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시대가 열린 후 ‘신대륙’을 발견한 게임업체들의 경쟁은 더더욱 치열해졌습니다. 게임사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본적인 게임성과 수려한 그래픽, 거기에 유명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를 더해서 선보입니다. 그렇게 해서 PC 게임, 콘솔 게임 업계에서 유명했던 게임 IP는 물론이고 유명 영화와 유명 만화 IP도 모바일 플랫폼에 합류했습니다.

업체마다 모바일 플랫폼을 다루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모바일이라는 ‘신대륙’에서 큰 성과를 거두려는 게임도 있고,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을 자사 게임 IP에 더 많은 유저를 진입시키기 위한 관문으로 활용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유명 IP에 증강현실(AR)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경우도 있었죠. 영화를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게임은 신작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서 영화와 함께 ‘짧고 굵은’ 홍보를 하기도 합니다.

업체들의 다양한 전략이 공존하는 모바일 플랫폼. 이 판을 뒤흔들었던 유명 IP들을 하나씩 조명해보는 연재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소재는 2017년 모바일게임 업계를 강타했던 ‘리니지M’의 원작인 ‘리니지’입니다.

◆ 출시 20주년 맞은 PC 버전 ‘리니지’…아직도 ‘현역’ 

2017년 모바일게임 업계를 뒤흔들었던 ‘리니지M’. 이 게임에 관해서 이야기 하려면 먼저 원작인 PC 버전 ‘리니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1998년 출시된 PC 온라인게임 ‘리니지’는 지금의 엔씨소프트를 있게 만든 게임입니다. 신일숙 작가의 순정만화 ‘리니지’를 소재로 개발된 2D 그래픽 MMORPG이며, 개발은 넥슨에서 ‘바람의나라’를 만들었던 송재경이 이끌었습니다. 당시에 온라인게임이라고 하면, ‘하이텔’, ‘천리안’ 같은 PC 통신 서비스를 통해 글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multi user dungeon, 일명 MUD 게임)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리니지’는 당시 기준으로 화려한 2D 그래픽을 선보여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최종 콘텐츠로 유저들이 끈끈하게 엮이는 ‘혈맹’과 대규모 PVP ‘공성전’을 선보였습니다.

리니지 공성전 영상(플레이엔씨 유튜브 채널)

화려한 그래픽과 공성전을 내세운 ‘리니지’는 출시 초기부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PC방 업계의 주력 상품이 될 정도였죠. (당시 PC방의 또 다른 주력 상품은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였습니다.) 1998년 연말에는 대한민국게임대상도 받았습니다. 상업적으로도 성공해 출시 첫해에 매출 2억 원을 올렸고, 3년 만에 500억 원대의 연 매출을 올리는 게임으로 성장합니다. 게임이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지상파 뉴스에 게임 관련 이슈가 나오면 ‘리니지’가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리니지’는 출시 후 약 20년 동안, 말 그대로 꾸준하게 성과를 냈습니다. 서비스 14주년째인 2012년 12월에는 최대 동시접속자 수 22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2016년에는 누적 매출 3조 2천억 원을 돌파합니다. 참고로, 게임업계는 2~3년만 지나도 전체 판도가 확 변합니다. 거기에 4~5년마다 엔진도 개량되어 전반적인 그래픽 수준도 올라가죠. 그런 업계에서 2D 그래픽 게임이, 20년 동안, 실적발표 때마다 꾸준히 언급될 정도로, 지속적인 성과를 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2017년 엔씨소프트 연간 실적 발표에서도 ‘리니지’는 연 매출액 1,544억 원을 기록하며 여전히 ‘현역’임을 입증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는 PC 온라인게임 중에서는 ‘블레이드&소울’(1,611억 원)에 이은 2위입니다.

◆ ‘리니지’의 모바일 진출 전략, 재해석과 원작 계승 병행

이렇게 장수한 ‘리니지’는 2016년 연말에 모바일로 진출합니다. 게임을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때, 원작 개발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2가지입니다. 기존 플랫폼의 경험을 최대한 살린 채, 새로운 플랫폼에 어울리도록 옮기는 것. 그리고 새로운 플랫폼에 맞게 장르부터 그래픽까지 전반적으로 수정해서 내놓는 것입니다.

‘리니지’는 두 가지를 모두 병행했습니다. 먼저, 2016년 12월 출시된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리니지’라는 IP를 모바일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자동사냥 RPG 형태로 개발한 것입니다. 당연히 그래픽도 원작의 2D가 아닌, 최신 기술로 개발한 3D 그래픽을 채택했습니다. 이 게임은 출시 후 양대마켓에서 인기순위-매출순위 1위를 달성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모바일게임이 양대마켓 1위를 달성한 것은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처음이었습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에 적응한 엔씨소프트는 다음 카드로 ‘리니지M’을 공개했습니다. ‘리니지M’은 PC 버전 ‘리니지’의 경험을 최대한 동일하게 모바일에서 구현한 게임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리니지에 모바일 서버가 새로 만들어진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은 ‘리니지’의 정통 계승작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리니지M’으로 모바일에서 제2의 전성기 맞은 ‘리니지’

2017년 상반기, ‘리니지M’에 대한 업계의 기대치는 급격하게 높아졌습니다. 그 당시 모바일게임 업계의 화두는 2016년 연말에 출시되어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있던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 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리니지’ 원작 개발사가 제대로 된 ‘한 방’을 준비하는 태세를 갖추자 업계의 이목이 쏠렸죠. ‘리니지M’은 대규모 마케팅 공세를 펼쳤고, 사전예약자 수는 55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동시에 엔씨소프트 주가도 40만 원을 돌파하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이렇게 업계의 주목을 받은 ‘리니지M’은 2017년 6월 말 출시 직후 모바일게임 업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출시일 접속자 210만 명, 출시일 매출 107억 원을 기록했고, 양대마켓 매출 순위에서는 꾸준하게 1위 권을 유지했습니다. 간혹 신규 게임이 출시된 후에 매출 1위를 내줄 때도 있긴 했지만, 곧 다시 1위로 복귀하는 저력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2017년 12월에는 대만에서도 출시되어 양대마켓에서 매출순위 1위를 기록했죠.

실적 발표에서도 ‘리니지M’이 보여준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리니지M’의 흥행 덕분에 엔씨소프트 2017년도 3분기 매출은 7,27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2,176억 원과 비교해서 3배 이상 증가했고 2017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2017년 연 매출은 전년 대비 79% 성장한 1조 7,587억 원을 기록했고, 모바일게임 매출은 9,953억 원입니다. 연 매출의 약 57%가 모바일게임에서 나온 것입니다. 모바일게임 게임별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니지M’의 비중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 ‘황금알을 낳는 IP’의 저력, ‘리니지M’이 보여주다

모바일게임 ‘리니지M’과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흥행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그 여러 가지 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IP의 힘’입니다. 기술 개발, 홍보, 마케팅은 다른 업체도 여건이 되면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니지’라는 이름 즉, IP는 가지고 있거나 정식 계약을 체결해야만 활용할 수 있죠.

20년 동안 장수하며 수많은 유저들에게 추억이 된 ‘리니지’. ‘리니지M’이 처음 출시됐을 때, 예전의 추억을 다시 접해 보고자 접속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모바일게임은 잘 모르지만 ‘리니지’가 유명하다니까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모바일게임은 즐기지 않지만 ‘리니지’니까 해보겠다는 사람도 있었겠죠. 이것이 IP의 힘입니다.

‘리니지M’의 기록적인 성공은 흥행한 IP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게임 업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플랫폼의 격변이 일어날 때 새로운 플랫폼에서 자신이 보유한 IP를 잘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황금알을 낳는 IP’를 잘 발굴하고, 가지고 있는 IP를 잘 다뤄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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