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이 한국 시각으로 15일 개막한다. 대륙별 예선을 통과한 32개국의 축구 국가대표팀이 맞붙는 월드컵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대회다. 스포츠 대회 중에서는 가장 큰 행사에 속한다. 월드컵의 위력은 흔히 유엔(UN) 가입국(193국)보다 FIFA(국제 축구 연맹, 이하 피파) 가입국(211국)이 더 많다는 사실로 설명되곤 한다.

게임 업계 입장에서 보면 월드컵 기간은 4년마다 찾아오는 축구 게임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각종 이벤트는 게임 장르에 상관없이 나온다.) 그래서 월드컵이 열리는 시기에는 다양한 축구 게임이 출시되고, 이미 출시된 축구 게임들이 월드컵 맞이 업데이트를 한다. 

한국에서는 5월 17일 PC 온라인게임 ‘피파온라인4’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로 눈을 돌리면, 5월 24일 블루홀피닉스가 출시한 ‘월드 사커킹’이 있고, 현재 사전예약이 진행 중인 ‘챔피언스 매니저’도 있다.

이런 축구 게임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라이선스’다. 축구 게임을 하는 유저는 대부분 축구를 좋아할 것이고, 그렇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가 있는 게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유명 축구 리그, 국가대표팀, UEFA 챔피언스 리그 등 다양한 라이선스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그 축구 게임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에, 월드컵 시즌을 맞아 ‘피파온라인4’를 기준으로 축구 게임 라이선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EA, ‘러시아 월드컵’ 라이선스 확보하고 ‘월드컵 모드’ 추가

PC 온라인게임 ‘피파온라인4’(EA 산하 스튜디오 스피어헤드 개발, 넥슨이 한국 서비스)는 러시아 월드컵 시기에 맞춰 5월 17일 공개 서비스를 실시했고, 이어서 31일에는 월드컵 모드를 추가했다.(월드컵 모드는 한시적으로 운영) 그리고 EA가 출시한 축구 게임 ‘피파18’에도 러시아 월드컵을 맞아 ‘월드컵 모드’가 무료 DLC(다운로드 콘텐츠)로 추가됐다.

현존하는 축구 게임 중에서 ‘월드컵’이라는 명칭을 정식으로 게임 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게임은 손에 꼽는다. 한국 유저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피파온라인4’와 ‘피파18’ 정도다. ‘월드컵’이라는 명칭을 게임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피파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 대표팀을 게임에서 구현하려면 32개국 축구 대표팀 협회와 일일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래야 해당 팀의 로고와 유니폼을 게임에서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게임 업체 입장에서 보면, 월드컵 모드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체결해야하는 계약 숫자만 봐도 최소 33개(32개국 국가대표와 피파)다. ‘월드컵’을 게임에서 제대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리고 한국 PC 축구 게임은 넥슨의 ‘피파온라인’ 시리즈가 워낙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 바닥에서 다른 업체가 도전장을 내밀기는 쉽지 않다.

축구 게임 ‘피파’ 시리즈의 유일한 적수는 ‘PES’(프로 에볼루션 사커=위닝일레븐) 시리즈다. 하지만, ‘PES’ 개발사 코나미는 지금까지 월드컵 관련 소식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축구 게임 업계에서 ‘월드컵’이라는 이름은 사실상 EA가 홀로 활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 다양한 축구 리그-구단 라이선스 확보…생각보다 어렵다

현실 축구를 바탕으로 개발되는 축구 게임은 ‘월드컵’ 라이선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비슷한 게임이라면, 이왕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와 팀을 제대로 구현한 게임에 손이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축구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사실적인 게임 그래픽과 게임성은 기본이고, 다양한 라이선스까지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게임 업체 입장에서는 다양한 라이선스를 확보하기가 쉽지가 않다. 일단 유럽의 명문 축구 구단 수만 생각해봐도 꽤 된다.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바이에른 뮌헨 등 다양한 국가에 다수의 명문 구단이 있다. 한 팀 혹은 두 팀 정도와 계약을 하는 것은 몰라도, 유럽의 모든 유명 구단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게임 업체 입장에서도 부담 가는 일이다.

여기에 스페인의 ‘라 리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 같은 유명 축구 리그도 게임에서 그대로 구현하려면 해당 리그를 운영하는 협회와도 별도로 계약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 리그의 정식 이름과 로고를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에서는 ‘프리미어 리그’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고, ‘잉글랜드 축구 리그’라는 식으로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 이는 축구 구단도 마찬가지다. 라이선스가 없으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라는 이름 대신 ‘맨체스터 레드’ 같은 이름으로 대체해야 한다.

여기까지 언급된 라이선스를 게임에서 모두 구현한다고 가정해보자. 인기 있는 유럽 축구 리그만 해도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5개가 있고, 이 리그에 소속된 구단들의 수를 다 더하면 수십 개다. 해당 리그를 운영하는 협회가 리그 소속 팀들과 일괄적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우는 그나마 품이 덜 들어간다. 만약, 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리그 사무국과 계약한 후에 리그에 소속된 20개 내외의 축구 구단들과 일일이 개별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진행해야 하는 계약의 숫자는 수십 개다. 만약 모든 유럽 국가의 리그를 구현한다면 수백 개 규모로 늘어난다. 

이렇다 보니, 유럽에 있는 모든 축구 구단과 유명 축구 리그를 게임에서 모두 구현하는 것은 굴지의 게임 업체가 아니면 실현하기 힘들다. 금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진행해야 하는 계약의 숫자가 기본적으로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가 되기 때문이다. EA처럼 자금도 있고, 축구 게임을 지속해서 출시하며 노하우를 쌓은 업체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EA의 경우, 꾸준하게 축구 관련 라이선스를 늘려가며 거의 ‘완전체’에 다가가고 있다. ‘피파온라인4’를 보면 유럽의 유명 리그는 물론이고, 스코틀랜드나 오스트리아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국가의 리그마저 모두 구현됐다. 남미 국가 리그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축구 리그도 구현됐다. 없는 리그를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다.

‘피파온라인4’에 없는 리그는 일본 축구 리그(J리그), 브라질 축구 리그 등이다. (J리그는 코나미가 개발하는 ‘PES’ 시리즈에 주로 등장한다) 그리고 축구 팬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UFEA 챔피언스리그’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 현역 축구 선수는 ‘FIFPro’와 계약, 유명 은퇴 선수는 별도 계약

축구 구단 다음은 축구 선수다. 각 리그에서 활약하는 현역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라이센스 계약이 필요하다. 선수는 구단에 비해 간단하다. 현역 축구 선수는 ‘FIFPro’(국제 축구 선수 협회, 이하 피프로)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대부분 해결된다. ‘피파온라인4’도 게임을 실행하면 나오는 안내 화면에 피프로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 명시되어있다.

즉, 앞서 설명한 축구 구단과의 계약이 구단 이름, 로고(엠블럼), 유니폼 등을 게임에서 그대로 구현하기 위한 계약이라면, 피프로 와의 계약은 피프로에 가입된 전 세계 축구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을 게임에서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참고로, 호날두와 메시를 비롯한 전 세계 약 6만 5천 명의 선수들이 피프로 회원으로 가입되어있다.

그래서 게임 개발사들 중에서는 피프로와 계약해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유명 축구 선수들을 확보하고, 유명 축구 구단 몇 곳과 계약을 체결하는 식으로 축구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축구 구단과 달리 축구 선수들은 피프로와 계약만하면 대부분 해결이 되기 때문이다. 단, 펠레나 마라도나처럼 은퇴한 유명 선수들을 게임에서 구현하려면 은퇴 선수 개인 혹은 은퇴 선수들이 소속된 단체와 따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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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온라인4’에는 EA가 체결한 계약, 넥슨과 한국 축구 협회와의 계약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현역 축구 선수들이 구현되어있다. 단, 박지성이나 홍명보 같은 은퇴한 한국 선수들은 현역 선수가 아니기에 게임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계약이 필요하다. 이런 선수들은 넥슨이 유명 은퇴 선수들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한 것을 근거로 ‘피파온라인4’에 구현되어 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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