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즈가 지난 3월 19일 모바일 게임 ‘망천풍화록’(忘川风华录)을 중국에 출시했다. ‘망천풍화록’은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RPG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넷이즈의 ‘음양사’와 비슷하며, 수려한 캐릭터 일러스트와 뛰어난 연출이 인상적인 게임이다.

중국에서의 성과도 좋았다. 중국 출시 직후에 중국 앱스토어 매출 6위까지 올라갔고, 이후에 매출 10~20위를 오르내렸다. 4월에는 매출 30위까지 떨어졌다가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매출 9위로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넷이즈 실적발표 자료에서도 1분기 신작 중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게임으로 언급됐다.

다만, 캐릭터 수집형 RPG라는 장르의 특성상 업데이트 주기에 따라서 매출의 기복이 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5월에는 매출 순위권에서 좀 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수려한 캐릭터 일러스트와 뛰어난 연출

‘망천풍화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캐릭터와 연출이다. 캐릭터가 중요한 장르인 만큼, 캐릭터 일러스트와 캐릭터 그래픽을 상당히 공들여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그래픽 품질도 상당히 뛰어나다. 특히 필드나 전투 장면에서의 캐릭터 그래픽이 뛰어나다. 이런 그래픽을 바탕으로 각종 연출도 수준급으로 구현했다.

특징이라면, 다른 모바일 RPG와 달리 남성 캐릭터의 비중과 중요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보통 모바일 RPG는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높거나 아예 캐릭터의 대부분을 여성으로 구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남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남성 캐릭터의 일러스트와 분위기를 보면 여성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이는 중국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여성 유저를 잡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놓고 여성 유저만을 노린 정도까지는 아니다. 여성 캐릭터의 비중도 상당하다. 다만, 캐릭터의 수와는 별개로 이야기의 주연급 캐릭터는 대부분 남성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성 유저를 주로 공략하면서 남성 유저도 어느 정도 같이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은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간간히 전투가 벌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캐릭터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컷 신과 애니메이션의 품질이 수준급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중국어를 잘 모르는 본 기자도 각 캐릭터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픽과 연출만 높고 보면 지금까지 출시된 모바일 RPG 중에서는 최고라고 평가한다.

■ 배경과 필드가 있는 모바일 RPG, 전투의 전략성은 부족

‘망천풍화록’의 또 다른 차별점이라면 모바일 RPG치고는 게임 내의 각종 배경이 충실하게 구현됐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모바일 RPG는 전투가 발생하는 스테이지 위주로 진행되며, 그 이외의 요소는 메뉴 버튼으로 구현한다.

그런데 ‘망천풍화록’은 모바일 MMORPG처럼 캐릭터들이 이동하고 대화하는 필드가 있다. 물론, 모바일 MMORPG처럼 탁 트인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유저가 이런 공간에서 캐릭터를 조종하고 이동하고 다른 요소와 상호작용하게 해줌으로써 유저가 스토리와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장면에서 간간히 벌어지는 다양한 연출도 수준급이다.

전투 화면도 잘 만들었다. 전투는 모바일 RPG에서 핵심 요소인 만큼, 전투에서의 연출은 상당히 화려하다. 8등신의 수려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화려한 컷신과 기술을 난사한다. 중국어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자동 전투를 돌려놓고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을 정도다.

다만, 전투에서 전략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모바일 RPG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상성이나 타이밍 조절, 기술 연계 같이 유저가 개입해서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덕분에 전투를 보는 재미는 있어도 전투를 직접 수행하는 재미는 거의 없다. 좋은 캐릭터를 잘 키워놓고 자동 전투만 돌리면 어지간한 것은 다 해결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출시 직후에는 인기를 끌었지만, 장기 흥행까지는 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화려한 연출과 그래픽으로 주는 재미는 결국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다른 요소는 모두 잘 만들었기에, 전투만 조금 더 전략적으로 만들었다면 더 오래 흥행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한국에 출시될 가능성은 있을까? 가능성은 ‘반반’

넷이즈는 한국에도 꾸준하게 신작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망천풍화록’은 중국에서 출시 초기에 나름 성과를 거뒀기에, 넷이즈 입장에서도 해외 진출에 대해서 생각해볼만 하다. 특히, ‘음양사’가 흥행했던 지역에 ‘음양사’를 즐겼던 유저를 다시 공략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출시하면 괜찮을 듯하다.

다만, 한국 출시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높게 잡아봐야 ‘반반’ 정도라고 본다.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모바일 MMORPG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고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RPG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이 게임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음양사’도 한국에서 2020년 9월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망천풍화록’도 높은 완성도와는 별개로 한국에서 흥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하기 힘들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