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가 되려면 보통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개발의 커리큘럼을 익힌 뒤에 게임사 입사 혹은 1인 개발자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가끔은 완전히 다른 전공이지만 게임에 뜻을 두고 게임 개발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내년으로 개발 경력이 이제 10년 차가 되는 어머나게임즈의 이용민 대표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개발 전공이 아닌 시각디자인 전공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 개발을 목표로 한 것도 아니었고 인연도 딱히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대부분 게임 회사에 원화 파트에서 일했다고 한다.

어머나게임즈 이용민 대표 (인터뷰는 방역수칙을 준수해 진행했으며, 사진 촬영을 할 때만 잠시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졸업한 뒤 게임 회사에 들어가려 했지만, 면접을 몇 번 본 뒤에는 현실을 깨달았다. 결국 러시아에서 오는 통관 물류를 다루는 기업에 취직해 3년 정도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게임 개발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돌자 결국 이 대표는 퇴사를 하고 원화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사이 자신의 실력은 떨어진 반면 현업의 수준은 올라간 상황. 그러나 자신을 잘 아는 친구들이 “네 성향은 게임 개발이 맞다”고 지적해줬고,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마음먹고 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마치고 학원 졸업 후 6개월 뒤인 지난 2014년, 혼자 개발했지만 ‘비트윙’이라는 스튜디오 이름을 앞세워 첫 게임 ‘오마이캣’을 출시한다. 큰 목표에 비해 다운로드와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게임 개발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물류 회사에서 중간에 끼어있는 유통업을 하다가 유저와 직접 소통하고 유저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고 서비스하는 신선함을 경험하니 신세계였다. 글로벌까지 대응할 수 있어 승산 있겠다. 머리를 한 방 맞은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같은 해 ‘우주를 뚫어라’라는 게임을 낸 뒤에는 회사 이름을 어머나게임즈로 바꿨고, 2014년과 2015년에 ‘안 생겨요? 여자친구’와 ‘안 생겨요? 남자친구’ 시리즈를 내놓으며 회사의 이름을 점차 알려가기 시작한다. 

회사 이름인 어머나게임즈를 지은 원래 취지는 ‘게임을 할 때 나오는 감탄사’라는 단순한 의도였다고 한다. 장윤정의 노래 ‘어머나’가 유명해서 각인되기 편하고. 감탄사가 찐으로 나오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차후에 법인 설립 때는 회사의 비전이 담긴 사명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프로세스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몸을 굴리며 기술과 경험을 체득한 타입이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세미나나 모임에 최대한 참여했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도 있지만 규모가 커지다 보니 교류가 쉽지 않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아무튼, 이 대표가 개발 초기에 가장 많은 활동을 했던 곳이 인디개발자모임인 ‘인디라’였다. 이를 통해 다른 개발자들과 네트워크를 쌓아나갔다.

그러던 중 다른 1인 개발자들이 각자 서로 잘 하는 파트가 있다는 것을 파악, 4명의 개발자가 팀을 꾸려 ‘소켓게임즈’라는 이름을 걸고 우리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에 나서 나온 것이 2016년에 나온 ‘물약을 지니리’라는 게임이다.

게임을 출시한 뒤 이 대표는 팀에서 나와 다시 어머나게임즈의 이름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고, 그것이 친구 1명과 함께 만들어 2018년에 출시한 2D 액션 방치형 RPG인 ‘킹덤배틀’이다. 이 게임은 어머나게임즈의 이름으로 서비스 중인 유일한 게임이다.

그렇게 서비스한지 2년이 지나면서, 2명의 인력으로 개발과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퀄리티나 서비스 측면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발 인원을 늘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트 1명만 뽑으려다 면접을 본 2명을 동시에 뽑았고, 지속적으로 충원을 하면서 어느새 개발 인원은 9명까지 늘어났다. 

그동안 1명이나 2명끼리만 개발하다가 인원이 몇 배가 늘어난 만큼, 이 대표는 모든 면, 특히 시각과 관점이 달라졌다고 한다. 처음 개발에 입문했을 땐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면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저들과 소통하며 깨달은 게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전에는 내가 하는 것만 잘 하면 됐지만, 지금은 게임 하나가 아니라 어떤 색깔을 내는 게임의 개발, 성장 방법, 투자나 대출, 정부 지원 사업 등 운영까지 다 하는 상황이다. 또한 게임 개발에 있어 사람이 중요함을 더욱 깨닫고, 해 보고 싶은게 있다면 개발 중인 것도 뒤집는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성장의 발판이 될 게임이 되기 위해 사업적 영역에서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기조도 갖추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전에는 게임만 보고 달려갔다면, 지금은 뒤에서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게 됐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신작 게임으로 횡스크롤 액션 RPG ‘로스트 섀도우’와 캐주얼 방치형 RPG ‘정령사 키우기’, 그리고 탑다운 형태의 디펜스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모두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 중인 신작은 대부분 처음 도전하는 장르인 만큼 어려움이 크다. 특히 ‘로스트 섀도우’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기존 게임들이 방치형이었다 보니 밸런스에만 신경을 썼으면 됐지만 액션 게임이다 보니 동작 하나하나마다 많은 변수가 있어서 괜히 했나 싶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즐겁게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며, 큰 목표보다는 경험을 쌓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어머나게임즈가 서비스하고, 그리고 만들고 있는 게임이 타 회사와 아주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Cocos2D 엔진을 쓰고 있다는 것. 2D에 장점을 가진 오픈소스 엔진으로 ‘에픽세븐’이나 ‘리니지M’, ‘모두의 마블’, ‘쿠키런’ 등 흥행작들이 이 엔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많이 쓰였을 뿐 최근에 들어서는 외면당한 엔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전 업데이트도 수년 전이 마지막이고, GUI 베이스가 아니다 보니 개발 속도가 느리고 확장성도 떨어지며 SDK도 개발자가 알아서 달아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장점이 있는 만큼 이걸 살리려는 업체가 있다. 

하지만 개발 자체를 사업적으로 접근하면 개발 기간을 줄여야 하는데, 작은 회사에게는 이 엔진이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는 것, 생태계 변화에 대처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 대표는 여전히 Cocos2D를 고집하고 있다. 특히 개발 중인 신작 ‘로스트 섀도우’도 이 엔진을 쓰고 있고, 아트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분을 이 대표가 전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엔진의 많은 한계점을 알고 있고 주위에서 빨리 다른 엔진으로 넘어가라고 하지만, 내가 2D를 선호하기도 하고, 개발 중인 걸 바꾸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고수하고 있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생각한 게임 개발에 대한 철학은 무엇일까? 딱히 거창하게 내세울 철학은 없지만, 그가 직원 채용으로 면접을 볼 때 항상 RPG를 좋아하냐고 묻는다고 한다. 성향이 맞지 않으면 함께 개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직원들은 RPG를 많이 즐긴 사람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RPG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게임의 재미라는 게 추상적이지만 데이터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과거에 서비스를 했던 데이터와 경험이 있으니 그걸 기반으로 개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 특히 그런 부분은 UI나 UX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게임 개발에서 대표가 주도적으로 리딩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진행하는 부분도 언급했다. 개발 속도는 느리지만 직원들이 누구나 의견 제시를 많이 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여 게임에 반영하고 있는 것, 이것이 어머나게임즈의 철학으로 녹아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개발자라면 여건이나 상황이 되면 만들고 싶은 게임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어머나게임즈가 조금씩 회사의 사이즈를 늘려가는 만큼, 그 시작점이 서서히 보일텐데, 이 대표는 예전엔 트리플A급 게임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의 꿈은 없다고 한다. 

다만 다음 스텝으로 2~3년 정도를 바라보고 있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실시간 대전을 즐길 수 있는 MMO 게임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게임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게임이라고 하는 만큼, 그것들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실력을 쌓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게임 개발자, 특히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이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과거 스마일게이트의 스타트업 지원 시설인 오렌지팜에 창업자 자격으로 입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창업자들과 교류를 했는데, 그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열정을 느꼈고, ‘그 에너지 때문에 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 그 분들의 나이가 20~30대였고 그 시기에만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발산하고 싶고 확실한 목표가 있다면 창업을 해봐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 창업이 나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 게 좋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그는 “내가 창업을 시도할 당시보다 창업의 기회가 더 넓어지고 환경도 좋아졌으며, 커리큘럼도 잘 짜여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잘못되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지금은 재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그래서 잘 되든 안 되든 엄청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두가 하라는 건 아니며, 특히 등 떠밀려 하는 건 언제든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확실한 목표가 있어도 성공 확률이 낮은 만큼 안일한 생각으론 힘들다는 것. 그러나 적극적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걸 발판 삼아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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