추가적인 니즈가 생기게 해야 하고 이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그걸 바로 줘버리고 승리의 희열만 맛보라고 하니 금방 싫증을 내고 안 하더라”고 회고했다. 결국 그 게임은 제대로 런칭이 되지 못하며 사실상 실패 상태가 되고 만다.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SBA와 다른 인디 개발자들의 도움이 그를 다시 일으켰다. 먼저 SBA는 게임의 실패에 따른 여러 문제에서 전문가들의 상담을 지원해줬고,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차기 프로젝트 제작의 기틀을 마련해줬다고 한다.

또한 SBA의 게임콘텐츠센터에 함께 입주해있는 다른 인디 게임 개발자들과 접촉하고 호흡하며 이야기를 나눈 결과 생각의 차이가 큰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과 교류하며 차기작 장르의 가닥을 잡게 된다. 

짧은 시간에 개발할 수 있고 많은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 바로 방치형 게임이었다. 그렇게 2번째 게임으로 방치형 RPG인 ‘몬스터 키우기’를 개발하게 된다. 그러면서 교수님들의 추천을 받아 회사의 식구도 조금씩 늘려가게 된다.

반 대표가 게임에서 추구하는 철학은 ‘우리만의 색깔과 도전’이며, 그것이 항상 게임 내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부분을 ‘몬스터 키우기’에 많이 넣었다고 말한다.

그가 ‘몬스터 키우기’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전략성이었다. 다른 방치형 RPG와 달리 몬스터를 수집해 보유 효과는 물론, 전투에 직접 활용하는 전략성을 ‘우리만의 색깔과 도전’으로 삼고, 이를 방치형과 결합했다는 것. 각 몬스터마다 개성을 가지도록 여러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개발 초기에는 반 대표 본인이 느끼는 재미 위주 쪽으로 치우쳤는데, 다른 사무실의 인디 대표님들의 조언과 피드백을 받으면서 재미뿐만 아니라 사업성도 함께 녹여냈다. 성장 속도와 재화 투자에 대한 반응이 바로 나오도록 했고, 빠른 진행 속도와 타격감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연출에서도 공을 들였다. 

이처럼 방치형 게임에 특화된 유저의 니즈를 반영하니 유저의 게임에 대한 애착도 늘고. 게임도 더 재미있어지고 완성도도 높아졌다는 것. 그 결과 방구석 인디게임쇼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이를 기반으로 모비릭스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어 지난 8월에 정식 출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규 유저 모객 대비 수익율이 높게 나오고 있고, 유저 충성도 높은 편이어서 성과 자체는 괜찮다고 한다. 내년 초에 iOS 출시와 글로벌 시장 출시를 준비 중이며, 그래픽이 해외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보니 좋은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방치형 게임임에도 게임이 흐름이 선택에 따라 많이 갈리는 게임성이기에 여러 몬스터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초반에는 어려워하지만, 적응하면 좋아하고 전략을 연구하며 플레이하면서 충성도도 자연스레 올라갔다는 것이다.

반 대표가 개발자 출신이고 주니어급 직원들을 거느린 만큼 개발 과정에서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존재한다고 한다. 먼저 장점은 주도적 마인드다. 개발을 직접 하면서 진두지휘하는 만큼 직원들에게 휘둘리지 않게 된다. 

반 대표가 기획과 개발, 피드백까지 다 하다 보니 출근한 뒤에 오후 4시까지 피드백을 주고 그 뒤부터 본인의 일을 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그래서 본인이 사업적 역량이 안 되다 보니 이를 도와줄 분의 영입을 시도했지만, 생각이 달라서 없던 일로 했다고 한다.

반면 단점은 직원들의 의존도가 높다는 부분이다. 직접 개입하는 빈도가 높다 보니 ‘다 해주실 거야’, ‘수습해 주실 거야’라는 모습이 보일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렇게 하다 보면 발전이 없을 수 있지만, 직원들에게 강하게 “따라오면 성장시켜 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푸시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반 대표는 “내가 직원들에게 자주 해적 얘기를 한다. 해적 집단에 주니어로 들어갈 땐 리스크를 안고 가지만, 나눌 때는 균등하게 나눈다.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이 회사에 주니어로 들어와 나만 믿고 따라오고 회사가 잘 되면 인센티브 등 여러 형식으로 나눠줄 것”이라며 성과를 골고루 나눈다는 포부도 밝혔다.

회사에 합류한 직원들에 대해 반 대표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성공하기보다 큰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친구들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많은 부분을 가르치면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조금씩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 칭찬도 하면서 많이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힘들었다더라”고 회상했다. 그래서 이젠 직원들이 엔씨소프트에 넣어도 될 만큼 성장했다는 게 반 대표의 평가다. 

그는 “기존 직원이 신입 직원 교육하는 봤는데, 내가 얘기했던 걸 가르쳤고 1년 차여도 2~3년 차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더라. 개인 역량보다 시야나 통찰력, 자세 부분에선 3~4년 차 수준이었다.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게 협업에 필요한 것과 통찰력이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성장한 직원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평가했다.

반 대표는 향후 만들고 싶은 게임으로 ‘오픈월드 삼국지 게임’을 꼽았다. 전통적인 것보다 복잡하지 않고 쉬운 방향으로 심플하고 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오픈월드 게임이다.

그는 “핵과금과 중-소과금 유저의 차이도 엮을 수 있는 콘텐츠 기획을 갖고 있다. 복고 게임은 파워가 있는 만큼 요즘 유저가 삼국지 IP를 싫어해도 확실한 타겟층이 있는 만큼 괜찮지 않을까. 오픈월드로 함께 하는 느낌을 계속 가져가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정체되어 있는 레이싱 게임 개발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인디 개발자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 그리고 개발 지망생에게 해줄 말이 있냐는 질문에 반 대표는 두 가지로 나누어 답했다. 하나는 개발 경력자, 다른 하나는 신입 개발자다.

먼저 개발 경력자에게는 “나도 했던 실수인데, 개발 경력이 많더라도 그것은 개발자로서의 경력이지, 인디 개발자로서는 1년 차라는 걸 알고 시작하라. 바로 뛰어들기보다 인디 개발사에 가서 같이 개발을 해본 다음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시장 자체가 다르고 유저가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에 그걸 알고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내가 생각하는 인디 게임의 경쟁력은 유저, 그리고 팬덤과의 소통이라 본다. 나도 유저들과 단톡방에서 얘기하며 같이 만들어가고 입장의 적정선을 유지하며 만들고 있는데, 유저들로 하여금 내 게임이라는 소유욕이 충성도를 높이고 성공할 수 있다. 시장 성향을 모르는 상태에서 들어오면 힘들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신입 개발자에게는 “대부분 큰 회사에 들어가지 못해서 작은 회사에 들어가는데, 좋은 사수가 있다면 배우기 좋은 기회다. 인디 개발사 대표들이 경력을 쌓고 온 만큼 밀접하게 배울 수 있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 출신 대표가 있는 곳에서 경력을 쌓으면 좋다”고 조언했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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