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게임이 초기 콘셉트로 개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트렌드와 유저의 성향이 바뀌면 이에 따라 콘셉트도 바뀐다. 물론, 개발 문제로 현실과 타협하기도 한다. 이는 넥슨이 개발한 대작 ‘야생의땅: 듀랑고(이하 듀랑고)’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씩 바뀌고 쌓여 온 ‘듀랑고’의 콘텐츠 디자인의 세부적인 변화와 의도를 소개하는 ‘창발과 통제 그 중간 어딘가 – 듀랑고 콘텐츠 디자인 변천사’ 세션이 26일 판교 넥슨 사옥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3일차 강연으로 진행됐다. 강연은 넥슨 왓스튜디오 소속 양회진이 담당했다.

듀랑고는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 이는 아이템 제작 시스템에서 드러난다. 듀랑고는 속성으로 나뉜 재료를 합성해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 수 있다. 같은 도끼라도 돌을 넣느냐, 뼈를 넣느냐로 달라진다. 무엇으로 어떤 장비를 만들지는 유저의 선택에 따라 달린다. 아직도 회자되는 삶은 가죽구두(먹을 것)도 듀랑고의 자유도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듀랑고 첫 테스트 당시에는 유저가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콘텐츠의 규칙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할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수집과 성장 등 유저가 즐길 거리는 부족했다. 그렇다 보니 강제적인 요소를 넣기 힘들어 콘텐츠 수명이 지나치게 짧았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왓스튜디오는 3차 리미티드 베타 테스트(LBT)에서 생산과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난이도를 높였다. 먼저 재료의 단계로 나누고, 가공과 제작을 통해서만 재료의 등급이 성장할 수 있도록 수직적으로 바꾸고, 노력값이란 가상의 수치를 적용해 같은 등급(수준)의 아이템 가치가 일괄되도록 했다.

덕분에 콘텐츠의 규칙과 수명이 늘었지만, 창발적인 요소가 없는 통제된 게임이 됐다.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한 문제가 불거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왓스튜디오는 재료부터 개조방법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재료에 특징과 추상적인 속성을 부여하고, 속성에 따라 재료가 쓰이는 곳마다 적절한 옵션을 가지도록 매트릭스를 만들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CBT에서는 각 자연물의 고유 가치가 생겨 도구를 제작하는 재미가 늘었다. 유저가 원하는 재료를 사냥하며 창발적인 제작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은 아이템이라도 사용한 재료에 따라 특징이 달라져, 원하는 옵션과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 아이템을 만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정 속성에 대한 효율이 높다보니, 만들어야 하는 아이템이 명확해졌다. 양 개발자는 론칭 버전에 앞서 채집물과 제작에 불확정 요소를 도입하는 것으로 기대감과 즐거움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잠재속성은 같은 제작물이라도 다른 특징을 보유할 수 있도록 장치된 시스템이다. 독특한 잠재속성으로 재료의 쓰임새가 정 반대가 돼 창의적인 플레이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게 왓스튜디오와 그의 분석이다.

그는 앞으로 신규 속성과 제작법, 농사 요리 개편, 전투 개선 등 콘텐츠 보상과 새로운 콘텐츠 동물 교배, 도감, 신규 군계, 스토리팩 등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하며 창발과 통제의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창발과 통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렵다. 작은 것을 쌓아가며 튼튼한 토대를 만드는 작업이 지속되야 할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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