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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악마성: 월하의 야상곡' 모바일 버전, 장점부터 단점까지 그대로

검은 정장, 포마드로 넘긴 머리, 창백한 피부, 뾰족한 어금니. 밤의 그림자를 틈타 사람의 피를 갈구하는 괴물. 드라큘라는 아마 공포 창작물에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캐릭터일 것이다. 유명세 덕에 수많은 영화와 만화, 게임으로 재창작됐다. 귀족적이면서 난폭한 괴물은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는 것만으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세계 괴담에서 피를 빠는 괴물은 단골 소재다. 하지만 1987년 발표된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와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 덕에 흡혈귀나 뱀파이어보다 드라큘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드라큘라를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는 미디어 콘텐츠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게임을 꼽을 수 있다. 문화적 배경, 세계관을 막론하고 드라큘라가 등장하며, 보스 몬스터, 때로는 개그 캐릭터로 묘사되곤 한다.

모바일로 돌아온 흡혈귀 사냥꾼 이야기

드라큘라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 중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시리즈가 ‘악마성 드라큘라(영문명 캐슬베니아)’다. 단순한 괴물이었던 드라큘라를 최종 보스로 설정하고, 모든 악마와 마물을 다스리는 왕으로 추켜세웠다. 덕분에 서구권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기록적인 시리즈의 정체성까지 바꿔놓은 기념비적인 게임이 모바일로 들어왔다. ‘악마성 드라큘라X: 월하의 야상곡(영문명 Castlevania: Symphony of the Night, 이하 월하의 야상곡)’다. 23년을 넘어 강림한 드라큘라와 흡혈귀 사냥꾼의 이야기를 파헤쳐 보자.

 

■ 모바일로 터 옮긴 드라큘라의 성

월하의 야상곡은 수평적이었던 악마성 시리즈의 맵 디자인을 수직으로 확장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최초의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는 벨트스크롤 플랫포머 액션게임이었다. 화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장애물과 몬스터를 처치하는 단순한 진행이었다. 스토리도 드라큘라를 사냥하는 벨몬트 가문의 숙명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심플함 그 자체였다. 

이후 10주년을 1997년, 시리즈의 정체성을 바꾼 기념비적인 게임이 등장한다. 오늘 소개할 월하의 야상곡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평범한 시계조차 몇 가지 비밀을 감추고 있다

월하의 야상곡은 다양한 의미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게임 시리즈의 정체성을 횡스크롤에서 던전 탐험으로 바꿨고, 레벨업 시스템과 스킬 시스템을 도입했다. 심플했던 구성은 각종 함정과 트릭, 기계장치, 복층 구조와 결합돼 복잡해졌다. 미궁을 탐험하며 단서를 발견하는 재미는 전 세계 유저에게 호평받았고, 비슷한 특징을 가진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함께 메트로바니아 장르로 이어졌다.
 
이 게임의 모바일 플랫폼 출시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장르의 시조 격이자 가장 완성도 높은 시리즈를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런 예측은 적중했다. 세계 각지 유료 게임 순위 상위권에 빠르게 진입하며 이름값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23년 전 게임의 재미는 현시대 게이머가 즐기기에도 충분할까? 

 

■ 23년 전 그 모습 그대로

도트가 튀는 게임 화면과 깔끔한 폰트가 대비돼 이질감이 느껴진다

모바일 버전 월하의 야상곡의 첫인상은 23년 전 그 모습 그대로라는 점이다. 모바일에 맞춰 인트로 화면과 인터페이스(UI)가 반영됐지만, 게임화면과 큰 구성은 변한 부분이 없다. 대부분의 비기(꼼수)를 쓸 수 있고, 어렴풋이 기억하는 공략과 진행에도 막힘없이 가능했다. 하나의 장르를 정립될 만큼 완성도가 높았던 덕에 23년이 지난 후에도 재미는 여전하다.
 
자그마한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느끼는 재미는 이 게임을 처음 하던 시절로 다를 바 없다. 캐릭터의 비기(슬라이딩, 마도 기술)를 독립된 버튼으로 배치하되, 특수무기(방향키 위쪽과 공격 버튼)와 캐릭터 스킬 조작은 유지했다. 편한 조작을 추구하면서, 컨트롤과 감성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이해된다.

가상 패드와 공격, 점프, 백스텝, 변신 키가 좌우 측에, 인벤토리(일시정지)와 미니맵은 위아래에 배치됐다

늑대, 박쥐, 안개 변신도 화면 위쪽에 별도의 버튼을 배치했다.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삼각형 인터페이스로 변신하고, 필요한 변신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고전에 반열에 오른 게임에 현대적인 인터페이스를 결합한 점도 달라진 부분이다.
 
최대 매력인 던전 탐험의 재미는 최신 게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잘 설계된 디자인과 함정 배치는 장르의 모범이 될 정도로 정교하다. 

게임 시작 2분 만에 좋은 장비를 압수해가는 데스

엔딩까지 가는 길은 여러 가지이며, 몇 가지 조건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여러 조건을 수행하는 순서는 상관없으며, 약간의 버그와 꼼수를 사용하면 20분 만에 클리어도 가능하다. 이는 자유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샌드박스 게임과 닮은 특징이다.
 
보스 몬스터의 패턴이 적고, 싱거운 감은 있지만 도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보스 몬스터가 극단적으로 어려운 소울류(소울라이크)보다는 공략 방법이 확실한 퍼즐액션에 가깝다.

약간의 꼼수와 버그로 장비를 지킬 수 있다

이마저 어렵다면 약간의 꼼수도 있으니 찾아보자. 힌트는 럭키모드와 데스 넘기기 백스텝이다. 초반 스테이터스와 장비를 보충하는 방법이니 참고하자. 어려운 초반 진행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 불편함까지 그대로일 줄이야

월하의 야상곡은 GDQ(게임즈 던 퀵) 등 스피드런 대회에서 꾸준히 플레이 되는 게임이다. 모바일 버전에도 보스별 타임어택 기록을 알아서 수집하는 등 이런 특징이 시스템에 반영됐다

월하의 야상곡은 첫 등장 당시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 수많은 버그, 불편한 인터페이스, 불친절한 가이드다. 해상도와 게임 시스템, 인터페이스, 대사로 볼 때 모바일 버전은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 버전을 이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버전은 원작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이어받았으며, 모바일 버전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큘라의 성에 고해성사실이 있는 이유는?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 버그와 먹통이 되는 트리거(진행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정) 이벤트가 그대로다. 소모성 아이템을 장비하고, 던져서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도 부활됐다. 방패를 들어도 모자랄 판에 고기(회복 아이템)를 들고 싸우는 주인공이라니.
 
단순한 이식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월하의 야상곡은 큰 사랑을 받은 시리즈라 다양한 콘솔 게임기로 이식됐다. 이때마다 불편한 부분과 문제를 수정했다. 그런데도 최신 이식 기종인 모바일 버전이 원작의 문제점이 그대로다. 여러 차례에 걸쳐 개선한 버전의 장점을 조합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커지는 이유다.

수상한 장치는 일단 때리고 보자

월하의 야상곡 중 가장 유명한 버그는 달성도다. 새로운 방을 찾고, 모험을 진행할 때마다 맵의 달성도가 오른다. 지금으로 치면 업적이라고 할까? 공식적으로 최대치는 200% 정도다. 하지만 특정 위치에서 스킬을 사용하면 맵을 벗어날 수 있고, 달성도가 최대치를 초과하는 버그가 있다.
 
사실 이 부분을 문제로 지적하기는 애매하다. 달성도를 얼마까지 올릴 수 있느냐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하나의 도전이 됐기 때문이다. 매년 기록이 갱신돼 지금은 700%에 달하는 루트가 발견될 정도다. 하나의 재미요소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문제점에서는 제외하는 것이 옳다. 
 

■ 마늘과 십자가 대신 게임패드와 고정클립

모바일 버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물이 필요하다. 게임을 구동할 스마트폰(혹은 태블릿 PC), 게임패드와 고정클립, 공략본이다. 단순히 빠르게 엔딩을 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략본의 존재는 필수다.
 
시리즈를 처음 접한 유저라면 아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게 될 것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 게임을 2~3번 클리어 했던 필자도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중요한 아이템의 위치와 이동 방법을 떠올리려 애를 먹고 있다. 

이는 공략본과 게임을 하나의 세트메뉴로 여겼던 과거의 환경 때문이다. 당시 게임은 공략집이 있다는 전재로 진행과 밸런스를 맞췄다. 따라서 단순 이식작인 모바일 버전에 현대적인 레벨 디자인을 요구할 순 없으니, 유저가 23년 전으로 돌아가게임을 즐겨야 한다. 물론, 게임 속 비밀을 파헤치는 탐험가 정신을 발휘하는 것도 유저의 선택이다.

가상 패드로 보스전을 하다보면 게임패드가 그리워진다
게임 오버 . 로딩을 위한 시간끌기 화면인데, 처리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른 스마트폰 버전에서도 스킵이 안된다
대신 컨디뉴 메뉴로 빠른 재도전을 지원한다. 모바일의 특징이 반영된 부분. 사망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며, 체력은 입장 순간으로 고정된다

게임패드와 고정클립은 정밀한 조작을 위해 필요하다. 월하의 야상곡은 전작의 액션성을 이어받은 만큼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구간이 발생한다. 이를 제대로 플레이하려면 손가락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 저항이 없는 스마트폰 화면을 바쁘게 터치하다 보면 실수할 수밖에 없다. 조작과 손맛을 위해서라도 묵혀놓은 게임패드와 스마트폰을 연결하길 추천한다. 

패드를 쓸 때 설정한 언어에 따라 점프와 공격 버튼 배치가 바뀐다

키 버튼 배치는 언어에 따라 달라진다. 기본 언어인 영어 상태에서는 아래쪽(듀얼쇼크 X, 엑스박스 패드 A) 버튼이 점프, 왼쪽(듀얼쇼크 □, 엑스박스 패드 B) 버튼이 공격이다. 액션 게임의 표준처럼 사용하는 배열과 반대로 설정돼 있다. 익숙한 구성으로 바꾸려면 옵션에서 일본어로 표기 언어를 바꾸면 된다. 결정과 취소 버튼이 반대였던, 과거 콘솔 플랫폼의 버튼 배치 기준이 원인으로 보인다. 버튼 설정 옵션을 제공한다는 단순하고 간단한 해결책은 모바일 버전에서 빠졌다.
 
게임패드가 없다면 PC 앱플레이어를 이용해도 된다. 필자가 사용하는 앱플레이어는 별도의 최적화 작업 없이 그럴싸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여기에 가상 키패드를 설치하고 키보드와 매핑하면 PC게임처럼 플레이도 가능하다. 단, 클라우드 세이브 기능이 없어, 저장 데이터를 공유할 수 없다. 모바일의 장점을 살리느냐, 게임의 재미를 추구하느냐 역시 유저의 선택이다.

 

■ 명작의 모바일 나들이, 날을 잡고 모험을 떠나자

월하의 야상곡은 현재 기준으로 장단점이 뚜렷하다. 순수한 탐험과 액션은 최신게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가격도 큰 장점이다. 커피 한잔, 간식 한번 참으면 훌륭한 게임을 스마트폰에 모셔올 수 있다. 재미와 가격을 저울질해보면, 재미 쪽으로 기운다.

한국 게이머 입장에서는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아쉽다. 다만 스토리와 텍스트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 스토리를 음미하는 유저라면 월하의 야상곡 시리즈를 바탕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임 디자인과 단순 이식에 따른 문제점은 접근성을 헤친다. 게임의 이름값만으로 도전하기에는 문턱이 높다. 불편함을 고집스럽게 유지한 특징을 봤을 때, 과거 게임을 한차례 이상 클리어 한 유저를 대상으로 출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니면 진득하게 도전할 게임을 찾는 유저가 즐길 만하다. 꽤 심한 소리를 했지만, 게임적 재미는 지금도 여전하며,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꾸준한 플레이보다는, 하루 날을 잡고 본격적인 도전과 탐험에 나서길 추천한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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