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에서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영국 도박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도박위원회는 “아이템현금거래중개사이트를 통해서 게임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것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의회의 디지털문화체육미디어스포츠 위원회(이하 디지털문화 위원회)는 최근 ‘중독성 있는 기술’이라는 주제로 소위원회를 개최했다. 디지털문화 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EA, 에픽게임즈 등 게임 업계 관계자를 소환해서 확률형 아이템과 ‘게임 장애’(Gaming Disorder)에 대해 질의한 바 있다.

이번 소위원회에는 영국 도박위원회 관계자가 참가해서 각종 게임에서 판매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영국 도박위원회 브래드 엔라이트는 소위원회에서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과 유사하다는 지적과 우려가 있다”라며 “우리는 영국 법률을 기준으로 이에 대해 논의했고,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다만, 도박위원회는 ‘아이템현금거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영국 도박위원회 닐 맥아서 위원장은 “도박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은, 유저가 얻은 결과물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다. 유저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은 결과물을 아이템현금거래중개사이트에서 현금으로 판매하는 경우는 ‘도박’이라고 규정될 수 있다”라며 “이런 경우에는 도박위원회가 나설 것이고, 실제로 대응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주로 문제가 됐던 게임은 밸브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다. 도박위원회 브래드 엔라이트는 “가장 많은 민원과 신고가 접수된 게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였고, 이 문제에 관해서 밸브와 소통해왔다”라며 “이 게임의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사이트들을 확인해서 폐쇄시킨 적이 여러 번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밸브가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조장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밸브가 출시한 게임 아이템이 거래 대상이 된 것이기에, 밸브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밸브를 포함한 게임 업계가 이런 상황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EA는 이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브래드 엔라이트는 “EA의 ‘FIFA’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EA는 아이템현금거래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지난 2018년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18년 상반기에 벨기에 도박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다’라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몇몇 게임은 벨기에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현금으로 판매되는 것을 중단했다. 이 결정 때문에 벨기에에서 게임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도 있다.

이런 와중에 영국 의회의 디지털문화 위원회는 지난 2018년 12월 ‘게임과 도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19년에 ‘중독성 있는 기술’이라는 주제로 소위원회가 지속해서 개최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한 유료 아이템 판매를 규제하는 법안이 상정됐고, 8월 중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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