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영국 왕립공중보건학회(Royal Society for Public Health, RSPH)가 이 논란에 참전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하고 규제해야 하며, 18세 미만 청소년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은 사람들이 돈을 빌리고, 구걸하고, 훔치도록 조장한다”라는 다소 무리한 주장까지 했다.

영국 왕립공중보건학회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중립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혹은 이것을 구매한 청소년 중 일부가 어떤 행동까지 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문항으로 가득 찼다. ‘확률형 아이템은 나쁜 것이고 위험한 것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연구를 진행했고, 이런 전제로 문항을 설계한 것으로 보일 정도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미성년자가 확률형 아이템을 유료로 구매한 청소년들에게 각종 질문을 하고 몇 %가 어떤 답변을 했는지를 나열한 것이다. 예를들면, 영국에서 11~16세 청소년의 23%는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33%는 자신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에 대한 통제력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는 식이다.

이어서 보고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 본 청소년들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 나열했다. 구매자의 24%가 자신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에 중독됐다고 답변했다는 것, 구매자의 15%는 부모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부모의 신용카드를 사용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다는 것, 구매자의 13%는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빚을 냈다는 것, 이 중에 한 명은 빚을 갚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답변이 나왔었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영국 왕립공중보건학회 부대표 던컨 스티븐슨은 “연말연시를 맞아 많은 젊은이들이 게임을 즐길 것이다. 게임이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게임이 많은 젊은이들의 재정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스티븐슨 부대표는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게임이 ‘돈을 구걸하고, 돈을 빌리고, 돈을 훔치도록 조장한다’라는 다소 무리한 주장까지 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게임은 사람들이 돈을 빌리거나, 훔치거나, 구걸하도록 조장한다. 이런 행위는 사람들을 재정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기도 하고, 수면 장애가 발생하거나 사회 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중독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확률형 아이템을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마지막은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게임이 도박의 한 형태로 분류되고, 18세 미만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도록 조치하기를 촉구한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사람들, 특히 학부모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다양한 기관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의회의 디지털문화체육미디어스포츠 위원회 의원들은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지속해서 조사한 후, 영국 정부에 확률형 아이템을 법률로 규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도박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 자체가 도박은 아니지만, 아이템 현금 거래 사이트를 통해 게임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지난 9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