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개발사 퀀틱드림은 우직하게도 정통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만 꾸준히 만들어 오고 있다. 그렇다고 다작을 하는 것도 아닌데, '파렌하이트(인디고 프로페시)'를 시작으로 '헤비레인', '비욘드 : 투 소울즈'까지 단 3개 작품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런 게임사의 신작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은 인지상정. 어드벤처 장르를 뛰어넘어 인터렉티브 드라마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이제는 독보적인 개발사로 자리매김한 퀀틱드림이 5년여의 개발 끝에 지난 5월 24일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출시했다.

■ 플레이 할 요소가 많은 인터렉티브 드라마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이전의 퀀틱드림 게임들은 스토리에 유저가 몰입하게 만드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게임성에 있어서는 '글쎄?'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과정과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플레이 할 요소가 극도로 적어지는 인터렉티브 드라마 장르의 단점 때문이다. 

퀀틱드림은 플레이를 억지로 끌어내지 않으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방법을 고민, 연구한 결과를 '선택'에서 찾았다. 사실 주인공 캐릭터를 움직이고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버튼 조작으로 진행하는 플레이 스타일은 이전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과정과 결과 모두를 유저에게 맡겼다. 유저 자신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단점으로 지적됐던 플레이 할 요소가 굉장히 많아졌다. 보통 이런 장르 자체가 1회차 플레이로 엔딩을 보면 다회차 플레이는 트로피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꼭 다시 해야 만 하는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 챕터마다 보여주는 선택의 루트를 보면 다시 할 수밖에 없다.

■ 옳고 그름이 없는 선택의 딜레마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스토리는 각기 다른 기능의 가진 안드로이드 3명(?)이 뜻밖의 상황에 오류를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이야기이다. 이 모든 과정과 결과는 모두 유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재미있는 점은 유저가 어떤 선택과 플레이를 했던지 간에 게임오버라는 개념이 없다는 부분이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3명의 안드로이드를 모두 파국으로 몰고 갔을지라도 그것은 여러 가지 엔딩 중 하나일 뿐이다. 대신 ​유저는 챕터를 마칠 때마다 딜레마에 빠진다. 챕터를 마치고 나면 유저의 행동과 선택을 모두 보여주는 지도가 펼쳐 지는데, RPG에서 안 가본 지역을 보여주는 것처럼 찜찜한 느낌이 들게 한다. 

'다시 해볼까?'라는 생각에 챕터 재시작을 선택하려 하면 이를 만류하는 타이틀 화면의 안드로이드 클로이의 말에 흔들리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다분히 개발사의 기획 의도로 보여지지만 직관적인 걸 좋아하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불편한 게임일 수 있다.

▲ 이 친구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불안하다

​그런데 플레이 도중에 발생하는 선택이 다소 명쾌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 행동과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은 맞지만 유저의 선택지가 예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흘러가는 부분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안드로이드 중의 하나인 '코너'가 범인을 설득하는 부분이라든지, 형사 앤더슨과의 대화를 통한 부분 등에서 예상 가능 범위를 벗어난 행동을 취해 당혹스런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선택해야 할 단어들이 워낙 간단한 단어들이기 때문에 한글화의 오역이라고 보긴 어렵고 의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유저 입장에서는 불편하니 이 또한 딜레마다. 무조건 예측 가능 범위 내의 선택지라면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 이럴 땐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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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감 넘치는 리얼타임 플레이 파트

아무리 선택으로 인한 시나리오 변주를 가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일지라도 정적일 수 밖에 없는 어드벤처 장르의 단점은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초반에 인간을 위해 아주 자질구레한 일까지 해야 할 때는 '본격 안드로이드 체험 게임인 것 같다'는 불안감까지 들게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록 지루해질 타이밍이면 어김없이 리얼타임 플레이 파트가 등장해 게이머에게 긴장감에 변주를 준다. 추격전, 전투, 시간제한 미션, 잠입 액션, 아크로바틱 등 FPS를 제외하고 액션 게임에서 볼만한 것들은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대단한 점은 다양한 리얼타임 플레이 파트의 출현 타이밍이 기가 막힌다는 점이다. 스토리에 꼭 필요한 부분인 것은 물론, 해당 플레이의 성패가 곧 선택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개발사가 레벨 디자인에 얼마나 공을 쏟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 손이 무척 바빠지는 리얼타임 전투

■ 이것은 정통 어드벤처 장르의 혁신이다.

현 세대의 어드벤처 장르라 하면 액션과 슈팅의 비중이 높은 '툼레이더', '언차티드'와 같은 게임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과거 1980~90년 초반으로 돌아가보면 '원숭이 섬의 비밀', '킹스 퀘스트' 등의 퍼즐 풀기와 NPC와의 대화 등으로 스토리를 끌어가는 게임들이 어드벤처 장르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힘입어 실시간 or 액티브 한 게임들이 대세가 되어 갔고 '툼레이더'와 같은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보면 된다. 가뭄에 콩 나듯 '그림판당고', '사이베리아' 같이 명작의 반열에 올라온 게임들이 정통 어드벤처 장르의 명맥을 유지할 뿐 이었다. 

실력을 가진 개발사 입장에서도 어드벤처 장르에 딱 어울리는 멋진 시나리오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도전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퀀틱드림은 불모지에 가까운 장르에 도전했음에도 인정받은 것도 모자라,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으로 혁신을 이뤘다고 본다. 

사실 뜯어보면 완전히 새로운 발명품과 같은 것은 없지만 현 세대에 와서 가능했고, 가장 빛을 발하는 요소들을 적절히 잘 버무렸다. 안드로이드가 게임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현 콘솔 세대에서 등장하자 마자 정점을 찍어버렸다고 할 정도로 올해 꼭 플레이 해 봐야 할 PS4 타이틀로서 손색이 없다.

▲ 네? 진짠데요...꼭 해야 할 게임인데요...^^;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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