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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신’의 전 세계적인 성공, 경이롭고 두렵다

미호요의 신작 ‘원신’이 흥행에 성공했다. 중국 게임이 성공하는 것이 이제 특별한 일은 아니긴 하지만, ‘원신’의 성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이에 ‘원신’의 성공을 질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원신’은 중국 게임 개발사 미호요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지난 9월 28일 모바일, PC, PS4로 전 세계에 출시됐다. 출시된 직후부터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시장 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의하면 ‘원신’은 출시 후에 한 달 동안 2억 4,500만 달러(약 2,773억 원)를 벌었다. 출시 한 달 매출만 보면,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포켓몬 GO’에 이은 2위다. 양적인 측면으로만 봐도 중국 게임이 거둔 ‘역대급’ 성과다.

그런데, 본 기자가 생각하기에 ‘원신’의 성공이 대단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성공의 질’이 기존 중국 게임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기존에 중국 게임이 흥행한 사례를 살펴보면,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텐센트의 ‘왕자영요’나 넷이즈의 ‘몽환서유’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등에 업은 게임 업체들이 자신들의 안방에서 크게 성공시킨 게임들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려는 업체들은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대만-홍콩에서 나름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 게임의 ‘확장’은 딱 거기까지였다. 한국 게임과 마찬가지로, 중국 게임은 미국, 유럽 등 서양 시장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다. 동양과 서양은 게임을 즐기는 기기도 다르고, 중국이 잘하는 모바일 게임이 게임 산업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나 인기 있는 장르도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텐센트나 넷이즈처럼 거대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게임 업체들은 서양 개발 스튜디오를 인수하거나, 서양 개발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들이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계속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서양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모든 중국 게임 업체들이 텐센트나 넷이즈처럼 거대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다른 중국 게임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해외로, 특히 그들 입장에서는 새로 공략해야 할 지역인 서양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유저들을 아예 포기할 순 없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중국 유저들을 잃지 않으면서 서양 유저들도 공략할 수 있는 신작을 내는 것이다. 즉, ‘집토끼’를 잡은 상태에서 ‘산토끼’도 잡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동양과 서양에서 동시에 성공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 게임 중에서는, ‘서머너즈 워’와 ‘배틀그라운드’ 정도가 이런 어려운 관문을 뚫었다. 중국 게임 중에서는 ‘라이즈 오브 킹덤즈’와 ‘AFK 아레나’가 서양에서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하긴 했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원신’만큼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게임은 아니었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면, ‘원신’은 동양과 서양에서 동시에 크게 흥행한, 최초의 순수 중국 게임(유명 IP 사용 계약을 하고 개발하지 않은)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많은 중국 게임 업체들이 원하는 ‘동양과 서양의 동시 공략’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그것도 중국과 미국 앱스토어에서 동시에 매출 1위를 할 정도로 크게 흥행했다.

따라서 ‘원신’의 성공이 중국 게임 산업 전반에 주는 메시지는 상당히 크다. 중국 개발사가 순전히 자신의 개발력과 자신의 IP로 동양과 서양에서 이 정도로 성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수많은 중국 게임 업체들은 ‘원신’이 어떻게 서양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철저하게 분석하려 할 것이다. 한국 게임 업체들이 중국 게임 ‘소녀전선’이 한국에서 성공했을 때, 열심히 분석했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미호요가 점진적으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모바일 게임으로 시작한 미호요는 ‘붕괴3rd’의 PC 버전을 출시하면서 PC 개발 노하우를 쌓았고, 이제는 ‘원신’으로 콘솔 개발 노하우도 확보했다. 모바일 게임으로 성공한 업체가 이렇게 빠르게 모바일, PC, PS4를 동시에 지원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전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것도 놀라운 일이긴 하다.

미호요의 이런 발자취와 성공을 본 중국 게임 업체들은 이제 ‘원신’을 기본 자료로 서양 시장을 향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도전을 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제2의 ‘원신’과 제3의 ‘원신’이 나올 수도 있다. 미호요도 ‘원신’의 성공을 바탕으로 계속 서양 시장에 도전장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이대로 한 1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중국 게임이 서양 시장에서도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원신’의 성공이 경이롭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한국 게임 업체들도 서양 시장에 지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제대로 성공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데 같은 도전을 하고 있던 중국 게임 산업은, 서양에서 소소하게 성공한 게임들이 하나둘 나오더니 이제는 ‘원신’이라는 큰 성공작을 배출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중국 게임 업체들의 개발력이 발전하는 속도가 무섭다’라고 놀란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여기서 더 나아가 서양에서도 크게 성공한 게임이 나온 것이다.

앞으로도 중국 게임 업체들의 개발력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이제는 ‘한국이 거의 다 따라잡혔다’라는 고민과 우려가 아니라, ‘한국이 앞으로 중국의 개발력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우리는 안방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원신’의 이번 성공이 놀라우면서도 두려운 이유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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