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의 황혼기가 시작될 무렵(2006년 PS3 발매)인 약 17년 전에 처음 등장한 몬스터 헌터(이하 몬헌). 당시 주류였던 액션 및 판타지 장르와는 벗어난 스타일이고 난이도 또한 높은 편이라 접근성이 떨어졌지만, 플레이어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점이 크게 작용해 매니아 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몬헌의 진짜 재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냥과 수렵, 즉 멀티 플레이였는데 당시의 콘솔로는 이를 원활히 즐기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러던 중 인터넷의 보급화와 근거리 통신이 가능한 PSP와 3DS에서 몬헌의 특장점이 개화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에 가까웠는데 ‘몬스터 헌터 월드’(이하 월드)가 등장하며 세계적인 히트를 친다. 초기작부터 10년 넘게 유지해 오던 일명 ‘몬헌스러움’이라는 굴레를 과감히 탈피한 점이 주효했다. 확장팩인 ‘아이스본’도 흥행에 성공하며 명실상부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다. 

정말 대박이었던 몬헌의 전성기

월드를 통해 세계적인 콘텐츠로 발돋움한 상황에 ‘몬스터 헌터 라이즈’(이하 라이즈)가 2020년 7월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공개되며 전 세계 게임 커뮤니티가 열광했다. 

‘월드’를 통해 검증된 콘텐츠 퀄리티, 휴대용 게임기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된 것, 개발과 운영의 핵심인 프로듀서 일명 ‘빛지모토(츠지모토 료조)’에 대한 믿음이라는 3박자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결정타로 출시 전 공개된 두 번의 체험판은 기대를 증명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퀘스트 완료는 언제 봐도 반갑다

■ 손안에 품은 몬헌 월드...독보단 휴대모드에 최적화

‘라이즈’는 2017년 출시된 ‘월드’의 기본 골격 및 그래픽 스타일을 상당부분 계승했다. 스위치의 기본 사양 때문인지 ‘월드’의 그래픽 퀄리티와 해상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적화 수준은 상당히 높다.

‘월드’와 마찬가지로 맵은 오픈필드 식의 심리스 로딩인데, 멀티 플레이의 이펙트가 펑펑 터지는 상황에서도 프레임 저하가 거의 없다. 게다가 로딩도 이미 스위치로 출시됐던 ‘더블 크로스’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빠르다. 즉 TV 앞에 앉아서 플레이를 해야 했던 ‘월드’ 급의 헌팅 라이프가 손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3마리가 동시에 싸우는 난장판에서도 부드럽다

개인적으로 체험판을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큰 TV 화면에서 즐기는 독(Dock) 모드를 선호했다. 수백시간 넘게 플레이한 월드에 익숙해진 탓도 있었지만, UI 식별도 잘 안되고 휴대모드 특성상 나타나는 조작의 불편함, 큰 화면에서 하는 헌팅의 맛 등을 휴대모드에선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PS4나 PC에서 1080P나 4K급으로 ‘월드’를 플레이 하다가 스위치의 720P로 표현되는 ‘라이즈’의 그래픽이었다. 

몬스터 등장신의 그래픽은 좋다

그런데 실제 제품판을 통해 플레이하는 동안 TV를 통한 독 모드 플레이 비율은 거의 10%도 안될 정도로 휴대모드 플레이 시간이 많았다. 앞서 말한 소소한 단점들이 플레이를 하면서 익숙해지고, 작은 화면으로 보는 그래픽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부분도 있다. 

게다가 ‘몬헌’이 애초에도 PSP와 3DS에서 강점을 보였던 만큼 휴대모드에 최적화된 UI와 조작감을 ‘라이즈’에서 극대화시킨 점도 주효했다 본다. 

쪼끔 정신없긴 하지만 휴대모드만의 장점이 확실하다

■ 편하고 빨라진 몬헌...제 2의 동반자와 밧줄벌레로 차별화해

‘월드’가 게이머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몬헌스러움’를 버렸다는 비평이 높았는데 ‘라이즈’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그나마 맥을 유지하던 점까지 간소화하고 삭제했다. 

즉 몬스터 사냥이나 재료 아이템을 채집/수렵하기 전 준비 과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난이도가 ‘월드’ 이전을 10이라 가정한다면, ‘월드’에서는 5~6정도까지 떨어뜨렸는데 ‘라이즈’는 3~4 수준까지 떨어뜨렸다고 보면 된다. 

이제는 포획 가능 시점도 알려준다

여기에 탈 것을 겸한 동반자와 여러 방면에 활용 가능한 밧줄벌레까지 추가되다 보니 퀘스트를 받고 몬스터를 사냥하기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짧아졌다. 보통 50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몬스터의 공격 패턴을 알고 장비와 컨트롤 실력만 받쳐주면 10분은 커녕 시작과 동시에 5분 컷으로 퀘스트를 끝낼 수도 있다. 

몬스터와의 조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라이즈’에서 사냥 및 수렵 전의 준비가 간소화됐고, 이제는 맵에서 몬스터를 찾아다닐 필요조차 없게 되었더라도, 준비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다. 여전히 몬스터 상성표나 육질 정보의 인식 유무는 사냥 속도에 큰 차이를 보이며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이에 맞춘 장비와 아이템을 맞춰야 하는 점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준비시간은 플레이 시간이 늘어날수록 짧아진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절대 짧아질 수 없었던 몬스터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고 사냥하는 시간이 제 2의 동반자인 가루크와 밧줄벌레로 월등하게 짧아졌다. 

잘만 이용하면 상당한 거리를 단숨에 날아갈 수 있다

‘월드’까지만 해도 몬스터 위치를 알고 있더라도 해당 지점까지 뛰어가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줄일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번에 ‘라이즈’에는 탈 것 역할을 하는 가루크, 그리고 게이지를 채우면 연속으로 기본 2회, 최대 3회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밧줄벌레의 벌레철사는 엄청난 빠르기로 몬스터를 조우할 수 있게 만든다. 어떤 맵이든 외우고만 있다면 시작과 동시에 1분 안에 몬스터를 만나 사냥이 가능할 정도다. 

가루크를 타고 음식도 먹고, 칼도 갈고~

■ ‘라이즈’로 완성된 새로운 ‘몬헌스러움’

사냥에서도 가루크는 기존의 아이루와 함께하여 생존 확률을 1.5배 정도 높여주는 탱커 역할을 한다. 여기에 밧줄벌레로는 스피디한 전투에 방점을 찍는다. 

‘월드’까지만 해도 ‘조충곤’(무기중 하나) 만의 영역이었던 공중전이 밧줄벌레로 인해 모든 무기에서도 가능해져 전투 자체가 굉장히 빠르고 다채로워졌다. 몬스터들의 움직임도 빨라졌지만, 치고 빠지는 전술이 가능해지면서 생존률이 상당히 높아졌으니 전반적으로 쉬워졌다고 본다. 

모두가 다 빨라졌다

여기에 ‘월드’까지만 해도 번거롭고 짜증나는 존재였던 난입 몬스터의 역할이 180도 바뀌어 방해꾼이 아닌 조력자가 됐다. 불리한 상황일 때 다른 몬스터의 등장해서 둘이 싸워주는 데다, 몬스터를 올라타고 상대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최대 3개까지 부산물까지 챙길 수 있게 되며 1석 3조의 득을 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준비 과정이 축소되고 난이도가 낮아져 기존의 몬헌스러움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월드’에서 더 높일 수 있을까 싶었던 액션의 재미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었기에 기존의 ‘몬헌스러움’이 없어졌다는 부분이 그다지 단점이라 볼 수는 없다. ‘월드’ 이전까지 ‘몬헌스러움 1.0’이었다면,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한 ‘몬헌스러움 2.0’이라 생각한다.

몬스터 둘 이상이 만나면 신나는 상황이다.

■ 호불호가 갈리는 백룡야행 

‘백룡야행’은 ‘라이즈’에서 처음 선보인 일종의 디펜스 모드로, 마을로 가는 길에 대포와 화살 등을 설치하여 몰려오는 몬스터를 저지하는 콘텐츠다. 혼자서도 가능하고, 7~10개 정도 되는 임무를 클리어 했을 때 주는 보상도 쏠쏠하다. 

‘몬헌’에 있어서 디펜스 모드는 나름 최적의 콘텐츠로 보이나, 실제로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경험한 혼자하는 솔로잉 ‘백룡야행’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않았다. 

설치물의 개수가 무한이 아닌 것도 처음엔 몰랐다

몬스터가 다수로 몰려오니 정신은 없고 설치물들도 지나가는 몬스터들이 다 때려부수다 보니 처음에는 어떻게 클리어했는지도 모르고 끝났다. 세 번 정도 진행한 후 시스템을 파악하게 되어 재미를 알게 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개인의 능력만으로 줄일 수 없는 1회의 플레이 타임이 꽤 긴 편이고, 멀티를 하지 않는 이상 클리어하는 것 외에 추가 임무 수행은 불가능에 가깝다 보니 성취감도 떨어진다. 그런데도 ‘백룡무기’ 강화를 위해서는 해야 하기 때문에 출시 후 주로 혼자서만 즐기는 플레이어에겐 불호, 멀티 위주의 플레어에겐 호인 콘텐츠가 된 상황이다. 참고로 멀티 플레이시 난이도는 급락한다. 

임무 수행할 건 많은데 혼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몬헌’이 솔로잉도 재미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 그 재미가 배가된다. 그래서 ‘월드’의 경우에도 멀티 플레이용 콘텐츠가 별도로 있지는 않았고, 멀티를 하지 않으면 잡기 어려운 몬스터 정도가 업데이트 된 것이 전부였다(이 마저도 999시간을 넘게 플레이하는 솔로잉 고인물들에게 격파 당함). 

그런데 ‘월드’에서 레이드를 모티브로 한 이벤트 몬스터인 ‘맘타로트’가 대 히트를 쳤는데, ‘라이즈’에 새롭게 등장한 ‘백룡야행’은 그것이 계기가 되어 추가된 멀티 플레이 콘텐츠로 추정된다. 아직은 메인 콘텐츠에 비해 미흡한 점도 있고 솔로잉의 재미가 떨어지지만 앞으로 있을 업데이트로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룡야행도 분명 업그레이드 될 것 이다

■ 헌팅 입문자는 알아서 적응하라

‘라이즈’가 전작들과 비교해 확실히 쉬워지고 접근성도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기존에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았던 플레이어들에 한해서일 뿐, 입문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월드’에서 나름 미모 논란이 있었던, 그리고 친절하게 아이보를 외치며 달려오던 접수원이 그리워질 정도다. 

실질적인 튜토리얼 퀘스트는 단 3개일 뿐이고 나머지는 시나리오 퀘스트와 게임 내 가이드를 보고 직접 체득해야 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무기 별 사용법의 경우 가이드가 없고, 무기 사용을 연습할 트레이닝 캠프 조차도 처음부터 열려 있지 않다. 만약 입문자가 생소한 수렵피리나 건랜스 같은 걸 골랐다면 초반부터 난감할 상황이 그려진다.

몬스터 타는 것 외에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많이 양보해서 3인칭 액션 게임에 불편함이 없는 사람까지는 ‘라이즈’에서 튜토리얼이라 할 수 있는 시니리오 퀘스트를 통해 적응하고 재미를 느끼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문만 듣고 혹은 플레이 영상만 보고 ‘몬헌’이란 게임에 흥미를 붙여서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본 용량을 줄이고 최적화를 시켜야 하는 스위치용이기 때문에 ‘월드’처럼 영상을 이용한 가이드를 전부 제공하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무기별 사용법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태도가 메인 무기인 점은 다행이다^^

■ 일본풍 테마가 거북할 수도…but 잘 녹여낸 건 인정

‘라이즈’의 배경이나 테마는 PSP용으로 출시되었던 ‘포터블 서드’ 버전과 같은 일본풍이다. 몬스터들도 기본은 공룡 기반이긴 하나 요괴 모티브가 더해졌고, 이번에 참전한 신규 모스터의 작명도 일본어의 독음이 상당히 반영됐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갑자기 훅 들어온 일본풍의 테마에 거북함이 느껴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처음에만 신경 쓰일 뿐, 당장 몬스터를 어떻게 사냥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되면 테마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일본어 네이밍이지만 뭐...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일본 테마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중국의 김치나 한복 같은 것들을 자기 것이라 주장하는 동북공정이 자행되고 있는 터라 우리 것을 우리 것이라 증명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불편했는데, ‘라이즈’의 일본풍 테마는 해답과 같이 느껴졌다. 

출시 직후 1주일도 안되어 세계적으로 패키지만 500만 카피의 판매고를 올린 데다, 스팀으로 출시될 PC 버전까지 생각해보면 중국에서 ‘라이즈’에서 나온 복장이나 경단을 중국 것이라 우긴 들 누가 신경이나 쓸까 싶다. 다소 오버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콘텐츠의 힘을 이렇게 활용하는 것은 좋은 본보기라 본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해도 될만한 게임이 있지 않은가?

■ 저변을 넓혀 장르로의 정착을 꿈꾸는 몬헌

‘라이즈’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몬헌스러움’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몬헌스러움’의 완성형으로 봐야한다. 물약 섭취 시 만세 포즈, 대미지 수치 미 표시, 사냥터 입장 후 장비 변경 불가, 불명확한 포획 가능 시점 등등 철옹성 같았던 ‘몬헌스러움’이 ‘월드’를 거치며 축소, 삭제, 개편되어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했으니 옳은 방향이다. 

만세 포즈는 없는 몬헌스러움도 몬헌이다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에서 모두가 즐기는 ‘몬헌’이 되는 저변 확대라는 관점에 ‘라이즈’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게 된 듯하다. 게다가 앞으로 있을 업데이트와 콜라보, 확장팩까지 ‘월드’에서 보여준 운영 루트대로만 진행되더라도 현재의 콘텐츠보다 즐길 콘텐츠가 더 많은 것은 자명하다. 

입문자를 배려하지 않은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스위치도 있고 헌팅 라이프가 궁금하다면, 지금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다고 본다. 이제, 수렵의 시간이다.

튜토리얼 엔딩이다. 방심하지 말자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