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 10주년을 자축하는 행사를 통해 신작 ‘레전드오브룬테라(LoR)’을 소개했다. 게임 속 세계관(유니버스)을 확장하는 기념비 적인 작품이다. 올해 선보인 전략적 팀 전투(TFT, 롤토체스)와 달리 독자적인 클라이언트로 서비스되는 신작이다.

LoR은 카드를 수집해 덱을 만들고 전투를 벌이는 카드배틀 게임이다. 뛰어난 피지컬 대신, 깊은 사고와 전략을 요구하는 장르다. 최근 카드게임은 이런 전략을 최대한 단순화해 접근성을 높이는 선택을 하는데, 라이엇게임즈는 이와 정반대되는 다소 복잡한 규칙(룰)을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플레이 방식은 마니아가 즐기는 전통 카드배틀 게임과 비슷한 점이 많다. 라운드와 턴의 개념을 익히기 위해 신중하게 튜토리얼을 플레이해야했다. 또, 많은 카드의 속성을 익혀야 적절한 대응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격언이 LoR에서는 승리의 필수 요소인 셈이다.

복잡한 규칙을 적용했음에도, 전체적인 틀을 익히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10여개에 달하는 튜토리얼 중 몇 개를 진행해 방식을 익히면 다음부터는 스스로의 판단과 전략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사전체험 버전에서는 몇 개의 덱이 구성돼 있었다. 필자는 그림자 군도 소속 ‘엘리스’ 챔피언 카드가 담긴 덱을 선택했다. 엘리스 챔피언을 좋아하는 것도 있고, 덱의 콘셉트가 익숙하다는 점이 컸다.

이 덱은 소환 코스트(자원)가 적은 거미 카드가 핵심이다. 거미 카드를 필드에 많이 배치하고, 강화하고, 제거하는 운영으로 상대 넥서스를 공격하는 콘셉트다. 비교하자면 ‘자군야포’, 혹은 ‘위니흑마’라고나 할까?

사실 플레이 시작 전 설명만 들은 상태에서 챔피언 카드는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필승카드에 느낌이 들었다. 이후 여러번의 플레이를 통해 느낀 점은 챔피언 카드가 무엇보다 우월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 덱에서 챔피언 엘리스 카드는 거미를 늘리는 수단에 불과했다.

특히 거미카드는 시너지가 직관적이고 단순해, 수를 불리기 좋은 특징을 가져 이해하기 편했다. 단순 명쾌한 전략으로 인공지능(AI)과 동료 기자를 농락하는 재미는 충분했다. 물론, 대전 상대를 하수라고 놀리는 재미보다는 못했지만.

▲너무 강한 포로에게 강타를 맞았다. 아오! 명예...아니 명치 아파

이런 작은 덱(스몰 덱)은 초반 대처와 광범위 처치가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다. 이제 사전체험 버전에 불과한 LoR에 이런 전략이 반영돼 있을까? ‘정답은 되어있다’다. 프렐요드 덱에는 다수의 카드 공격력을 0으로 바꾸는 카드와, 공격력이 0인 카드를 모두 제거하는 주문 카드가 고루 배치돼 있었다. 열심히 머리를 굴려 거미를 늘리고, 공격력을 높여봤자 단 두 장의 카드로 모든 전략이 무너졌다. 자연스럽게 사기야 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 전투는 카드배틀 게임 숙련도가 낮은 상대 덕에 승리를 거뒀다. 아무리 좋은 카드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무가치한 것과 같아지는 전략성을 짧은 체험만으로도 충분히 느낀 순간이다.

▲시연에 사용된 노트북 PC 사양. 6세대 CPU, 8GB 램, 인텔 내장형 그래픽카드(530)으로도 무난하게 플레이가 가능했다

체험 전 설명만 들은 상태에서 LoR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 한 뒤에는 테이블 위에서 진짜 카드로 즐기는 TCG처럼 아주 무거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기본적인 룰은 몇 번의 플레이로 모두 이해됐고, 복잡해 보였던 특징도 게임 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대응이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승리는 어렵지만, 익히기는 쉬운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Easy to Learn, Hard to Master)’의 철학이 녹아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복잡한 평가는 제쳐두자. 확실한 점은 전략과 카드배틀, ‘리그오브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확실히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론칭도 하지 않은 LoR의 전략을 논의하는 참가자가 많이 보였다. 흔하다면 흔한 이 풍경이 필자에게는 LoR이 가진 재미의 포텐셜(잠재력)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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