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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셧다운제 폐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출처=라이엇게임즈 학부모 전용 고객센터 캡처

국내 게임산업을 옥죄어온 악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대 게임 이용을 막는 셧다운제가 지난 1일 폐지된 것. 대신 학부모와 청소년이 게임 시간을 선택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됐다.

새로운 규칙은 항상 혼란을 동반한다. 게임시간 선택제도 이를 피할 순 없는 듯하다. 이 제도 역시 실효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1인 방송 진행자 김성회씨가 게이머 10만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92%에 달했다. 셧다운제를 폐지까지 이르게 한 명분인 청소년의 자율권 보장과도 어긋난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을 떠나 안전장치로서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 여러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게임 정책의 국제 기준이 자율 규제인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현시점에서 청소년의 선택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지목된다. 또, 청소년의 행동을 책임질 일차적인 책임과 의무를 가진 학부모의 의지가 반영된다는 점도 무시하면 안 된다.

사실 몰라서 쓰지 않는 안전장치는 생각보다 많다. 생활의 필수품이 된 공유기가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공유기는 특정 단말기의 시간대별 인터넷 이용을 설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기능을 알고, 이용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 것도 현실이다. 게임시간 선택제도 비슷하다. 게이머가 아닌 학부모에게는 생소한 사실이겠지만, 게임시간 선택제는 셧다운제와 함께 존재해왔다. 오히려 역사로만 따지면 더 길지도 모른다.

청소년 유저가 많은 넥슨은 앞선 2008년 6월부터 바른 게임 생활을 위한 스쿨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리그오브레전드(LoL)’을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전용 고객센터를 지난 2015년 오픈해 운영 중이다.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국내에서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업체가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있어도 쓰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의 게임시간 선택제다.

게임시간 선택제를 알리는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올바른 게임문화 활동을 알리는 단체를 통해 관련 교육과 행사가 수시로 진행된다. 게임문화재단은 각 게임업체별 게임시간 선택제 홈페이지 서비스를 알리고, 곧 통합 관리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가 아무리 노력해도 학부모가 알아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자녀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학부모에게 게임시간 선택제는 문턱이 높다.

앞으로의 게임 서비스는 공동체의 일부분이자 건강한 문화콘텐츠로서의 게임을 알리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시발점이 될 게임시간 선택제도 학부모의 적극적인 동참과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이를 이끌어내는 것은 업계만의 몫이 아니다. 사회 공동체와 정부가 다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현재 게임 이용을 법률상 계약행위로 해석하는 부분이 고치면 범용적인 시스템을 기발할 가능성이 생긴다.

불이 나면 초동진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소화기의 위치 비상구의 위치를 몰라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주기적인 소방교육과 공익광고가 나오는 것과 같은 수준의 노력이 게임업계에서도 이어져야 한다. 이런 노력과 인식개선이 결국 게임업계와 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분명한 점은 게임시간 선택제가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이와 유사한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제되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자율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언젠가는 게임시간 선택제 역시 폐지되야 한다. 셧다운제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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