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게임 포스터를 보면 협력업체 로고(CI)가 쫙 나와요. 스탭롤에도 협력사 로고가 끝없이 나오죠. 정말 많아요. 해외 게임업체가 분업을 통해 게임을 개발하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음악을 잘하는 회사가, 그래픽은 그래픽을 잘 뽑아내는 회사가 하는 식이에요.”

▲오르고소프트 장목환 대표

오르고소프트 장목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이야기다. 게임 개발의 분업화가 주제다. 해외 게임업체가 대작게임을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이유가 분업에 있다는 대목에서 힘이 느껴졌다. 게임 품질보증(QA) 전문업체 오르고소프트를 창업한 이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게임, 영화 등 콘텐츠 개발을 함께 만드는, 협업체계가 잘 돼 있어요. 오르고소프트는 분업화, 그중에서도 전문 QA업체를 목표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일본에서는 QA업체가 상장도 해요. 그만큼 시장성이 있는 분야라는 거죠.”

오르고소프트는 지난 2013년 11월 10여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약 4년만에 중견회사로 성장했다. 원동력은 입소문이다. 한번 오르고소프트의 ‘맛’을 본 개발자가 새로운 고객을 소개해주는 일이 부지기수라 규모가 자연히 커졌다.

“QA는 장인 정신이 필요해요. 기술과 노하우가 중요하죠. 예외 케이스(문제)를 빨리 파악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어야 해요.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QA업무를 볼 수 있지만, 결과물이 비논리적인 것은 이런 경험의 차이 때문입니다.”

장 대표는 QA 업무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뽑는 것에는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견기업으로서는 믿기 힘든 ‘통 큰’ 투자가 있었다는 설명이 뒤이었다. 100% 정규직과 프로젝트 전담제 등이다.

사실 전문가 한 사람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경우는 드물다. 숙달된 작업인 만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결과물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오르고소프트는 QA 전문가가 모인 집단인데도 프로젝트 전담제로 운영된다. 왜일까.

“품질 때문이죠.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하는 건 전문가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회사의 강점인 전문성을 높이고 싶어서 에요. 100% 정규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지요.”

아무리 QA를 철저히 해도 오류는 발생한다. 똑같은 기계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다르면 생각지도 못한 오류가 튀어나온다. 이에 대응하는 것은 중소업체 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 게임사도 똑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썩인다.

이런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오르고소프트의 영역이다. 지난해 국내 독점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스마트비트’다.

스마트비트는 야후재팬 자회사 프로스크가 개발한 모바일 용 에러검출-분석 툴이다. 쉽게 말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위한 블랙박스다. 일본에서는 스퀘어에닉스, 반다이남코, 세가, 그리 등 등 게임업체는 물론 재팬에어라인(JAL)이 사용하는 필수 도구로 유명하다.

그는 “일본 업체나 일본 서비스를 하면서 제품을 써본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며 “이를 도입하면 크래쉬 관련 고객응대(CS) 절차가 대폭 단축된다”라고 설명했다. QA로 예상가능한 문제를 줄이고, 스마트비트로 론칭 이후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대응하는 것 모두 오르고소프트의 사업 영역에 속한다. 

찾는 사람도 많고, 서비스도 많아진 덕에 지금은 본업인 QA는 물론, 많은 게임업체가 탐내는 글로벌 테스트와 운영 대행, GM서비스까지 폭이 넓어졌다. 지난해부터 특히 많은 문의를 받은 건 글로벌 서비스다.

“북미 시장 진출을 고려한다면 소프트론칭 지역은 필리핀을 추천합니다. 유저의 성향과 선호도, 흥행성을 판단하는 펀QA(Fun QA) 지역으로 충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을 고려 중인 업체에게 소중한 팁이 인터뷰 도중 튀어나왔다. 조금 더 팁을 달라고 조르자 공식카페나 커뮤니티 등 한국적인 접근법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특히 ‘페이스북’ 브랜드 페이지가 효과적이라고 설명이 이어졌다.

▲굳게 닫힌 보안구역. 어떤 게임의 QA가 진행되고 있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대표실에서 나서자 ‘쌓는데 10년, 무너지는데 10초’란 글귀가 보였다.  설명을 부탁하자 오르고소프트의 사훈이자 장 대표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신뢰는 오르고소프트의 사훈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믿을 수 있는 QA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돼야 해요. 지금까지는 잘 해온 것 같습니다만, 앞으로도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보안은 물론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습니다.”

서삼광  seosk.be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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