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의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삭제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 게임계가 시끄럽다. 자체 결제방식 도입을 문제 삼은 것인데, 개발자 계정까지 삭제하겠다고 나서면서 법정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일의 시작은 각 마켓에 등록된 모바일용 ‘포트나이트’에 지난 13일 자체 결제 시스템인 에픽 다이렉트 페이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 금액에서 20%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했다.

그러자 구글과 애플은 포트나이트를 마켓에서 전격 삭제했다. 이러한 행위가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에픽게임즈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두 회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애플의 예전 광고를 패러디하는 영상을 만들어 이번 기회에 관행을 고치자는 캠페인도 전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애플은 퇴출 조치에 더해 에픽게임즈의 개발자 계정 해지를 통보했다. 이것이 발효되면 향후 언리얼 엔진 기반 게임의 개발과 업데이트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 에픽게임즈는 이에 대해 명백한 보복이라고 언급하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원래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매출액의 30%를 유통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이는 밸브가 운영 중인 스팀 등 대부분의 유통 플랫폼에서 정한 수치다.

과거 에픽게임즈는 30%로 사실상 암묵적으로 정해진 스팀, 구글, 애플 등 마켓 플랫폼 운영사의 수수료가 과도하게 책정이 되어 있다며 반기를 든 적이 있다. 때문에 포트나이트는 한때 에픽게임즈 홈페이지에서 설치 파일을 직접 배포하기도 했다. 그리고 파격적인 수수료 방식을 채택한 에픽게임즈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이것이 과도하다고 주장을 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바꾸는 것은 전적으로 플랫폼 운영사의 권한이고,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낮추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과거에 자행됐던 불합리한 수수료 정책에 비하면 저렴해진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구글와 애플의 이런 제재는 지금까지 에픽게임즈에 대해서만 이뤄졌을 뿐, 2년 넘게 전 세계적으로 별도 결제 방식을 도입한 중국 게임사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치를 하고 있다. 이중잣대인 셈이다.

2년 전인 2018년부터 중국의 게임사인 나이스플레이는 구글과 애플의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별도의 결제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다. 이 업체는 게임 내에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생성시키고, 이를 활용해 외부 결제 페이지에 접속하도록 한 뒤 게임 내 캐시 재화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결제 방법은 신용카드부터 인터넷뱅킹, 다수의 문화상품권, 티머니를 비롯해 알리페이, 위챗 페이먼트 등 10여종의 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결제 금액에 따라 적게는 7%, 많게는 30%까지의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방법을 활용해 나이스플레이는 약 3~4%의 PG사(결제대행)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의 매출을 고스란히 챙기고 있다. 

물론 두 회사가 동일한 위반을 한 것은 아니다. 두 회사의 차이점을 비교하자면, 에픽게임즈는 자체 결제방식을 게임 내에 추가해 유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나이스플레이는 게임 내에 자체 결제방식을 넣지 않았지만 별도의 웹페이지를 통해 결제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사는 내부에서 외부결제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외부 경로를 통해 별도로 결제를 하고 재화를 지급하는 등 내부에서 결제되지 않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 내용의 경중에 따라 즉시 서비스 중지가 이뤄질 수 있다. 

또 계약의 해지는 물론 회사의 유-무형적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배상해야 한다. 이 규정은 아직은 게임에서만 적용되고 있으며, 음악이나 영상 등 콘텐츠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즉, 에픽게임즈가 마켓에서 퇴출되는 제재를 당했다면, 나이스플레이도 당연히 마켓에서 퇴출되는 제재를 당해야 한다. 하지만 나이스플레이는 2년 넘게 국내외에서 게임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으며, 계속 신작의 출시와 서비스 중단을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서비스를 접으면서 환불은 해주지 않고 자사의 다른 게임에 가입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유저에 대한 보상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구글과 애플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 심지어 구글의 경우 작년 2월에 ‘검은강호’를 추천 노출 구역인 피처드에 올리며 플레이스토어 메인에 노출시키는 아이러니한 행태마저 보였다.

구글 피처드를 받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가이드 라인을 철저하게 지키고 플랫폼의 기술을 잘 적용시키는 등 구글의 정책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구글은 제재는커녕 오히려 홍보를 해준 셈이다.

구글과 애플은 모든 개발사들에게 동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말하며 에픽게임즈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예전부터 예외를 두고 있었다. 글로벌 대기업이라면 부디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들이 말한 것처럼 예외를 두지 않고 말이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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