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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상세계에 들어가 있는 게임, 법적으로 어떻게 다뤄야 할까?

‘가상세계’(혹은 ‘메타버스’)는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 영역에서 주요주자로 꼽히는 것은 ‘제페토’,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정도가 있다. ‘게임’으로 분류된 것도 있고, ‘가상세계(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분류된 것도 있다. 가상세계 플랫폼으로 분류된 것 중에는, 그 가상세계 속에 ‘게임’을 구현한 것도 있다. 그리고 이 산업이 더 발전하면서, 이런 경우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가상세계 속에 있는 ‘게임’은 법적으로 ‘게임’에 해당하는 것일까? 만약 ‘게임’에 해당한다면, 기존 법률과 제도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 ‘제페토’가 던진 질문, 가상세계 속의 게임은 법적으로 ‘게임’일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세계 플랫폼 중 하나는 네이버 Z(Naver Z)의 ‘제페토’다. 자신만의 아바타(캐릭터)를 만들고,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앱이다. 처음에는 아바타를 꾸미는 정도의 앱이었지만, 다른 유저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월드’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발전하면서 유료로 구매하는 재화도 추가됐고, ‘제페토’에서 모은 재화로 현실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게 됐다. 심지어는 페이팔 계정을 통해 이런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가상세계 플랫폼이 발전하다 보면,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게임’도 있다. 실제로 ‘제페토’ 내에는 다른 유저들과 함께 즐기는 다양한 미니 게임이 있다. 지금은 도너츠를 던진다든지, 통나무를 피한다든지, 벽돌을 깨는 정도의 미니 게임이지만, 이런 게임 콘텐츠들은 앞으로 점점 발전할 것이다. 그렇게 발전하다 보면, 다른 모바일 게임 못지않은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게임들도 나타날 것이다.

그럼 이렇게 가상세계 플랫폼 안에 있는 게임을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어떻게 봐야 할까? 일단,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의 ‘게임물’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가상세계 안에 있는 게임도 법적인 ‘게임물’에 해당될 여지는 충분하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상세계는 PC나 스마트기기로 접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법에는 ‘이런 것은 게임물에서 제외한다’라는 예외 조항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관광진흥법 규정에 해당되는 것과 ‘사행성게임물’(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예외 사항 중에는 ‘게임물과 게임물이 아닌 것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것’도 있다. ‘게임물과 게임물이 아닌 것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라는 표현은 지금의 가상세계 플랫폼(게임이 아닌 것)과 게임의 관계에 딱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당 조항의 핵심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고시’는 없다. 아마도 이 조항에 해당하는 사안이 거의 없어서, 고시도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행법령으로는, 가상세계 속에 있는 게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참고로,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포함한 한국의 어떤 국가기관도 가상세계 안에 있는 게임에 대해서 ‘게임이다’ 혹은 ‘게임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적은 없다. 그래서 언젠간 나올 ‘첫 번째 사례’가 중요해진다.

 

■ 가상세계 속의 게임, 법적으로 방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현행법령으로 판단하기가 힘들긴 하지만, 가상세계 속의 게임을 법적으로 그냥 방치해 두는 것도 적절하진 않다. 이는 꼭 규제하자는 뜻은 아니다. 이 영역에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 이 영역에서 어디까지 허용할지 등을 정하는 과정은 어떤 산업이든 거쳐야 하는 절차다.

가상세계(혹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앞으로도 점점 성장할 것이다. 가상세계 속에서는 유저의 과금도 있고, 그곳에서 모은 재화를 환전하거나 모은 재화를 이용해서 현실에 있는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기능과 콘텐츠는 점점 정교하게 발전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가상세계 속의 게임이 가상세계의 ‘환전’이나 ‘구매’ 기능과 연동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한국을 기준으로 보면, 게임법 때문에 게임 업체들은 게임에서 환전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디아블로3’의 현금 경매장도 한국에서는 구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상세계 플랫폼에서는 '환전'이나 이와 비슷한 행위가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상세계 플랫폼에서는 ‘돈도 벌 수 있는 게임’이 공식적으로 나오게 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아케이드 게임 업계에서 항상 있었던 ‘환전을 제공하는 게임물에 대한 수요’가 ‘가상세계 플랫폼’이라는 탈을 쓰고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상세계 속의 게임에 대한 법 적용은 필요하다고 본다.

 

■ 게임법의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활용해서 과도기를 넘기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

그럼 현행법상으로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방안은 가상세계 플랫폼 업체를 게임법상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이다. 즉, ‘제페토’ 같은 가상세계 플랫폼을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와 동일하게 다루자는 것이다. 앱스토어에 다양한 카테고리의 앱이 올라오고 그중에는 게임도 있듯이, ‘제페토’에 다양한 콘텐츠가 있고 그중에는 게임도 있다. ‘게임’에 해당하는 것은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 Z가 직접 심의해서 이용등급을 정하고 올라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 방안도 완벽하고 딱 부러지는 해결책은 아니다. 실제로 적용하면 애매한 지점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하지만 가상세계 관련 법률은 이제야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다. 실제로 법률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까지 가상세계 속의 게임을 법적, 제도적으로 방치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게임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이 정비될 때까지 이 문제가 법적으로 방치되는 것은 막을 수 있고, 앞서 언급한 ‘최악의 경우’도 막을 수 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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