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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도전정신 만은 높이 사고픈 ‘테일즈 오브 루미나리아’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테일즈 오브’ 시리즈는 도전 정신으로 시작된 타이틀이었다. 슈퍼패미콤(SFC)으로 발매된 첫 작품은 사람의 목소리가 녹음된 오프닝곡이 수록됐다. 당시 10MB 단위의 롬팩에 음성 데이터를 넣는 시도는 분명 획기적이고 도전적이었다. 턴제 시스템을 고집했던 JRPG의 전투형식에 실시간 액션을 접목한 것도 도전적이었다. 이런 크고도 작은 변화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시리즈 25주년을 맞이한 반다이남코는 시리즈의 최신작 ‘테일즈 오브 루미나리아(テイルズ オブ ルミナリア, 이하 루미나리아)’를 11월 5일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스마트폰 용으로 출시된 최초의 오리지널 시리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다양한 시스템에서 차별화를 뒀다.

‘루미나리아’의 첫 번째 차별화 포인트는 세로 화면이다. 액션이 가미된 RPG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다. 캐주얼 혹은 퍼즐 게임 일부가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RPG에 접목한 것. 턴제 방식을 선택한 게임이 사용하는 방식에, 실시간 액션을 접목한 것은 새로운 틀을 만들고픈 개발사의 의욕이 반영된 결과물로 이해된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넷마블이 선보인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꼽을 수 있다. 인기 만화 IP(지식재산권)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세로 화면을 선택했다. 한 화면에 표현하는 캐릭터의 수를 줄이는 대신, 캐릭터의 모습과 액션을 조명함으로써 몰입도를 높였다. 세밀한 표현력과 박진감 넘치는 연출은 글로벌 게이머에게 환영받은 요소다. ‘루미나리아’도 총 21개의 캐릭터로 즐기는 방식을 채택한 만큼, 캐릭터의 모습과 서사를 보여주기 위해 세로 화면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폭넓은 시나리오 전개와 평범한 그래픽

출처=‘테일즈 오브 루미나리아’ 페이스북

‘루미나리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1.1.2버전 기준 21개다. 각 캐릭터는 전용 시나리오가 구현돼 있으며,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진행과 육성을 할 수 있다. 초반부는 주인공 격인 레오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전반적인 세계관과 회복 아이템 제작, 레시피 수집과 장비 아이템 장착 등을 알려주는 일종의 튜토리얼이다. 레오 시나리오 챕터3에 돌입하면 캐릭터별 시나리오가 개방되며, 이후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선택해 ‘루미나리아’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UI)도 차별화를 시도한 부분이다. 메인화면 인터페이스는 제품 카탈로그나 쇼핑몰을 연상케 한다. 별도의 주인공 없이 각 캐릭터가 주연급으로 묘사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체감된다. 물론, 이런 시도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메뉴를 찾는 방식이나 접근성 등에서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복잡한 인터페이스는 물론, 화면을 한 방향으로 밀어내는 스와이프 조작까지 더해져 조작감이 꽤 난감하다. 버튼 배치야 익숙해진다고 치지만, 아래쪽으로 쓸어내려 꺼야하는 정보창 조작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전반적인 그래픽은 카툰렌더링을 사용했다. 각종 연출 씬과 전투 화면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접했을 때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가 떠오른 이유다. 또, IP 확장의 일환으로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일본 방영을 앞둔 만큼, 전략적인 수로도 볼 수 있다.

캐릭터의 렌더링 수준만큼은 합격점을 줄만하다. 넓은 세로 화면에서 표현되는 모습은 어색한 부분이 거의 없다. 마을 NPC도 체형이나 생김새를 세부적으로 묘사했다. 반면, 배경이나 건물 묘사는 지나치게 낡고 허술하다. 그래픽 수준이 일괄적으로 낮다면 문제가 아닐 수 있어도, 캐릭터와 배경의 완성도가 크다 보니 이질감이 크다.
 

■ 액션 RPG를 원 버튼 틀에 넣다

전투 시스템도 기존 시리즈와 다른 도전이 포함됐다. 버튼 하나에 이동, 공격, 회피 등 전반적인 액션 조작을 몰아넣은 것이다. 가상패드를 터치하면 공격, 스와이프하면 회피, 버튼을 터치하고 움직이면 캐릭터가 이동하는 식이다. 양손 조작이 제한되는 세로 화면에 맞춰, 하나의 버튼에 다양한 액션을 녹여냈다. 시도 자체는 참신하고, 처음 몇 시간 동안은 꽤 재미있게 플레이가 가능하다.

단, 아직 고쳐야 할 부분도 많다. 오입력과 오작동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동을 하고 싶은데 공격이 나가는 것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다. 맞고-회복하고-때리는 JRPG의 규칙을 충실히 따르기 때문이다. 모든 공격을 피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 집중하면 공격의 타이밍을 잡기가 까다로워진다. 따라서 보스와 같은 강적을 상대할 때는 공격을 버티고 때리는 플레이가 기본이 된다. 줄어든 체력은 당연히 적절한 아이템 사용으로 회복해야 한다. 이는 콘솔 위주였던 JRPG의 경험을 모바일게임에 녹여내기 위한 하나의 실험처럼 느껴진다.

모든 공격을 회피하고 싶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와이프 조작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입력 타이밍과 거리가 애매해서 의도적으로 사용하려면 반복 숙달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적 한계가 난이도를 높이며, 한 손으로 모든 조작을 하다 보니 피로감도 더 빨리 찾아온다.

이를 의식한 듯 설정에는 이동과 공격을 분리하는 옵션이 구현은 돼있다. 하지만 성인 남성 기준으로 7인치 미만의 스마트폰을 왕손으로 잡고 게임을 즐기기는 무리가 있다. 중앙에 집중된 버튼을 누르려고 어깨를 움츠리면, 피로는 더욱 빨리 쌓인다. 세로 화면이 익숙한 일본 유저에게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으나 평범한 한국 게이머인 필자에게는 이 부분을 굳이 고집해야 하는 의문점이 든다.

 

■ 할수록 지루해지는 선형진행 구조

‘루미나리아’는 분명 신선한 게임이다. 과감하게 도입한 차별화 요소들 덕분이다. 인터페이스부터 조작, 진행까지 보이는 부분부터 꽤 색다르다. 게임 초반에는 인터페이스를 익히고, 완전히 색다른 전투 시스템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 NPC의 대사까지 음성(캐릭터 보이스, CV)으로 들을 수 있다 보니, 나름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진행될수록 피로감과 지루함이 점차 커진다. 시나리오 전전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선형구조라 어떤 상황이 이어질지가 너무 뻔하다. 구조와 레벨 디자인의 한계로 위아래가 길쭉한 지형이 이어져, 배경만 다른 같은 지형을 반복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부 시나리오에서 가로로 긴 지형이 존재하는 것도 문제다. 시야각이 일반적인 게임보다 좁아,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이지 않는다. 시점 변경도 할 수 없다.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고 싶다면, 캐릭터를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왜 수많은 액션 게임이 가로 화면을 선택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순한 진행 방식도 지루함을 키운다. 각종 아이템이 배치된 샛길도 있지만, 재료 수집과 골드 파밍이 급하지 않으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 일반적인 JRPG라면 올바른 길을 찾다가 아이템을 발견하는 재미가 지루함을 덜어줄 것이다. 반면, ‘루미나리아’는 진행 방향이 보이는 데도 오직 보상을 얻기 위해 잘못된 길을 선택해야 한다. 복귀하는 경로도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뿐이라 허탈함이 크다.

 

■ 신선한 시스템, 부족한 완성도

‘루미나리아’에 도입된 시스템은 분면 신선하고 차별화된 규칙을 가지고 있다. 따로 떼어 평가하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줘도 될 듯하다. 그럼에도 이를 뭉쳐서 하나의 게임으로 완성하면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진 느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원 버튼 조작에 따른 이질감이다. 액션의 기본은 유저의 조작이 반영되는 것 아니던가. 이런 기본기가 허술하다 보니 전반적인 모양새가 살리 없다.

종합해 보면 ‘루미나리아’는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원점으로 돌아가고픈 욕심이 반영된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의 시나리오, 액션 시스템의 진화 등 다양한 부분에서 첫 작품이 고평가를 받은 이유들을 떠오르게 한다. 분명한 차이점은 이를 잘 버무렸냐 하는 것이다.

특히 시리즈 25주년을 기념하는 오리지널 타이틀이라는 평가와 너무나 동떨어진 완성도는 실망감을 더한다. 물론, 조작과 진행 등의 문제는 업데이트로 해결이 가능하다. 반면, 지나치게 직선적인 구조까지 고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현재 버전을 기준으로 보면 JRPG의 스토리텔링이나 캐릭터의 매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저라면 몰라도, 대부분의 게이머를 만족시키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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