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설립 8년째를 맞은 소규모 개발사 플레이캐슬의 김신우 대표는 게임 개발에 뛰어든지 어느덧 18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위자드소프트의 공모전을 통해 입사하며 게임 개발에 뛰어든 그는 조이온과 네오위즈를 거친 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자 2013년 자신의 터전이었던 대전에 개인사업자 형태로 플레이캐슬을 설립, 게임 개발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길은 순탄치 않았다. 2016년 중국 기업에서 투자를 약속하면서 서울에 상경해 문래동에 법인을 설립, 직원을 영입하며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투자사가 세무조사 등의 문제를 겪으며 결국 투자는 와해됐고, 그 어려운 상태로 회사를 유지하게 된다.

플레이캐슬 김신우 대표. (인터뷰는 방역수칙을 준수해 진행했으며, 사진 촬영을 할 때만 잠시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처음부터 그가 개발하고자 했던 핵심 게임은 콘솔 기반 메카닉 SF 슈팅 게임 '스피릿'이었다. 하지만 소규모 인원에 자본까지 없었던 상황인지라 어떻게든 버텨야 했고, 그래서 게임이 아닌 애완견 타겟 앱과 백신 앱도 만들었다. 

그러던 중 2017년에 출시한 '방구석 뽑기왕'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게임 개발에 본격적으로 매진했고, 이후 '길거리 뽑기왕'과 '치킨뽑기왕', '삼신기열전', '이상하고 웃긴 박물관', '멋짐주의보', '예쁨주의보' 등의 게임을 내놨다. 최근에는 하드코어 점프 액션 게임 '나인틴'을 스팀에 출시했다. 

그러기까지 그는 많은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직원들의 퇴직금도 감당하지 못해 세상을 등질 결심도 했었다고. 그 결심을 실행하고자 화장실로 갔는데 소변기 앞에 붙은 스티커에 인쇄된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라는 류시화 시인의 글을 보고 등에 칼이 꼽히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나무의 가지는 직원들인줄 알았고, 개발은 나의 꿈이었지만 모두의 꿈이라고 착각했다는 것. 그 문구를 보고 나에게도 날개가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재기의 계기로 삼았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에 투자 지연이나 취소 등으로 회사에 돈이 없어 망할 위기에 놓였는데, 마음을 다잡고 대전까지 내려가 터를 잡았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곳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개발을 했지만, 직원들도 믿어주고 대전까지 따라와 준 덕에 개발을 꾸준히 진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을 도와줬지만 떠나버린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의 퇴직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때 믿고 도와줬지만 사고로 돌아가신 형님, '한글을 무서워하는 악당공룡'이라는 교육용 게임에 성우로 참여했지만 생활고로 세상을 등진 친한 동생, '스피릿'의 OST로 두 곡을 쓸 수 있게 해준 힙합그룹 45RPM의 멤버인 이현배가 그들이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나인틴’의 크레딧 중 'Special Thanks'에 이 분들의 이름을 넣었고, 앞으로 플레이캐슬에서 출시하는 모든 게임에는 이름을 올리려고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의지다.

'나인틴'은 그가 가진 많은 부분의 개발 철학이 들어간 게임이라고 한다. '나인틴'은 '방구석 뽑기왕'으로 시작된 뽑기왕 유니버스를 잇는 게임이다. 고시를 준비하는 이몽룡과 성춘향은 인형뽑기를 통해 연인이 되지만, 성춘향만 합격하는 것이 '방구석 뽑기왕'의 스토리고, 이몽룡이 급을 낮춰 서로 도우며 재도전하지만 실패하는게 '길거리 뽑기왕'의 스토리다. 

그리고 성춘향이 선배인 변사또에게 가버리고 좌절해 지방에 내려가 성공을 꿈꾸는 것이 '치킨뽑기왕의 스토리인데, 이후 코로나19가 터져 동네 병원으로 간 이몽룡이 의사에게 반한 뒤 백신을 맞고 시험에 합격해 고백,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된 결혼식을 하는 것이 '나인틴'의 스토리다.

게임에서 주는 철학은 뭘까? 라고 했을 때 그는 처음엔 투비컨티뉴(To Be Continue)인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상태 그대로 머물고 환경 변화를 두려워하고 고민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가 18년간 게임을 개발하면서 결국 답을 깨달았고, 과거에 공부를 하면서도 이미 깨달았었다고 한다. 바로 '修身'(수신)이다. 자신을 갈고 닦고 컨트롤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게임으로 성립할 수 있는건 조작(=컨트롤)이다. 그래서 플레이를 가능한 어떤 방법으로든 해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과거 그는 한 커뮤니티에 “오토가 있는 게임은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그는 지금도 그 생각은 동일하며, 게임 구성 요소에 조작이 포함되지 않으면 영상 출력물에 불과하다는 것. 최근 쏟아져나오는 방치형 스타일도 게임으로 취급받는 시대가 됐지만 그가 만들고 싶은 게임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그가 만든 '나인틴'에는 어떤 개발 철학이 있는 것일까? 이 게임은 인내심과 성취감에 주력한 게임이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플랫포머 점프 게임처럼 보이지만 트랩이 많아서 처음에는 계속 죽어서 당황한다. 그리고 계속 반복하며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는다. 바닥에 힌트가 다 있고 숨겨진 방법이나 루트도 많다.

과거 우리가 어렸을 때 즐겼던 자전거나 줄넘기, 훌라후프는 배우기 위해 실패를 많이 했다. 하지만 200번 정도 연습하면 뇌가 인지해 누구나 자연스레 성공하게 된다. 그래서 '나인틴'도 한 구역을 넘어갈때 100~200회 정도 죽도록 설계됐다. 

그 재미를 넘었을 때 점점 강도를 높이고 마지막에 있는 어마어마한 장애물을 넘었을 때 주는 성취감을 느끼는 게임이다. 게임을 하며 분노하거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모두 클리어하는 노력이나 인내심을 갖고 있다면 좋은 학교를 가거나 사업에 성공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그리고 공자가 공부하는 3가지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 ▲경험 ▲간접경험 ▲고찰이다. '나인틴'을 클리어할 때 맨땅에 헤딩하며 클리어를 하는 것이 경험이고, 클리어 방법을 담은 동영상을 보고 클리어하는 것이 간접경험, 그리고 이 영상을 보면서 '나라면 이렇게 했을텐데'라고 머리 속에서 학습 흐름을 가지는 것이 고찰이다. 이 부분도 게임의 재미를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재미의 판단 기준은 4가지 철학적 용어로 정리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뽑는게 재미있는 ▲확률적 재미(알레아), 상대보다 강함을 느끼는 ▲경쟁의 재미(아곤), 따라하거나 그 자체가 되는 모방의 재미(미미크리), 걱정을 잊고 캐릭터에 빠지는 몰입의 재미(일링크스)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두 가지에 신경쓰면 된다. 유저가 느끼는 흥미도와 만족도다. 두 가지가 높은 게임은 트리플A급으로 비싸도 팔리는 게임이다. 반면, 흥미도는 높은데 만족도가 낮으면 후속작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이버펑크 2077'이 좋은 예라고 지적한다. 

그런 면에서 중소 개발사나 인디개발자가 해야할 게임은 흥미도는 낮은데 만족도가 높은 게임이라고 말한다. 가격도 중저가형이여야 한다. 그래서 '나인틴'의 가격을 이름처럼 1,900원으로 정했고 유저들의 피드백은 혜자 게임이 됐다.

이를 통해 김 대표가 세상에 주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는 작은 게임을 만들었고 싸게 팔지만 작은 신뢰를 줄 수 있다. 그 작은 신뢰를 기반으로 중간 신뢰를 만들고, 대작으로 세상을 놀래키겠다'라고 한다.

플레이캐슬은 현재 17명의 개발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회사 내 최대 프로젝트는 2016년부터 개발을 진행해온 메카닉 TPS 게임 '스피릿' 이다.​ 인류의 희망인 스트레인저가 인공지능 컴퓨터인 판도라에게 복수하는 스토리를 싱글플레이로 즐기는 게임으로, 언리얼 엔진 4를 기반으로 한 고퀄리티 그래픽에 디스토피아 SF 세계관을 게임에 구현했다. 구현하고자 하는 맵의 크기는 264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접근전에서는 택견 기반의 전투를, 원거리는 총에 의한 사격을 하는 등 회피를 통한 근접 액션과 슈팅 액션의 조화를 갖고 있다.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다중 조준점이다. 3개의 조준점이 있고, 이것을 상황에 따라 유저가 간격을 늘이고 줄이면서 효율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 PS4와 5, Xbox 시리즈와 PC 플랫폼용으로 개발 중으로 내년 4월에 전 플랫폼 동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저승세계 세계관을 완벽 해석한 핀볼 RPG로 2017년 출시했었던 '삼신기열전'의 IP를 활용해 다수의 캐릭터를 컨트롤하는 AOS 스타일의 게임을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고,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플랫폼을 통해 출시할 VR용 3매치 퍼즐 게임 '애니멀 쉘터'도 개발 중이다. 여기에 더해 2개의 미공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 이렇게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개발의 흐름을 파악하고 공백에 퍼즐을 맞추는 것이라고 답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파트마다 공백기가 생기는데, 그가 작업 피드백을 매일 확인하며 여러 프로젝트의 진행을 주도하는 것이다. 과거 피드백 확인을 안하고 믿고 맡겼는데 망할 뻔한 경험 때문이다. 

그는 게임 서비스에 대한 팁도 전했다. 작년에 출시한 꾸미기 게임인 '더 예쁜 예쁨주의보'의 경우 해외 버전의 이름을 '케이팝 아이돌 뷰티'로 했는데, 그 덕에 검색으로 유입되는 유저가 정말 많다고 말한다. 돈을 써서 홍보를 할 여력이 안 되면 이름 잘 지어도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고, 댓글도 검색이 되는 만큼 이 부분을 잘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인디게임 개발을 꿈꾸는 지망생에게 한 말이 있다. 그 말은 워딩 그대로 옮긴다.

게임이 너무 좋고 하고 싶고 만들고 싶었어서 개발을 시작했다. 게임 플레이 자체보다 거기서 느낀 감정과 감성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행복하게 작업하면 행복한 게임으로 유저에게 전달이 된다. 힘들고 고되더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확신을 가지고 만들면 좋겠다. 결과물이 안 좋을 수도 있는데, 그로 인해 비난받더라도 내 자신은 믿어야 한다.

그리고 시중 판매되는 책들이나 학원이 크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주변에 게임을 만드는 분과 친해져라. 코로나19 시국이라 전시회 등 기회가 적은데, 회사에 놀러가 커피도 얻어 먹든 일단 친해져라. 내가 그랬다. QA도 도와주면서 꾸준히 친해지다가 입사 이야기가 나왔다.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그는 마지막 조언을 전했다. “일단 노력을 해보고 안되면 플레이캐슬에 오라. 우리가 기술을 가르쳐주겠다. 다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든데 힘이 되어주고 싶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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