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로만 즐기던 게임의 주류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며 언제 어디서나 손 안에서 즐기는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온 지도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게임의 플레이 환경이 변한 만큼 게임의 생태계도 변했고 그 시대를 주도하는 게임 장르도 지속적으로 변화됐다. 그 변화들에서 가장 큰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아무래도 카카오톡 게임센터를 통해 시작된 본격적인 모바일 게임의 흥행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톡 게임센터를 통해 다양한 캐주얼 게임이 등장했고 흥행으로 이어졌다. 이는 게임 인구의 저변을 넓히는데 많은 기여를 하게 된 것은 물론, 흥행 성과에 힘입어 게임 하나로 코스닥에 상장되는 회사들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런 카카오톡 게임 중 초기 흥행을 주도한 게임은 퍼즐 게임 '애니팡'과 슈팅 게임 '드래곤플라이트'였다. 그리고 두 게임의 공통점은 세로 형태로 한 손으로 즐기는 게임이다. 가볍게 즐기는 게임성은 물론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플레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게임들이다.

그러던 중, 이른바 '탈팡'이라고 하여 퍼즐 일변도를 벗어나 다른 형태를 가진 캐주얼 게임이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런닝 게임이다. 화면 속을 달리며 위험을 피하고 아이템을 모아 달리며 점수를 획득하고 이를 경쟁하는 재미는 기존 장르에서 느끼지 못하는 재미를 줬고, 인기가 폭발하며 시장을 휩쓸게 된다.

모바일 런닝 게임의 흥행 5주년을 맞아 국내 시장에 선을 보였던 국산 런닝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들의 흔적과 현황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 2013년, 트로이카의 등장으로 런닝 게임이 대세로 등극

사실 폰으로 즐기는 런닝 게임은 피쳐폰 시절부터 존재했다. 그 대표 게임이자 최초의 게임은 바로 2003년 첫 선을 보인 게임빌의 '놈' 시리즈다. 단순히 폰을 잡는 것에서 벗어나 화면을 돌리면서 플레이하는 개념을 도입해 신선한 충격을 줬고 지금도 게임빌의 대표 게임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PC 플랫폼으로 2005년에 출시된 '테일즈런너'는 지금까지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장수 런닝 게임의 대명사가 됐다.

그리고 2013년, 본격적인 모바일 런닝 게임들의 데뷔가 시작되며 트렌드를 이끌기 시작했는데, 그 게임들은 '윈드러너', '쿠키런', '다함께차차차'였다. 이들 게임의 공통점은 세로형이 아닌 가로형 게임이며, 양손으로 잡고 원버튼 이상의 조작을 통해 더욱 집중하는 캐주얼 게임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가장 먼저 출시된 것은 넷마블이 출시한 '다함께차차차'였다. 2012년 12월 31일에 출시되며 2013년 새해 벽두를 연 이 게임은 차량을 이용해 도로를 달리면서 앞에 있는 차를 피하고 코인이나 아이템을 모아 최대한 멀리 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종스크롤 형식의 게임이다. 레이싱 게임을 표방했지만 게임 내 요소는 사실상 런닝 게임에 가깝다.

이 게임은 출시 7일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달성한 것은 물론 17일만에 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넷마블 모바일 게임 사업 최초의 흥행작으로 등극, 위기의 넷마블을 구해낸 일등공신이 됐다.

일본에서 나온 PSP용 캐주얼 게임과의 유사 논란으로 인해 "일본 회사가 '다함께차차차'의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화제의 말을 남기기도 한 이 게임은 지난 2017년 1월 서비스를 종료하며 만 4년간 서비스된 대표 모바일 런닝 게임으로 남게 됐다. 2015년에는 후속작인 '다함께차차차2'를 내놓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순수한 캐릭터형 런닝 게임의 시초는 바로 위메이드가 출시한 '윈드러너'였다. 2013년 1월에 출시된 이 게임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달리는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해 별을 먹으며 점수를 얻고 장애물을 이단 점프로 뛰어넘는 것은 물론 몬스터를 밟고 지나가는 다양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획득 별의 수와 달린 거리를 합한 최종 점수로 친구들과 경쟁하는 재미 요소와 RPG 수준의 다양한 육성 요소는 흥행에 불을 지폈다.

출시 12일만에 1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당시 최단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일일 접속자(DAU) 500만명을 돌파하는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며 양대 마켓 매출 순위 1위를 석권하고 40여일간 매출 1위를 수성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우수상을 탔을 정도로 게임성과 인기 모두를 인정받았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서비스되고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있다.

트로이카의 마지막 주인공은 데브시스터즈가 내놓은 '쿠키런'이었다. 이 게임은 원래 2009년 해외에 출시한 '오븐브레이크'의 후속작으로 2012년에 해외에 출시한 '오븐브레이크'의 후속작 '오븐브레이크2'를 업그레이드해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옮겨 2013년 4월 출시한 게임이다.

'쿠키런'은 쿠키들이 오븐에서 탈출해 달리면서 점프와 슬라이드 등 두 버튼을 이용해 코인과 젤리를 먹어 점수를 얻고 장애물을 뛰어넘어 최대한 멀리 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다.  

국내 최대 DAU 290만명을 기록하고 출시 한 달 뒤 양대 마켓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런닝 게임의 대세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쿠키런'은 메신저 '라인'으로 글로벌에 진출해 흥행에 성공한 첫 모바일 런닝 게임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후속작 출시에 따라 2016년 12월 이후로 업데이트가 중단됐고 '라인 쿠키런'의 경우 오는 6월 5일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다.

이들 3개의 게임은 '모두의 마블'이 출시돼 시장을 석권하기 전까지 업데이트 때마다 매출 1위 자리를 서로 차지하며 런닝 게임의 대세로서 각축을 벌였다. 또한 런닝 게임 흥행에 합류하고자 다양한 게임들이 이 해에 등장했다.

사무라이 쇼다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다같이 칼칼칼', 4명이 동시에 뛰는 '판타지러너즈', 여고생이 등장하는 '스쿨런:질풍노도 여고생', 공주가 등장하는 '릴리스:두개의 달', 넥스트플로어의 '스피릿 캐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돼지러너:족발의 시작', 브레멘 음악대를 연상시키는 '업고업고', 오즈의 마법사 캐릭터가 등장하는 '러시앤캐슬' 등 많은 게임들이 대세 게임으로 등극한 런닝 게임들에 도전했으나 트로이카의 아성을 꺾는데는 실패했다.

■ 런닝 게임들, 장르 한계와 시장 재편으로 침체기 겪어

이처럼 2013년이 런닝 게임이 대세였던 해라면 그 이후는 사실상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그 시작인 2014년에는 대세를 이어받기 위해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진 런닝 게임들이 줄줄이 출시됐다.

주먹대장 소녀들의 런닝 게임 '펀치버스터', 좀비들이 등장하는 '좀비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게임빌이 출시한 '키위대시, 마징가가 등장하는 '마징가', 원작을 모바일로 옮긴 '테일즈런너', 다양한 요소를 추가한 '쥬시런', 납치된 캔디 요정을 구하는 '캔디코스터' , 삼국지 영웅들이 달리는 '삼국지질풍전', 파워레인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파워레인저 대쉬', 무대를 하늘로 옮긴 '텐버드'와 '꼬꼬패밀리', 다양한 액션이 특징인 '런닝몬', 보물을 찾아나서는 '전설의 도둑왕', 그리스 신화를 다룬 '올림푸스런', 거품총을 쏘는 '버블액션' 등이 나왔다.

그리고 퍼즐과 런닝을 조합한 '퍼즐런', MOBA와 결합한 '런앤레이드' 등 장르 조합형과 동물이 등장하는 '터치바니'-'달리냥'-'나는 돼지다'-'키티러쉬', 동화를 배경으로 하는 '도전!동화'-'나에게 달려왕'-'장화신은고양이' 등 유사 소재를 활용한 런닝 게임들도 선을 보였다.

하지만 전년보다 못한 성과들이 나오면서 런닝 게임에 대한 관심은 점차 식어갔다. 특히 대부분의 런닝 게임들이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출시됐는데, 친구 초대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할 시기가 바로 이때였고 그로 인해 출시된 런닝 게임들은 3~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기 일쑤였다.

원조 흥행작인 '윈드러너'의 차기작인 '윈드러너2'도 이 타이밍에 출시됐다. 무한 달리기가 아닌 스테이지 방식을 도입한 것은 물론 전작의 액션에 절벽 오르기나 매달리기 등의 액션이 추가됐고 줌인-줌아웃 효과를 통해 게임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게임이다.

그러나 '윈드러너2' 역시 달라진 게임성과 높아진 난이도로 흥행에 실패, 전작의 명성을 잇지 못하고 정확히 출시 2년 뒤인 2016년 5월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아무래도 런닝 게임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장르 자체의 한계였다.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만큼 차별화가 쉽지 않은 장르 특성이 2013년 이후 출시 게임들의 발목을 연이어 잡은 것. 그때문에 2015년에는 런닝 게임의 출시가 대폭 감소했다. 또한 RPG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상대적으로 런닝 게임에 대한 관심도 멀어졌다.

2015년 출시작은 세븐몬스타의 '마왕을 물리쳤다', 앨리스와 홍길동 등 동화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런더랜드', 러닝에 배달과 수집을 결합해 넷마블이 출시한 '퀵보이', 모든 면을 사용하는 '어지런', 클리커를 결합한 '우리가 지킬고양', 리듬을 결합한 '스트릿보이' 등 10개도 채 되지 않았고 물론 모두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개발사가 런닝 게임 개발 및 서비스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 IP와 서비스 노하우 가진 소수 런닝 게임의 생존 시대 도래

2016년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됐고 4월까지 출시된 런닝 게임은 전무했다. 그러나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프렌즈런'이 사전예약 100만명을 기록하는 기대 속에 2016년 첫 런닝 게임으로 5월 출시됐는데, 양대 마켓 매출 순위 10위권에 진입하고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2014년 이후 런닝 게임 중에선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런닝 게임의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라인 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런닝 게임 '라인러시'도 출시되면서, 원작이 있거나 기존 IP를 활용한 런닝 게임만이 출시되는 시대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에 힘입어 10월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의 후속작이자 게임성을 강화한 '쿠키런:오븐브레이크'를 출시, 3일만에 글로벌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다시 런닝 게임 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전작과 큰 차별화가 없었던 만큼 초기 흥행에는 실패했고, 결국 2017년 여름 들어 매출 순위 150위 아래로 떨어지며 위기를 겪는다.

이 상황에서 넥슨이 '테일즈런너'의 후속작인 '테일즈런너R'을 출시하며 대세 게임으로의 등극을 노렸지만 실패했고, 얼마 뒤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데브시스터즈는 신규 콘텐츠와 상품, 이벤트 등에서 과감한 개편을 진행하며 부활을 시도했고 이는 제대로 맞아들어갔다. 다시 론칭 당시의 매출을 거두기 시작했고, 최근 글로벌 1,6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것은 물론 5월 17일 현재 매출 순위 25위를 기록하며 런닝 게임 중에서는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처럼, 비록 게임성과 유저풀에 명확한 한계가 있는 런닝 게임이라고 해도 콘텐츠와 서비스에서 유저에게 만족감을 주면 충분히 흥행할 수 있으며 아직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쿠키런:오븐브레이크'가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전작의 실패를 딛고 조이맥스가 '윈드러너Z'를 통해 다시 런닝 게임의 부활을 노린다. 5월 말 출시 예정인 '윈드러너Z'는 런닝 게임 최초로 스테이지 형태의 스토리 모드와 실시간으로 유저 4명과 달리는 ‘실시간 멀티플레이’, 협동 플레이 콘텐츠인 '챔피언십', 마지막 최종관문에서 경험하는 강력한 ‘보스전’, 원작에는 없었던 '길드배틀' 등을 재미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향상된 게임성과 그래픽은 덤이다.

특히 사전예약 하루만에 10만명을 넘어섰고 최근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아직 유저들이 신작 런닝 게임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조이맥스 측은 원조 런닝 게임의 면모를 다시 보여줌으로써 원작의 영광을 재현해 런닝 게임 장르를 부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유일한 현재 흥행작인 '쿠키런:오븐브레이크'의 실적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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