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이 신작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이하 그공사)’을 출시했다. PC와 모바일 버전으로 즐기는 인터렉티브 스토리게임이다. 유명 소설의 IP(지식재산권) 속 이야기를 따라가며, 주인공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택과 등장 캐릭터들의 관계 변화 과정이 즐길 거리다.

인터렉티브 스토리게임은 시뮬레이션 게임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 유저의 선택지가 게임에 반영되며,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선택에 결과물인 엔딩이 수없이 등장한다. 여러 번의 플레이가 어느 정도 강제되는 셈이다. 반복되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고, 긴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압축해 전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공사' 역시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 유저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먼저, ‘그공사’는 유저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2가지 방안을 도입했다. 라이브 2D를 이용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와 풀 보이스 더빙이다. 먼저 라이브 2D는 일러스트로 표현된 캐릭터에 움직임을 더하는 기술이다. 3D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표현하는데 쓰이며,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 기반 IP 게임에 주로 사용된다.

모든 대사를 성우가 연기한 목소리(캐릭터 보이스, CV) 즐길 수 있다. 로맨스 소설의 달콤한 대사를 전문 성우의 목소리로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강조되는 스토리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캐릭터의 매력을 조명하는 수집 요소도 즐길 거리다. 이야기 진행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의 복장은 단순한 눈요기뿐 아니라, 게임 진행과 엔딩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다회차 플레이에서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피로도를 줄이는 요소다.

진행은 유저의 선택지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변한다. 단 하나의 선택이 히든 엔딩과 베드 엔딩을 가르기도 한다. 기존 게임에서 이런 선택지는 하나의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대신 ‘그공사’도 기본은 비슷한다. 올바른 선택지를 고르면 대상 캐릭터의 호감도와 오른다. 한번 오른 호감도는 다음 플레이로 이어지는 누적 방식이다. 원하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공략할 수 있는 셈이다.

약간의 편법을 쓰면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 메인 메뉴 목록에서 원하는 챕터를 고른 뒤, 모든 선택지를 한 번씩 터치하면 쉽게 호감도를 올릴 수 있다. 공략을 위해 특정 스테이지를 반복했던 필자의 경우 1회차 플레이에서 숨겨진(히든) 엔딩을 달성했다. 특히 각 캐릭터의 복장은 특수한 선택지를 고르거나, 캐릭터의 호감도를 일정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모든 수집 요소를 모아야 직성이 풀리는 유저라면 이 방법을 사용해 시간을 아끼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한번 플레이한 지문은 위쪽 버튼(>>>)으로 빨리 넘기기가 가능하다. 과거 플레이에서 고른 선택지도 오른쪽에 표시된다.

최근 추세를 반영한 유저 참여형 콘텐츠 개발 방식을 채용한 것도 독특하다. 시프트업과 개발사 비노스튜디오는 2차 창작 제작툴 비스킷(VISKIT, Visual novel Kit)을 연동해 ‘그공사’의 콘텐츠 리소스로 유저가 원하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개방했다. 본편과 외전에 묘사되지 않았지만, 유저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 보라는 배려다.

단, 캐릭터의 확대, 축소 과정에서 외곽선에 계단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일러스트 품질이 소폭 열화되고, 음성 재생으로 인해 플레이 템포가 다소 지연되는 등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필자가 사용한 V50 스마트폰에서는 게임모드를 사용해 해상도를 중간으로 맞췄을 때 그래픽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이는 PC와 모바일 플랫폼의 해상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추정된다.

‘그공사’는 소설의 이야기에 라이브 2D와 풀보이스 더빙, 진행 난이도를 낮춘 새로운 시스템으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인터랙티브 스토리 게임이다. 특히 원작에서 한 발자국 나아간 다양한 엔딩과 주연 캐릭터의 심리적 묘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풀보이스로 표현된 스토리텔링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라디오 드라마 한번 플레이한 루트를 쭉 읽어주는 모드를 제공한다면 보다 확실한 팬 서비스가 될 것 같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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