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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논란 많은 단말기 유통법, 통신비 인하 효과는 있었을까?
  • 안병도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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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가 가는 할인마트에서는 타임세일을 자주 시행한다. 해당마트에는 몇시부터 몇시까지 특정매장에서 특정품목을 할인가에 판매한다. 이런 경우 해당시간에 그 곳에 있는 고객만 그 정보를 듣고 그 상품을 할인가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불공정하다며 없애라고 한다면? 그만큼의 혜택이 일반 판매가에 반영되어 상품 가격이 내릴까?

어이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2014년에 만들어 시행된 단말기 유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이런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특정한 시기에 몇몇 이통사 대리점이 파격적인 가격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요금제와 함께 묶어 팔았다. '갤럭시S3 대란'이라든가 '아이폰 대란' 같은 긍정적인 의미의 소비자 구매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것을 정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앞장서서 막으려 했다. 이때 규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내세운 논리가 위와 같았다. 이렇게 한정된 기간에 특정 소비자를 상대로 한 출혈경쟁을 방지해서 그 마케팅비를 일반 요금제 인하에 쓰도록 하겠다는 논리였다. 

당시 많은 언론에서는 타임세일 같은 단말기 대란이 특정 소비자만 이익보는 문제있는 구조라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그 해결방법으로 제시된 단통법은 결국 이통사 이익만 보장하고 요금제 인하에는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제도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정인만 싸게 사는' 상태에서 '모두가 비싸게 사는' 상태가 될 뿐이라는 의미다. '모두가 싸게 사는' 상태로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부족한 입법이었다.

이때 한 방통위 실무자는 "시간이 지나고 이통사 이익이 늘어나면 틀림없이 요금이 내릴 겁니다" 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할 기회만 노리는 이통사가 아무런 규제나 동기도 없는데 이익이 늘어나는게 부담되서 자발적으로 통신요금을 내릴 거라는 논리였다.

결과는 어떨까? 통신시장에서 단말기 대란이 거의 사라졌다. 이통사는 대란을 통해 사용자를 뺐고 빼앗기는 경쟁상황을 완전히 해소했다. 따라서 이통사의 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렇지만 통신요금은 거의 내리지 않았다. 4G 요금은 조금씩 내렸지만 곧바로 도입된 5G 요금은 여전히 매우 높다. 

그렇다고 이통사가 적극적으로 기지국을 세워서 통신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도 않았다. 결국 손해를 본 것은 소비자 뿐이다.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고 방통위는 단말기 유통법 개정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 법이 존재하는 한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단통법이 새롭게 고쳐진다. 10월 7일 방통위는 이동통신 유통점에서 지급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 한도를 현재의 15%에서 30%까지 상향 조정했다. 지원금 공시 주기는 7일에서 주 3~4일로 줄였다. 최소 7일간 동일한 지원금을 유지해야 했는데 이제는 월요일이나 목요일에 변경이 가능하다.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바로 시행된다.

방통위는 개정안 목적이 이통사간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이제까지는 이걸 못해왔으니 고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막상 업계에서는 효과가 별로 없을 거라 갱각한다. 추가지원금 한도 비율을 두 배로 올려도 단말기 값을 큰 폭으로 내리진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이 단통법이라는 경쟁규제법 자체에 있다. 인위적으로 지원금과 공시주기를 규제하고 위반하면 강력한 처벌을 가한다. 이렇게 할인 자체는 강력한 법으로 막는데 막상 그렇게 남는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게 하기 위한 장치는 이 법 어디에도 없다. 규제가 강력한 만큼 혜택도 강력하게 강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통사가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 이제까지 7년의 시행기간이 그걸 증명한다. 과연 우리는 통신비 인하를 체험하고 있는가?

단말기 유통법에는 이제 두 가지 길이 남았다. 우선 법을 폐기하고 시장에 맡기는 길이다. '대란'이 가끔 일어나고 그것을 놓친 사람은 속상하겠지만 다음 기회를 노릴 수는 있다. 이통사는 다시 치열한 소비자 유치전을 국지적으로 펼치며 이익이 다소 줄겠지만 곧 적응할 것이다. 

또 하나는 단말기 유통법을 통해 증가된 이익의 상당부분을 요금인하 등에 쓰도록 이통사에 강제 조항을 넣는 길이다. 당연히 반발이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그나마 최초 입법 취지가 실현될 수 있다. 

이 둘 가운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계속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악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성과없이 7년 동안을 지켜보았다면 정부 당국도 이제는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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