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2D 풍 게임은 수요가 많다.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툰렌더링 등 3D 기술로 2D 그래픽을 흉내 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제대로 만든 2D 애니메이션 풍은 그 자체만으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이런 애니메이션풍 2D 그래픽을 강조한 모바일게임이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인기와 매출순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에픽세븐’이다.

‘에픽세븐’은 2D애니메이션을 방불케 하는 연출, 탄탄한 스토리 등이 특징인 모바일 수집형 RPG다.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는 전문 작가진이 만든 이야기가 게임에 활기를 더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유저의 눈을 끄는건 ‘비주얼’이다.

■ 7등신 캐릭터가 뿜어내는 액션

‘에픽세븐’의 캐릭터는 7등신이다. 캐릭터가 길쭉하고 늘씬하다. 시원시원한 동작으로 액션의 맛을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는 다른 2D 풍 게임과 다른 ‘에픽게임’만의 요소다. 3~6등신 비율을 사용한 캐릭터보다 아기자기함이나 귀여움은 덜하지만, 보는 맛은 오히려 낫다.

필살기(3번 스킬)에 애니메이션 컷씬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대 게임은 보는 맛을 살리기 위해 컷씬을 사용한다. 이는 ‘에픽세븐’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과도한 이펙트 대신 독자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컷씬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필살기 컷씬은 캐릭터의 콘셉트와 기술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고프레임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느낌’이 아닌 ‘진짜’ 애니메이션에 더 가깝다. 덕분에 ‘에픽세븐’만의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는 전투와 보는 맛이 배가돼,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반복 전투의 단점을 보완한다.

■ 로딩 없이 즐기는 모바일게임

눈을 즐겁게 하는 비쥬얼을 적은 기다림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게임의 각 콘텐츠는 길어도 1~3초 이내에 로딩이 끝난다(서버 동기화, 데이터 무결성 검사 등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통신시간으로 추정). 빠르고 편한 것이 미덕인 모바일게임의 매력이기에 적은 로딩이 주는 쾌적한 플레이 환경은 더욱 빛난다.

저사양 스마트폰에서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에픽세븐’은 저사양 모드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비쥬얼 손실을 제외하면, 애니메이션 컷씬과 전투 이펙트, 적은 로딩 등이 유지된다.

단, 무(無)로딩(심리스 로딩의 응용으로 추정) 방식 때문인지 새로운 콘텐츠를 선택할 때 약간의 버벅댐과 반응이 밀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크게 거슬리지는 않지만, 특정 구간에서 터치가 먹통이 된 것과 같은 상황도 종종 발생하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 왕도를 걷는 이야기

비쥬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점은 유명 게임 IP를 만든 작가들과 함께 개발한 스토리다. 발표에 따르면 ‘드래곤네스트’ ‘창세기전’ ‘테일즈위버’ 등 잘 짜인 스토리로 극찬을 받은 대한민국 토종 IP의 스토리를 담당한 작가들이 ‘에픽세븐’ 개발에 동참했다.

개발사의 장담대로 ‘에픽세븐’은 수많은 이야기를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다.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 히든 스토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숨겨진 이야기는 ‘모험’을 통해 즐길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스토리가 부가적인 요소가 아닌 게임 속에 녹아있어 자연스럽다.

이야기 구조는 왕도를 걷는다. 세상의 파멸을 가져올 마신에 맞서는 영웅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 펼쳐지는 암투가 하나씩 드러난다. 또, 이야기가 예측의 범주를 벗어나진 않는다. 아군이 적이 되고, 적이 아군이 된다. 여기에 타당성을 부여하다보니 스토리가 평이하다. 대중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이야기를 우선한 것으로 보이는데, 게임과 장르소설에 익숙한 유저에게는 심심할 수 있다.

■ 풍성한 콘텐츠, ‘에픽세븐’ 만의 재미 부재가 아쉬워

‘에픽세븐’은 풍부한 콘텐츠가 순서대로 열린다. 스토리를 즐기는 ‘모험’ 모드, 전략적으로 던전을 탐험하는 ‘미궁’, 육성아이템을 파밍하는 ‘토벌 던전’, 유저간 대결(PvP)과 NPC 대전(PvE)으로 나뉜 ‘아레나’ , ‘기사단(길드)’, ‘성역’ 등이 즐길거리다.

이 중 ‘미궁’은 던전을 탐험하는 고전 RPG의 느낌을 살린 콘텐츠로 ‘에픽세븐’이 추구하는 바를 보여준다. 던전을 탐험하며 여러 NPC(캐릭터)와 대화를 나누고, 인연을 쌓아 동료로 영입할 수도 있다. 탐험의 재미인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여기에 ‘사기’ 시스템을 더해 무작정 던전을 도는 반복 플레이를 전략적으로 바꾼 점도 칭찬하고 싶다.

단점을 꼽자면 ‘에픽세븐’ 만의 콘텐츠가 적다는 것. 수집형 RPG가 총망라 됐지만, ‘에픽세븐’이 이런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콘텐츠를 찾아보긴 힘들다.

물론, 각 콘텐츠는 개발사가 열정을 쏟은 비쥬얼과 심도 있는 전략 전투, 탐험 요소가 더해져 완성도와 감칠맛이 훌륭하다. 단, 이런 요소들이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일 뿐 새로운 느낌은 아니라 아쉽다.

한 가지 더. 게임 내에는 많은 비밀요소(비밀상점, 히든시나리오 던전 등)가 숨어있는데, 이를 튜토리얼로 모두 설명하다 보니 맥이 빠진다. 숨겨진 요소는 유저가 발로 뛰어 찾아야 제맛 아니던가.

현재 모바일게임은 과도할 정도로 친절해지고 있다. 이를 외면할 수 없는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비밀’ 요소 몇 가지를 설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미가 깎여나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밀 콘텐츠를 비밀답게 숨기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 총평

많은 요소가 얽힌 비쥬얼은 슈퍼크리에이티브가 설명한 대로 ‘새로운 감성’을 느끼게 한다. 이런 특징을 살린 게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에픽세븐’이 보여주고 싶었던 바와 ‘이 게임은 다르다’라는 느낌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탄탄한 기본기 위에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무장한 제대로 만든 2D 애니메이션게임을 원하는 유저라면 앞으로 더욱 발전할 ‘에픽세븐’을 즐겨보길 권한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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