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는 블랙스미스. 복사는 어콜라이트. 생소한 영문단어를 알게해준 라그나로크M 캐릭터들

‘라그나로크’가 모바일 시장에서 전성기를 되찾았다. 후속작 격인 ‘라그나로크M’이 많은 유저의 사랑을 받으며 매출과 인기순위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인기는 ‘추억의 힘’으로 대변된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2002년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라그나로크’는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부흥을 이끈 1세대 작품으로 손꼽힌다. 한국에서 게임 좀 했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라그나로크’가 반드시 있다고 할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IP(지식재산권)라 부르는 ‘추억’만으로 ‘라그나로크M’의 기록적 성과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지구촌이라 부를 수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흥행은 때와 시기는 물론 탄탄한 콘텐츠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시대다. 그렇다면 ‘라그나로크M’에 유저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 옛 것을 살려 새롭게 만들다

▲NPC가 퀘스트를 준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IP 게임은 과거의 콘텐츠와 현대적 편의성을 어떻게 접목하냐를 고민한다. 원작의 강점을 계승한 ‘온고지신(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든다) 콘텐츠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그런 의미에서 ‘라그나로크M’의 ‘온고지신’은 꽤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라그나로크의 마스코트 포링은 좋은 경험치죠

‘라그나로크M’에 접속하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듯한 BGM이 유저를 반긴다. 지난 17년간 유저들을 반긴 ‘프론테라의 테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게임을 깔고,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것이 즐거웠던 그날로 돌아가는 문을 연 기분에 빠지게 된다.

비주얼도 향수를 자극한다. 최고의 품질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도 ‘라그나로크’입니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귀여운 캐릭터와 그리운 마을풍경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많은 세월이 지난 만큼 익숙한 도로도, NPC도 변했지만 찾아가기만 해도 정겨운 마을의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 1세대와 2세대 MMORPG의 결합

▲첫 루팅 아이템은 역시 젤로피

전투와 육성은 전형적인 1세대 MMORPG의 특징을 따른다. 단적으로 ‘닥사’만으로도 레벨을 올릴 수 있다. 퀘스트 수행 없이 육성도 없는 최신게임과 다른 모습이다. ‘라그나로크M’은 여기에 2세대 MMORPG의 특징을 더해 퀘스트를 통한 캐릭터 육성도 가능하다.

퀘스트는 올드 게이머도 몰랐던 ‘라그나로크’의 배경과 이야기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반복 사냥만으로도 즐거웠던 그 시절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최신 유저라면 퀘스트를 수행하는 익숙한 방식 덕에 ‘라그나로크M’에 빠져든다.

▲론칭 버전 기준으로 2차 전직 캐릭터는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원작 ‘라그나로크’는 꽤 불편한 게임이었다. 게이머에게도 레벨 디자인이란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 구현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시절의 온라인게임이라 불친절함은 당연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이제 게임은 친절함이 당연한 시대가 왔다. ‘라그나로크M’ 역시 각종 튜토리얼과 편의성을 개선한 시스템을 당연히 탑재했다.

◆ 불편함 속에서도 재미는 피어난다

▲첫 퀘스트가 커플을 맺어주는 내용이다!?

게임 속 편의 시스템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최신 게임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귀찮은 반복작업을 돕는 수준에 그친다.

‘라그나로크M’은 NPC에게 인사하고, 다시 퀘스트를 묻고, 퀘스트를 받고, 퀘스트를 수행하고, 보고하는 과정을 유저가 직접 챙겨야 한다. 여기서 편의성은 미니맵을 통한 자동이동을 지원하는 정도. 게임과 상호작용하는 게임이란 매체의 특징을 고려하면 이런 불편함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느낄 수 있다.

사실 모바일게임은 게임은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는 유저들 덕에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루한 육성과정은 자동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는 수동으로 하는 게 요즘 대세다. 몇 년 전까지 논란이었던 자동사냥은 이제 누구나 사용하는 필수 기능이 됐다.

▲자동사냥에 최적화된 1세대 핵앤슬래시 MMORPG이지만, 영리한 장치로 경제와 효과적인 패널티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라그나로크M’ 역시 이런 자동사냥이 가능하다. 다른 점은 꽤 영리한 방법으로 자동사냥에 패널티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게임의 자동 사냥은 필드에 분포된 몬스터를 골라서 사냥하도록 자동사냥을 풀었다. 한 맵에 여러 몬스터가 분포된 게임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몬스터와 캐릭터의 레벨차이가 크면 사냥 효율이 떨어지는 특성 때문에, 효율적인 사냥 루트를 짜기에 유리하다.

여기에 일반적인 MMORPG라면 스킬과 물약 등 전투에서 선택할 수 있는 행동 대부분을 프로그램과 설정에 따라 자동을 시행한다. 반면, ‘라그나로크M’은 물약을 자동으로 사용하지 않고, 지정된 스킬만을 자동으로 사용한다. 유저의 선택과 전략이 자동사냥의 효율을 결정한다.

◆ 콘텐츠 유지에 유리한 자동사냥 시스템, 유행할까?

▲몸보신 요리를 먹으면 30분동안 회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개를 먹으면 10시간 동안 자동사냥을 할 수 있지만, 10만 제니가 필요하다

이 중 물약의 자동사용 제약은 자동사냥만으로 캐릭터를 육성하는 매크로성 플레이에 제동을 건다. 대신 음식을 먹는 것으로 자동물약을 대신하게 바꿔, 반복사냥으로 얻는 제니(게임화폐)의 과다 생산과 육성에 제동을 건다. 내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영리한 장치다.

물론, 음식버프는 사용한 음식 개수만큼 누적돼 사실상 자동사냥을 지원하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아무런 대가없이 자동사냥을 사용하는 것과 유저가 선택을 하는 ‘라그나로크M’의 자동사냥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모험포인트는, 자동스킬 해방과 같은 유용한 스킬을 배울 수 있다

MMORPG는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화폐의 가치가 급감하는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 대부분의 게임은 자동사냥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너무 커, 화폐의 가치가 없어지거나 초보 유저에게는 너무 가혹한 수준의 금액을 요구하곤 한다. 이를 영리하게 막았다는 점에서 ‘라그나로크M’ 식의 자동사냥은 한동안 다른 MMORPG를 개발 중인 개발자에게 영향과 영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라그나로크M’은 새로운 것이 없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옛날에 해봤거나 본 것들이다. 카메라로 명승고지를 찍고, 모험노트를 채우는 것도 탐험과 업적의 변형이다. 게임 속에서 몬스터를 찍고, 보상을 얻는 것 과정 역시 새롭지만 신기하진 않다.

◆ 새롭지도, 신기하지도 않아 반갑다

▲그라비티는 사진촬영 시스템을 강조했지만, 사실 새롭거나 신기한 콘텐츠는 아니다

사실 ‘라그나로크M’을 플레이하기 전까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1세대 MMORPG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모바일로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란 걱정 때문이다. 그런데 ‘라그나로크M’은 불편함과 새로움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그리움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자가 가장 반가웠던 것은 마을에 좌판을 깔고 채팅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라그나로크’의 강점은 몰이사냥의 재미보다는 유저간의 소통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추억의 채팅방. 떡볶이를 먹으며 게임에 접속해 아바타 채팅을 즐기던 그 시절로 워프한 기분

▲프론테라 대성당은 프리스트 전직 장소에서 관광명소로 변했다

최신 게임은 채널과 파티, 길드를 구분하는 식으로 사적인 소통 공간을 제공하지만, 정해진 약속장소에 찾아가서 채팅방을 열고 그리운 사람과 만나는 경험은 ‘라그나로크M’의 최대 강점이다. 여기에 태클을 걸자면, 소통의 편리함을 위해 음성채팅 기능을 도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정도다.

물론, 불편함에서 피어나는 UX(이용자 경험)와 재미는 분명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라그나로크M’의 기록적인 성과는 이런 그리움에 굶주렸던 유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편리함과 빠름과 편함을 추구하는 지금, 다소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리운 ‘라그나로크M’이라 더 돋보인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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