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가 서비스하는 VPN(가상사설망)이 5월 31일부터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변경된다. 중국에서 VPN 규제가 강화된 것에 맞춘 조치다. 덕분에 앞으로 중국 유저들이 VPN을 통해 한국 게임에 접속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는 자사의 VPN인 ‘온라인게임가속기’(腾讯网游加速器)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VPN(가상사설망)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회사나 단체가 인터넷 보안을 위해 사용하는데,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게임이 특정 국가에서의 접속을 차단한 경우에 VPN을 사용하면 해당 게임에 접속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에서의 접속을 차단한 한국 게임에 중국 유저들이 VPN을 사용해서 접속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유저들이 외국에서의 접속을 차단한 일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VPN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VPN은 중국에서 많이 사용된다. 중국 정부가 접속을 제한한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트위치 등에 접속할 때도 필요하고, 중국에서의 접속을 차단한 다른 국가의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국의 VPN 시장은 굉장히 활성화됐다. 반대로 살펴보면, 한국 게임 업체들이 아무리 중국에서의 접속을 차단해도, 이런 VPN 때문에 중국 유저의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진 못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게임 규제를 강화한 이후에 VPN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중국 정부는 2021년 연말에 '네트워크 데이터 안보 관리 규정' 초안을 발표했는데, 해당 초안에는 “국경을 넘는 데이터 안보 관문을 우회하거나 관통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 있다. 즉, 중국인이 온라인에서 중국 정부가 설치한 ‘만리방화벽’을 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이 조항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되고 사업면허가 박탈된다. 당시에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내용에 대해 “중국 정부가 선보인 VPN 단속 규정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규제가 강화되자, 텐센트도 해당 법률에 맞춰서 자사의 VPN 서비스인 ‘온라인게임가속기’의 기능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5월 31일부터는 서비스 이름도 ‘텐센트게임집사’로 변경되며,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접속할 수 없게 된다. 오로지 중국 게임에만 접속이 가능하다. 해외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VPN의 유료 서비스를 결제한 유저 입장에서는 더 이상 이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텐센트는 유저들의 환불 신청도 받는다고 공지했다.

텐센트가 이렇게 VPN 서비스에 대한 변화를 알렸듯이, 중국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던다른 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서비스 내용을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중국 유저들은 한국, 일본, 미국 등 해외 게임에 접속할 길이 사라지고 오로지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게임만 즐길 수 있게 된다.

한국 게임 유저들과 한국 게임 업체 입장에서는 호재다. VPN을 사용해서 한국 게임에 접속하는 중국 유저들이 앞으로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유저들은 한국 게임에서 작업장을 운영하거나 해킹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기에, 한국 유저들은 중국인이 많이 몰려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 게임 업체들도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게임을 하는 중국인들이 덜 몰려오기에 게임 운영과 관리에 있어서 조금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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