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렸을 때 한 번쯤은 “우리 집에 있는 인형이 내가 없을 때나 잘 때는 움직인다”는 상상을 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상상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 바로 픽사의 ‘토이스토리’를 비롯한 수 많은 작품들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상상을 캐릭터를 모형화한 피규어와 결합한 모바일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피규어 스토리’(대만 지역 서비스명 ‘모형소녀AWAKE’)다. 중국에서는 작년 말부터 ‘고수조직단’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중인 게임이다.

리플렉스 폭스 스튜디오가 개발한 이 게임은 사람이 없을 때만 살아나던 피규어들이 고양이와 결투를 벌이려다 주인에게 들키면서, 본격적으로 주인 앞에서 나타나 이야기하고 소통하게 된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계속 피규어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주인이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일을 찾기 위해 주인이 피규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게 되자 사악한 비밀 조직이 출현하면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다른 피규어들과 대결을 벌이며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상황이 이 게임의 큰 줄거리다.

■ 실제 피규어의 느낌 살려...AR 기능 통해 색다른 재미도 준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피규어들은 실제 피규어처럼 제조업체와 모델 재질, 상품명과 표제, 모델 사양, 버전 등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같은 캐릭터의 피규어라도 어떤 버전이냐에 따라 복장이 다르다. 피규어의 제조업체는 렛츠레드, 텐마, 갤러티아, 스노우에이, 나이트나인 등 5개 회사로 나뉘어져 있다.

돈을 써서 구입하는 피규어의 개념인 만큼 이 게임도 수집형 RPG를 지향한다. 피규어는 뽑기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데, 집에 피규어 상자가 도착하고 이를 뜯어서 확인하는 비주얼을 적용해 실제로 피규어를 사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피규어의 등급은 금색의 보물, 보라색의 고급, 파란색의 보통, 초록색의 원생 등으로 나뉜다.

캐릭터의 직업은 크게 5가지로 근접 공격 및 방어를 할 수 있는 어설트,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슛, 자가 복구 및 아군 보호를 할 수 있는 디펜드, 버프 및 강화, 관통 공격을 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 체력 지원을 할 수 있는 서포터가 있다.

피규어의 성우진도 화려하다. ‘스쿨럼블’의 츠카모토 텐마, ‘코드기어스’의 카렌, ‘킹 오브 파이터즈’의 시라누이 마이 등의 역할을 맡았던 코시미즈 아미, ‘러브히나’의 나루, ‘스쿨럼블’의 에리, ‘프리코네’의 사렌 등의 역할을 맡았던 호리에 유이, ‘소드 아트 온라인’의 앨리스, ‘무직전생’의 실피에트, ‘귀멸의 칼날’의 카나에 등의 역할을 맡았던 카야노 아이를 비롯한 수 십명의 성우가 기용됐다. 게다가 게임 시작 전 중국 성우와 일본 성우 중 하나를 택해 피규어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피규어의 그래픽이다. 이 게임은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됐는데, 풀 3D로 구현된 피규어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상당히 잘 표현했다. 특히 질감이 
실제 피규어와 유사한 질감을 표현하고 있기에 다른 수집형 RPG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물론 이 피규어들도 2D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마련된 것이다. 어드벤처 모드에서 피규어끼리 대화를 할 땐 일러스트가 나오고, 개인 공간에서 피규어를 볼 때 전환 버튼을 누르면 2D 일러스트로도 바뀌기 때문에 양쪽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캐릭터의 일러스트는 아주 잘 뽑혔다고 볼 수 있다.

유저는 이 피규어들에게 춤을 추도록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증강현실(AR) 기능을 더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통해 내 피규어가 실제 풍경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홈 화면은 방치형 게임처럼 만들어놨다. 평소에는 실제처럼 필드 여기저기에서 전투를 벌이며 자원과 재화를 모으는 비주얼을 보여주고, 실제로 가운데 있는 상자에 이것들이 모인다. 그러다 사람이 지나가면 원래 피규어였던 것처럼 노력하는 재미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또 홈 화면에 중국의 동영상 서비스처럼 다른 유저들의 대화가 화면 가득 나와 옆으로 흐르는 시스템도 적용했다. 이 기능이 거슬린다면 끌 수 있게 해놨다.

성장 구조는 쉬운 편이다. 피규어의 성장을 위해 1단위로 레벨을 올릴 땐 2가지 재화가 쓰이고, 10단위를 돌파할 땐 재화 하나가 더 추가된다. 

그리고 피규어의 레벨을 올렸더라도 재화를 일부 부담하면 다시 레벨을 1로 낮추고 재료들을 회수할 수 있도록 초기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피규어에는 장비 개념으로 총 6개의 액세서리를 부착할 수 있어서 부가적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수치 개념도 단순하게 적용했다. 공격력과 방어력, 생명력 등 3개의 수치가 메인이며, 여기에 등급을 표시해 현재 피규어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유저에게 인지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를 종합한 것을 전투력으로 표시한다.

■ 스토리 모드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전략적으로 팀 세팅해야 승리한다

이 게임의 기본 콘텐츠는 어드벤처 모드다. 스테이지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수수께끼의 비밀 조직과 조우하며 전개되는 스토리를 즐길 수 있으며, 풀 보이스는 지원되지 않는다.

전투는 6각형으로 구성된 필드에 피규어들을 배치해 진행하게 된다. 최대 5개의 피규어를 배치할 수 있으며, 턴제가 아닌 실시간 전투로 진행된다. 피규어를 배치하기 전에 적의 속성 및 전투 스타일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배치를 해야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있다. 

RPG인 만큼 이 게임에는 상성이 존재하는데, 앞서 언급했던 제조업체가 상성으로 연결되어 있다. 렛츠레드-텐마-갤러티아의 순으로 상성을 갖고 있으며, 스노우에이와 나이트나인은 맞상성이다. 상성이 맞으면 25%의 추가 피해를 주고, 그 반대면 피해가 25% 감소한다.

풀 3D 그래픽이지만 시점은 기본이 탑 쿼터 형식이며, 어느 정도 스테이지를 넘어가면 쿼터뷰가 활성화되어 유저가 전투 중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전투 카메라를 활성화시키면 스킬을 쓸 때의 피규어에게 클로즈업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전투가 시작되면 우측 하단에 있는 각 피규어의 얼굴 부분을 터치하면 스킬을 사용해 더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전투에 돌입하면 스킬을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투에 개입을 할 수 없다.

어드벤처 모드를 진행하다 보면 다른 콘텐츠들이 해금된다. 주어진 피규어로 스테이지를 공략해 재료를 확보할 수 있는 성지투어, 끝없이 몰려오는 적들에게 맞서야 하는 비오는 밤, 체력이 다 닳을 때까지 무작위의 적을 상대해야 하는 보드게임 오디세이, 강력한 보스에 도전하는 마지막 전투, 다른 유저와 비동기 PvP를 즐길 수 있는 파이팅 클럽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책상 앞 벽에 피규어나 아이템을 전시해 자신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진열대, 피규어의 모든 모델과 배지를 볼 수 있는 그림책, 길드 콘텐츠인 동호회 등 부가적인 즐길 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 보는 재미도 전략도 떨어져...피규어 그래픽 구현 노력이 아깝다

이렇게 아이디어와 그래픽이 괜찮은 ‘피규어 스토리’지만, 캐릭터의 훌륭한 모델링 그래픽과 비교해 전투의 화려함은 떨어진다. 피규어들이 쏘는 발사체나 전투에서 발생하는 이펙트의 퀄리티 차이가 현격하게 나는 것. 피규어나 적의 움직임도 크게 화려하지 않고 딱딱한 편이다. 

전투 부분에서도, 전투가 시작된 뒤 스킬 사용이 단순한 만큼 유저가 전략 컨트롤을 할 수 있도록 타겟 지정이나 목표 지점 지정 등을 했다면 보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는 재미가 떨어지는데 전투 중 컨트롤 요소마저 부족하니 전략 RPG 특유의 재미마저 느낄 수 없다.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모드는 한 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다시 하거나 지나간 스토리를 다시 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부분도 아쉽다. 또 어드벤처 모드를 깨야 등장하는 다른 모드들의 해금 허들이 상당히 높아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꽤 오래 플레이해야 모든 콘텐츠가 해금되는 부분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스토리 자체가 지루하다는 반응도 꽤 되고, 레벨 초기화 기능이 있지만 높은 등급의 피규어만 쓰이고 나머지는 방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적의 종류가 적어 매번 비슷한 적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단점이 눈에 띄니, 피규어를 게임에 구현하는 데 들인 노력이 상대적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전투의 비주얼 부분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 피규어를 직접 꾸미는 요소들이 더 추가된다면 시장에서의 반응은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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