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서 ‘세기의 빅딜’로 불렸던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고 로이터 통신과 파이낸셜 타임즈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서 무산됐다. 또한, 엔비디아도 이사회 회의를 통해 ARM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소프트뱅크 그룹이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9월,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 나온 역대급 ‘빅딜’이었다. 매수에 필요한 대금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엔비디아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에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거래 규모는 400억 달러에서 660억 달러(약 79조 원)로 올라갔다. 그런데, ARM은 반도체 업계에서 여러 협력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이다보니, MS, 구글, 퀄컴, 삼성전자, 아마존, 인텔 등이 반도체 기술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영국과 미국 등 관계 국가 정부들도 이 거래를 곱게 바라보지 않았었다. 영국 경쟁시장청은 지난 2021년 11월에 이 거래를 6개월간 대대적으로 조사하기로 결정했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이 거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 그룹(ARM의 대주주)이 거래를 포기하려고 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즈와 로이터 통신의 기사에 따르면, 이 거래가 무산된 결정적인 이유는 주요 국가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의 관계 기관들이 모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삼성전자, AMD, 퀄컴 등 유명 반도체 업체들이 각국 정부에 우려를 전한 것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체들과 각국 정부 정부가 우려한 것은 결국 ‘시장 지배력’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인 ARM은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 설계라는 영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과 다수의 협력업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업체가 다른 반도체 업체에게 인수되면, 해당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이용해서 횡포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ARM을 인수하려고 했던 엔비디아는 전 세계 GPU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큰 업체인데, 이런 업체가 ARM을 인수하게 되면 반도체 업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ARM 매각에 실패한 소프트뱅크 그룹이 매각 대신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장하는 국가는 미국이나 영국이 유력해 보인다. 한편,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엔비디아는 이번 소식으로 당분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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