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은 함께 하는 유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된다. MMORPG가 유저 수가 많을수록 더 재미있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리고 PC방에 갈 때 많은 친구와 함께 갈수록 더 즐겁게 놀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게임을 개발할 땐 최대한 유저들을 한 ‘놀이터’(서버)에서 놀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자이언트 서버’ 같은 각종 서버 기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많은 유저들이 온라인으로 함께하는 게임에서 PS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같은 콘솔 게임기 제조사의 정책 문제로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없다면? 혹은 같이할 수는 있지만. 게임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해야 한다면?(이 경우, 기존 계정에서 구매한 아이템은 사용 못한다.) 유저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이 된다. 어떤 업체 때문인지를 떠나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이런 일이 유명 게임 ‘포트나이트’와 ‘마인크래프트’에서 연이어 터졌다. 둘 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이고 콘솔 게임기, PC,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이다.

‘포트나이트’의 경우에는 PS4에서 게임을 즐긴 계정으로는 닌텐도 스위치에서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닌텐도 스위치에서 ‘포트나이트’를 즐겼다면 그 계정으로는 PS4에서 ‘포트나이트’를 즐기지 못한다. 이럴 경우 유저는 새로운 계정을 생성해서 접속해야 한다. 기존 계정에서 구매했던 유료 아이템, 각종 장비 등은 새로운 계정에 적용되지 않는다. 사실상,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는 셈이다. 사전에 이것을 몰랐던 유저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하고 짜증 나는 상황이다.

그리고 PS4 유저는 PC와 모바일 유저와만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유저와는 만날 수 없다. 반면,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PC, 모바일 유저는 서로 만날 수 있다. 콘솔 제조사인 닌텐도와 MS가 ‘로켓 리그’에 이어 ‘포트나이트’에서도 서로에게 문을 연 덕분이다.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PS4를 제외한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PC, 모바일 유저는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크로스 플랫폼’ 기능이다. PS4 유저만 여기에 함께하지 못한다. 그나마 ‘마인크래프트’는 ‘포트나이트’와 달리 혼자서도 게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도 ‘포트나이트’처럼 다른 유저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큰 게임이다. 그런 게임에서 유저 수를 더 늘릴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지 않은 것은, 업체 입장에서야 이유가 있겠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정이다. 

정리하자면, 닌텐도와 MS라는 두 콘솔 게임기 제조사는 최근 몇몇 게임을 통해 네트워크 플랫폼을 서로에게 열었다. PS4를 제조하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도 함께하자는 제안은 받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결국 협업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이에 여러 게임 외신이 소니의 결정을 안타까워하거나 아쉬워하며 다양한 기사를 게재했다. 본 기자 역시 소니의 결정과 크로스 플랫폼 정책이 여러 가지로 아쉽다. 그 이유를 정리해봤다.

소니가 운영하는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

◆ 타 콘솔에 문을 열지 않은 소니...관련해서 부정적인 여론이 쌓이고 있다

콘솔 게임은 전통적으로 혼자 하는 게임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달라졌다. ‘오버워치’처럼 싱글 플레이가 아예 없고 멀티 플레이만 있는 게임이 게임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는 시대다.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포트나이트’ 역시 멀티 플레이 중심 게임이다. 유명 총싸움 게임 ‘콜 오브 듀티’ 신작도 싱글 플레이가 없다.

이런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전 세계 유저들을 하나의 놀이터에서 같이 놀게 해주는 것이다. 기종에 따라서 서버가 다르고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다른 환경보다는, 어떤 기종으로 즐기든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유저 입장에서는 더 좋은 환경이다. 그리고 이런 게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다양한 기종 유저들이 서로 한 자리에 모이게 해주는 ‘크로스 플랫폼’ 기능은 더 주목받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게임에서 특정 콘솔 게임기 제조사의 정책으로 인해 기종 간의 제한이 발생한다면? 다양한 기종을 가지고 있는 유저 입장에서는 어느 기종에서만 접속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발생한다. 친구와 함께하고 싶은데 친구가 보유한 기종 때문에 같이 하기 힘든 상황도 발생한다. 업체는 업체대로 이런 복잡한 사정을 어떤 식으로든 유저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을 초래한 업체는 어떻게든 유저들의 기억에 남게 된다. 심하면 게임 관련 게시판 등에서 해당 업체에 큰 비난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포트나이트’ 크로스 플랫폼 이슈 때문에 각종 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 소니는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마인크래프트' 관련해서 닌텐도와 MS가 서로에게 문을 열었을 때는, 두 업체가 함께하는 홍보영상까지 나와서 소니가 합류하지 않았다는 점이 유저들에게 더 부각됐다. 

Xbox One과 닌텐도 스위치가 함께 등장한 '마인크래프트' 닌텐도 스위치 홍보영상

이런 것이 계속 누적되면, 소니의 기업 이미지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리고 '포트나이트'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이 많아질수록 소니에게 부정적인 여론은 더 많아질 것이다.

◆ 복잡한 기종 정책에 상처받는 것은 결국 유저들

다양한 기기로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에서 특정 기종에 제한이 있으면, 해당 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불편하다. ‘어떤 기종에서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어떤 기종으로는 아예 접속하면 안 된다’는 제한 사항을 마치 일을 하듯이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포트나이트’ 유저들은 예기치 못한 상처를 받았다. PS4에 한 번이라도 접속했다면 닌텐도 스위치로 ‘포트나이트’를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집에서는 PS4로 ‘포트나이트’를 즐기고, 외부에서는 닌텐도 스위치로 ‘포트나이트’를 즐기는 상상을 했던 유저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즉, 이런 제한이 많을수록 결국 상처받는 것은 유저다. 이는 소니가 ‘포트나이트’에 한해서만 자사의 네트워크를 MS와 닌텐도에게 상호 개방했다면 아주 쉽게 해결되는 문제다.

◆ 소니가 콘솔 게임 업계의 마지막 '장벽'을 허물어 주길 바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이거다. 이왕이면 같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끼리 서로 만나게 해주자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게임을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게임 특성상 그런 환경이 중요한 게임만이라도(‘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유저 풀이 부족한 대전 액션 게임 등) 그렇게 만들어주자. Xbox One과 닌텐도 스위치 간의 장벽은 이미 어느 정도 허물어졌으니, 이제 PS4만 다른 두 콘솔 제조사에 문을 열면 콘솔 3사의 ‘대통합’이라는 멋진 장면도 만들어진다. 

’현명한 자는 다리를 세우고 어리석은 자는 장벽을 세운다’는 말이 있다. 이왕이면 소니가 전 세계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에게 남은 마지막 장벽을 허물고 다리를 놓아 주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소니가 운영하는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

 ​​​​​​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