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에서 배우는 종합적인 경험을 포스트모템이라고 부른다. 대부분 부정적인 경험으로 분류되는 실패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성공과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안다면, 비슷한 상황을 피하는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실패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게임산업에서 특히 ‘포스트모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넥슨레드 김대훤 대표는 24일 판교 넥슨 사옥과 인근 강연장에서 진행 중인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현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모바일 MMORPG ‘액스(AxE)’를 개발하며 성공과 아쉬움을 공유하는 ‘액스 포스트 모템’ 강연을 위해서다.

‘액스’는 액션 MORPG로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2~3년을 기점으로 모바일 RPG 시장이 MMORPG로 재편되자, 김 대표와 넥슨레드 개발진은 장르 변경을 고민했다. 결론은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으로 정했다.

대신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 남들과 다른 MMORPG, 일반적인 게임이 아닌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이다. 그래서 개발팀은 ‘액스’에 진영간의 경쟁과 대립을 핵심 콘텐츠로 삼았다.

경쟁과 대립에 재미를 더한 핵심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대규모 필드 구연, 대립에 재미를 더하는 시스템, 상대를 지정하는 타겟팅 시스템을 입력 수단이 제한된 모바일에 최적화 하는 방법 등이 해결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캐릭터 근처의 적을 표시해 주는 ‘타겟팅 어시스턴스’, 유저의 기다림을 최소화하는 자동 파티 시스템, 침투 알림 시스템, 보이스 채팅 등을 묶어서 모바일 플레이에 적합한 기능 등을 더했다.

덕분에 ‘액스’는 론칭 이후 시장에 좋은 반응을 얻어 매출과 인기순위,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우수상도 받았다. 좋았던 출발과 달리 장기흥행에는 물음표가 뒤따랐다. 부족한 콘텐츠, RvR(진영간 대결, 경쟁과 대립 콘텐츠)의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게 김 대표와 넥슨레드가 분석한 원인이다.

김 대표는 “캐릭터를 육성하는 기존 방식 대신, 빠르게 육성하고 계속해서 전투를 즐 긴 뒤 장비 전체를 빠른 교체해 새롭게 대립하는 재미를 제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개발팀)이 생각했던 것보다 (장비)교체가 필요한 시기가 빨랐고, 유저가 시간을 들여 확보한 장비를 교체하는 부담감이 생각보다 컷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막연한 희망을 근거로 한 결정이 실패로 이어졌다는 쓰디쓴 경험담이 이어졌다.

‘액스’는 두 진영으로 갈린 유저들이 반복해서 전투를 하는 MMORPG다. 핵심 콘텐츠인 RvR이 다소 부족한 콘텐츠를 메워주길 희망했지만, 당연하게도 이는 희망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는 “‘액스’의 콘텐츠가 더 많았더라면, 성장의 결과를 뽐낼 수 있는 콘텐츠가 있었더라면, 개인-집단의 목표가 되는 레이드, 길드전, 강함의 정도를 확인하는 무한의 탑 등을 더 빨리 제공했다 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돌아봤다.

모바일 환경으로 대규모 콘텐츠를 기획하고 구현하는 것도 미흡했다고 반성했다. 온라인게임과 달리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적은 모바일게임인데도 진영에 대한 소속감과 몰입감을 제공하는데 부족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채널에서 진영간 전쟁 발발 시 다른 채널에 실시간으로 알리고 참가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했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MMORPG의 차별화를 위해 근간인 성장 시스템을 건드리는 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육성 시스템에 한해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접근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액스’가 시도했던 장비 전면교체와 같은 시스템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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